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니시키 시장 방문기
교토에서 먹거리가 가장 풍부한 지역은 누가 뭐래도 니시키 시장(Nishiki Market)이 아닐까? 식자재 시장으로 유명한 곳으로, 교토 역에서도 멀지 않기 때문에 처음 교토를 방문한 사람들을 위한 교토 여행의 1번지로 손색이 없는 장소다.
구글 맵을 검색하면 교토역부터 도보로 30분 정도로 표시되는데, 가능하면 "절대" 걷지 않을 것을 추천하고 싶다. 2km 남짓이라고는 하나 교토역 근방의 무시무시한 철도 위를 고가 다리로 통과해 걸어가야 한다. 생각보다 길이 험하고 차도 쌩쌩 달리는 곳이라 안전한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하는 게 나을 듯하다. 게다가 자전거 이용자가 많아 좁은 보행로에서 마주오는 자전거와 만나면 피할 곳을 찾기도 만만치 않다.
다만 고가 다리 건너편에 교토 지역의 맛집인 듯한 라면 전문점이 있는데, 점심, 저녁 피크 타임 전부터 줄을 서는 곳이므로 일본식 라면 맛집에 가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조금 걷긴 해야 한다. 실제 이 가게는 점심 때 갔다가 30분 이상 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일본 라면 특유의 간장 베이스와 대용량의 면발, 차슈 고기로 라면 맛을 냈고, 불에 구워 불 향이 은은한 만두가 맛있는 곳이다. 평소 한국에서 파는 일본 라면에 익숙한 입맛이라면 조금 짜게 느낄 수도 있겠다.
니시키 시장은 교토 상업 지구의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큰 도로를 따라 백화점과 큰 건물이 즐비한 카와라마치역 주변인데,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통이 살아 있는 시장과 현대적인 건물이 공존해 있는 묘한 곳이다. 니시키 시장은 전통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세련되게 정비되어 있는데, 각 점포가 나란히 줄을 지어 질서 있게 정렬되어 있고 식재료 가게부터 아이스크림이나 디저트 가게까지 세상의 모든 먹거리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교토에 산다면 저녁 거리를 마련하러 장을 보러 가야만 할 것 같은 곳인데, 채소, 고기, 생선, 반찬 등등 거의 모든 먹거리가 즐비하다. 시장 내부 풍경도 생동감이 넘쳐서 관광하는 외국인부터 물건을 소개하는 점포 상인, 현지 손님까지 매우 북적였다.
교토야 워낙 먹을 게 많은 지역이고 시장 내에도 먹을 게 즐비하지만 직접 맛본 니시키 시장 표 몇 가지 먹거리를 여기에 소개한다.
고양이 앞의 생선처럼 코를 홀리는 맛있는 어묵 튀김 냄새는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어묵 종류도 굉장히 다양해서 모양도, 맛도 가지가지다. 원하는 걸 골라 먹을 수 있고 가격은 친절하게 상품마다 부착되어 있다. 쫀쫀한 어묵의 식감과 튀김 특유의 고소한 기름 맛이 일품.
평소에 자주 먹어보지 못했던 일본 전통 과자 가게다. 특이한 건 베이스는 쌀 과자인데, 토핑 혹은 코팅으로 위에 각종 양념이 뿌려졌다는 것이다. 양념은 전혀 현대스럽지 않다. 오히려 밥 위의 반찬 맛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 듯하다. 다양한 맛 중에 골르면 되는데, 갖가지 양념이 믹스된 것도 판다. 달콤한 걸 좋아하는 어린이 입맛이라면 상상과 매우 다른 맛에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관광으로 허기진 배를 간단히 채울 수 있는 센스 만점 아이템이다.
기본 쌀 과자 베이스이기 때문에 특별한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도쿄 여행 당시 방문했던 아사쿠사 길목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통 과자를 판매하는 가게가 많았던 게 기억난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파는 오메기떡 같은 느낌이 아닐까란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니시키 시장에는 전통적인 먹거리, 식자재 외에도 칼이나 식기를 팔기도 하고, 현대적인 카페나 옷을 파는 가게 등도 자리잡고 있다. 뭔가 번잡한데 질서 정연한 것 같고, 뭔가 오래되어 보이는데 또 모던한 모습과 더불어 물건을 팔고, 흥정을 하고, 손님을 불러 모으는 모습 하나하나가 신기하게도 사람 사는 전통 시장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니시키 시장은 교토 여행에서 꼭 한 번 찾아봐야 할 명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