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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운 May 05. 2016

홍콩(Hong Kong)에 가는 이유

두 번째로 홍콩을 다녀오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봤다. 옆 동네도 아니고 비행기 타야 갈 수 있는 다른 나라의 다른 도시를 두세 번씩 가기로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비슷한 예산에 비슷한 시간을 쓰는 거라면 보통은 가보지 못했던 곳을 선택할테니까. 그런데 나는 왜 홍콩에 다시 갔을까?

센트럴 소호의 힐사이드 에스컬레이터. 외국인들이 몰려 있는 펍 주변


1. 홍콩은 짧은 비행 시간에 비해 비교적 "외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어느 나라든 비행기 타고 나가면 남의 나라고 외국이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과 시간 변수가 주어지면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 해외 여행을 나가는 이유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조금 내려놓고 자유롭고 싶을 때 여행을 계획한다. 이왕 떠나는 거라면 국내에서 느끼지 못하는 가장 "외국스러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물론 머나먼 유럽이나 호주 등 대륙을 바꿔가면 그 다름이 극대화되겠지만 비행 시간, 예산 대비 홍콩은 매우 "외국" 같은 곳이다.

빅토리아 피크 정상에서 찍은 홍콩 전경


홍콩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면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빽빽한 빌딩숲, 초고층 빌딩과 좁은 거리를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트램, 2층 버스 등에 시선이 압도된다. 한 친구는 홍콩을 떠올리며 "미래 도시"를 보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동안 영화 속에서 봐왔던 과밀한 도시 인구, 높고 깊어지는 아파트, 하늘 땅을 가리지 않는 복잡한 교통 체계 등이 홍콩을 모델로 삼은 것 같다는 의미란다. 30, 40층은 거뜬히 되어 보이는 아파트, 창문 밖에 위태롭게 걸려 있는 빨래, 틈이 넓지 않은 건물 사이의 공간, 좁은 도로에서 맡닿을 듯 왔다갔다 하는 트램과 가로 폭이 길이에 비해 매우 좁아보이는 2층 버스 등이 그런 도시 풍경을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눈돌리는 곳곳에 산이 있고, 공원이 있고, 작은 뒷골목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홍콩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홍콩 도서관 앞 고층빌딩 숲


특히 홍콩 시내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스탠리(Stanley)"는 바다 근처 해변의 한적함과 동네 시장의 북적임을 한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홍콩 시내와 매우 상반된 느낌을 주는 동네이므로 여유가 된다면 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스탠리 마켓 주변 광장


개인적으로는 여행 내내 홍콩 도로를 지나다니는 트램과 2층 버스를 구경하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 없었다. 물론 차에 올라 2층 창가에 앉아서 거리 곳곳을 내려다 보는 것도 신나는 일이었고, 좁은 도로폭에 맞춰 전깃줄을 매달고 조심스레 달리는 트램의 색다른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여행의 또다른 재미였다.

트램 2층에서 본 홍콩 거리


2. "딤섬"으로 대표되는 서민 음식의 천국으로 식비가 저렴하다.

홍콩에서는 딤섬만 먹어도 세 끼가 전혀 물리지 않는다. 딤섬의 종류는 그만큼 다양하고 찾는 가게마다 맛도 천차만별이다. 여행 가기 전 조금만 인터넷을 찾아봐도 홍콩의 무수한 맛집을 검색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추천하는 홍콩 음식은 바로 "딤섬"이다. 만두처럼 생겼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모양도 종류마다 다르고 딤섬과 함께 곁들여 주문할 수 있는 사이드 요리도 제각각이다. 말 그대로 취향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완차이 근처의 "딤딤섬"을 최고의 맛집으로 추천한다.

전 세계 관광객이 인정한 맛집 홍콩 완차이 주변의 딤딤섬


돼지고기나 새우가 가득 들어간 딤섬에, 채소 볶음, 고추 튀김, 면처럼 만든 두부와 양배추 절임, 와사비 도넛 등 두 사람이 몇 개씩 시켜서 배불리 먹어도 2만원을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과 최강의 맛을 자랑하는 가게다. 워낙 소문난 맛집이라 식사 시간 근처에 가면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한다. 테이블도 작고 개인 공간은 거의 기대할 수 없이 옆 테이블과 꼭 붙어 앉아 식사를 해야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강추한다. 인터내셔널한 맛집답게 가게 안은 현지인을 비롯해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로 가득 차 있다. 티(tea) 값은 인당 3달러 정도.  


완탕면도 홍콩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꼽히는데, 개인적으로는 딤섬에 비해서는 강한 향신료나 국물 속 재료 구성이 입에 잘 맞지는 않았다. 롼콰이퐁 근처의 유명한 가게나 여행 책자에서 소개하는 맛집에 모두 가봤지만 푹 삶아내어 국물에 메인 재료를 곁들여주는 조리법 때문인지, 아니면 고추가루 등을 쓰지 않는 자극이 덜한 국물맛 때문인지 한국 라면을 최고로 치는 내 기준에는 맛있지 않았다.


홍콩의 유명한 애프터눈 티 같은 건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하지만 여행 중 즐겨먹게 되는 대부분의 음식은 한국에 비해서는 저렴하다고 느껴지는 수준이고, 거리 곳곳에 위치한 슈퍼마켓 체인인 "웰컴(Wellcome)" 정도만 잘 이용해도 물이나 음료수, 여행 중 필수로 섭취해야 하는 과일, 기타 간단한 요깃거리를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웰컴의 과일 코너


3. 망고 모찌, 제니 쿠키, 에그 타르트 등 입이 쉴 틈을 주지 않는 맛깡패 간식 거리가 많다.

홍콩 여행에서 먹었던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던 걸 딱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망고 모찌"를 꼽겠다. 홍콩에 에그 타르트나 빵 종류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망고 모찌를 알려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여행 내내 매일 그 가게에 찾아갔을텐데. 사실 망고 모찌를 만난 건 "마약 쿠키"라고 불린다는 "제니 쿠키"를 사기 위해 셩완에 갔을 때다. 제니 쿠키 골목에 있는 이 가게에서는 과일이 들어 있는 모찌를 판다. 저녁 식사 전 출출함을 달래고자 딱 하나만 사먹을 계획이었는데, 가게 언니가 추천하는 제일 맛있다는 망고 모찌를 먹자마자 딸기, 키위 모찌까지 다 달래서 맛을 볼 수밖에 없었다. 생과일이 통째로 들어 있고 특히 망고의 경우에는 과일 사이즈에 비례해 모찌 크기도 압도적이고, 그 달달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덥고 습한 홍콩 날씨에 딱 맞는 시원, 상쾌, 달콤한 맛이랄까?


제니 쿠키는 과연 마약 쿠키라는 별명답게 한입 먹자마자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움이 있었다. 쿠키를 집을 때도 살살 집어야지 조금만 힘을 주면 손가락에 닿지마자 부스러진다. 원래는 여러 가지 넛츠가 믹스된 쿠키 종류로 사고 싶었지만 저녁 나절에 가서 이미 매진되었기 때문에 실제 맛을 본 건 4가지 종류의 버터 쿠키가 들어 있는 제품이다. 커피와 먹으면 기가 막히는 맛! 유명한 홍콩의 에그 타르트는 거리 곳곳에서 판매하고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당 보충용으로 간간히 사먹었는데, 이미 한국에서도 많이 먹어본 보편적인 맛이라 색다른 감동은 그닥 크지 않았다. 오히려 돌아오는 길에 여유가 된다면 홍콩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단한 간식 거리 중 파인애플 파이를 맛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개당 천 원 정도로 싼 편은 아니나 간식 거리의 천국 홍콩답게 파이 속에 들어 있는 달달한 파인애플 잼 맛이 일품이다.


4. 가까운 거리와 저렴한 비행기 요금으로 큰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아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요즘 홍콩을 오가는 저가 항공이 워낙 잘 되어 있어 표를 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고, 적당한 프로모션을 끼고 가면 일반 요금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비행기를 탈 수 있다. 3시간 반 정도면 11시간, 12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여행지에 비해 매우 가까운 편이고 그만큼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피로도 적다. 물론 저가 항공을 탔을 때는 물 하나 사먹는 것도 모두 비용을 부담해야 하긴 하지만 여행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면 참을 만한 수준. 공항에 가기 전 가방에 간단한 간식 거리와 과자 정도를 챙겨갔는데 입국 심사에서 크게 문제 삼지 않아 비행기에서 나름의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


그밖에도 멋진 야경이나 동양의 작은 유럽이라 불리는 마카오와도 가깝고, 관세가 붙지 않는 쇼퍼의 천국 등 홍콩에 가야 하는 이유는 한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다음 편에서는 홍콩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홍콩 여행 시 꼭 챙겨야 할 것&유의 사항 등을 소개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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