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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Feb 06. 2018

나는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고 있을까?

∙ 토익 750 이상에 준하는, 어느 정도의 어휘&문법을 알고 있는 학습자
∙ 리딩&리스닝은 상대적으로 괜찮으나 스피킹만 안 되는, 삐뚤어진 균형을 가진 학습자
∙ 영어에 있어서 오로지 스피킹만을 다룸



INTRO: 우리가 영어회화를 자꾸만 포기하는 이유


Question

'나는 연속으로 5개월 이상, 하루 1시간씩 꾸준히 회화 공부를 해보았다'


위 질문에 Yes라고 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나가는 모르는 외국인에게 "You want coffee with me?"라고 말 걸 만큼 열정적이었던 필자마저도 No이다. 개인 의지의 문제로 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한다. 하다가 말다가... 하다가 말다가... 다들 그렇지 않은가?



여러 이유 중에 하나는 목표가 불분명해서이다. 목표가 추상적이어서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하다가 금방 지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당장 필요하니, 영어 면접을 봐야 하니 영어회화를 늘려야지!"는 좋은 목표가 아니다. 잘해진다는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측정할 수도 없다. 현명한 목표는 '1달 안에 단어 300개 외우기, 미드 3편 보기, 패턴회화 100개 외우기' 등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셀 수 있는 결과가 없다면 성취감은 떨어지고 이는 곧 실패로 이어진다. 


따라서 영어회화에 있어서, 측정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려고 한다. 복잡할 것 없이, 딱 하나의 단어로 정리하겠다. 뿐만 아니라 예상 독자라면, 왜 이 목표가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제시하겠다.


BODY 1: 최고 목표는 F00000이다.


1. 목표가 아닌 것



위에서 언급한 단어 몇 개 외우기, 숙어 몇 개 외우기 또는 영어 라디오 1단원 듣기는 목표가 아니다. 왜냐하면 측정 가능할 지라도, 영어회화 향상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단어, 숙어, 표현, 슬랭 외우기, 리스닝, 리딩 공부하기는 예상 독자 범위에서는 회화에 1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인지는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하게 다루겠다. 한편, 단순히 "영어회화를 늘려야지!"와 같은 목표는, 결과를 가시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좋은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측정 가능한 목표를 구상해야 한다.


2. 단 하나의 목표, Fluency



제시하고자 하는 영어회화의 최우선 목표는 딱 한 단어, Fluency이다. 실망하지 마시라. 역시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정의와 예시를 통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개념으로 변환하겠다. 우선 필자는 Fluency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영어 문장을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그렇다. 우리의 목표는 영어 문장을 지금보다 더 빠르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Fluency는 속도의 개념으로 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측정될 수 있다. 다음 예시를 통해 Fluency를 이해해보자.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내가 누구를 봤는지 알아?" 



[걸린 시간=Fluency]

a) Um.. as soon as... I came.. into the restaurant, you know.. um... who, who I saw there? [3초]

b) As soon as I came into the restaurant, do you know who I saw there? [1초]


두 예시는 똑같은 단어와 문법에 기초한다. 하지만 문장을 완성하는데 a)는 3초, b)는 1초 걸렸으므로 b)의  Fluency가 a)보다 3배 높다. Fluency의 핵심은 속도이고 측정 기준은 시간이다.  그리고 이것이 '스피킹이 향상되고 있는가?'의 기준이 되어야만 한다. 영자 신문을 백날 보면 뭐하나? 간단한 문장 말하는데도 2~3초 이상 걸리는데.


3. Fluency 측정 방법



∙ 4가지 질문


회화 공부를 꾸준히 했는데 Fluency가 향상되지 않으면, 즉 말하는 속도가 빨라지지 않으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영어를 할 때마다 일일이 타임워치로 시간을 젤 수는 없지만, 속도 향상은 분명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속도 향상이 영어회화 향상의 핵심이자 본질이다.


좀 더 측정 가능하게 바꿔보자. Fluency는 '있다' 또는 '없다'의 이분법적이지 않다. 0~100%로 환산할 수 있는 연속적인 개념이다. Fluency는 다음과 같이 측정하고 나아가 스스로 체감할 수 있다. 


1) 전체 영어 문장 중 몇 %를 매끄럽게 말할 수 있는가?

 → Fluency 20% = 전체 문장 중 20%만을 매끄럽게, 속도감 있게 말할 수 있음.

 → Fluency 80% = 전체 문장 중 80%를 매끄럽게, 속도감 있게 말할 수 있음.


2) 네이티브의 몇 % 속도로 말할 수 있는가?

 ∙ 네이티브: "As soon as I came into the restaurant, do you know who I saw there" [1초]

 → Fluency 100%

 ∙ 우리: "a) Um.. as soon as... I came.. into the restaurant, you know.. um... who, who I saw  there? [5초]

 → Fluency  20% →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거의 불가


3)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속도의 몇 % 속도로 말할 수 있는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말하기 속도를 딱 하나의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구나 동의할 만한, "아, 저 사람 영어 잘하는구나" 하는 범위는 생각할 수 있다. 굳이 숫자로 말하자면, 원어민 속도의 70%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질문에서 최종 목표는 물론 100%이다. 


4) 과거 1달 전 보다, 말하기 속도가 몇 % 빨라졌는가?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측정 방식이다. 여기서 % 는 0~100이 아니다. 제한이 없다. 오히려 -20%로 떨어질 수도 있고, 50%, 100% 심지어 200%까지도 향상될 수 있다. a)~d) 중 숫자로 나타내기에는 가장 모호하다. 하지만 과거와의 비교는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도 가장 명확하게 체감할 수 있는 지표이다. 그런 점에서 목표 측정에 가장 용이하다.


∙ Fluency는 속도로, 측정 가능하다.


1)~4) 중 어떤 질문을 기준으로 삼던, Fluency의 핵심은 같다. Fluency는 빨리 말할 수 있는 속도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숫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측정 가능한 개념이다. 예컨대, 녹음을 해서 3개월 전과 현재의 말하는 속도를 비교하면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 발음이 아무리 좋아졌어도, 버벅대는 정도가 똑같다면 Fluency 발전은 0이라고 봐야 한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빨라졌다면, 당신은 올바르게 공부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니 굳이 녹음할 필요도 없다. 어휘, 발음, 인토네이션은 그대로일지라도 3개월 전 보다 말하기 속도가 1.5배 정도 빨라졌다면, 다시 말해 버벅거리는 정도가 50% 줄었다면, 나 스스로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 3개월 만에 만난 외국인 바이어는 훨씬 더 잘 인지할 것이다. Wow라는 감탄사와 함께.


BODY 2: Fluency를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하는 이유


1. Communication



왜 단어 암기도 아니고, 표현 암기도 아니고, Fluency 향상이 최우선 목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영어 스피킹을 배우는 목적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멋진 원어민 표현을 자랑하기 위함도 아니고, 자기만족을 위함도 아니다.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기 때문에, 그리고 당장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 영어로 질문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싶다. 직장에서 영어 미팅 시간에 의견을 피력하고 싶다. 한국어보다 어렵기야 하겠지만 영어 PT도 자신감 있게 하고 싶다.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이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이다.


확실한 건 Fluency가 떨어지면 결코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다. 한 마디, 한 마디 정확하게 말하면 뭐하나? 한 문장 내뱉는데 자신도 민망할 만큼 오래 걸리는데. 반대로, 문법적으로 틀리고 100% 정확한 어휘를 쓰지 않더라도 빠르게 뱉을 수 만 있다면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하다. 실례는 얼마든지 있다. 영어를 제 2 외국어로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우리가 결코 좋은 발음이라고 간주하지 않는 인도 영어, 시제 따윈  다 무시하는 프랑스 친구, 기초적인 어휘로 할 말 다하는 어린아이들. 이들은 원어민처럼 100% 정확성을 자랑하지도 않고 때때로는 필자가 인식할 만큼 많은 실수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속도감 있게 스피킹 하며 커뮤니케이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2. 극단적으로  높은 Fluency ① 



예시를 통해 Fluency의 Communication에 대한  영향력을 살펴보자. 다음 ①의 Fluency는 얼마나 될까?


① to soon as I come restaurant, you know what I see? [1초]

※ as soon as 틀림 / 정관사 the 안 씀 / 전치사 into 안 씀 / who 대신 what / 과거형 saw 안 씀


정답은? 100%이다. 왜냐하면 full senetence 완성 시간이 원어민 속도와 같을 만큼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비록 문법적으로 좀 틀리고, 어휘도 부적절해도 Fluency 관점에서는 백점만점이다. 필자가 제시하는 fluency 목표는 극단적이다. 우선은, 문법적으로 틀려도 괜찮다. 부적절한 어휘를 쓰고 표현이 이상해도 괜찮다. 발음이 좀 나빠도 되고 인토네이션도 없어도 된다. 우선은, 우선은, 문장을 빠르고 매끄럽게 말할 수 있는 fluency부터 갖춰야 한다.


3. 극단적으로 낮은 Fluency ②



위 예시를 다시 끌고 오겠다.


② Um.. as soon as... I came.. into the restaurant, you know.. um... who, who I saw there? [5초]


①과 반대의 경우이다. Fluency 빼고 모든 게 완벽하다고 치자. 완벽한 발음, 완벽한 문법적 지식, 모든 원어민 표현을 숙달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여전히 스피킹 속도는 답답할 만큼 느리다.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까? 없다. 위 문장이 10 문장, 20 문장 반복된다고 생각해보라. 처음이야 배려야 주겠지만 나중에는 스스로가 민망해서 영어를 쓰지 않으려고 할 거다. ①과 ②를 상상해 비교하면 딱 알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② 보다는 ①을 최우선 목표로 잡는 게 현명하다. 왜냐? 당신은 언제 당장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할지 모른다. ②는 완벽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느려서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지만, ①은 조금 틀려도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빠르게 말하니까.


CONCLUSION: Fluency만 잡아도 영어 잘한다는 소리 듣는다



요약하자면,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아래와 같다.


Fluency 향상

= Fluency 80% 이상으로 올리기

= 자신이 말하는 전체 문장의 80%는 매끄럽고 속도감 있게 말하기

=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지장 없을 정도로 속도 올리기

= 1달 전 말하기 속도보다 최소 1.5배는 빨라지기. 

= 발음이 좀 안 좋더라도, 문법적으로 틀릴지라도, 적절한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어색한 표현을 쓰더라도

일단은 영어 문장을 빠르게 내뱉기.


목표만 이렇게 잡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스스로 평가할 수 있다. 3개월 이상 공부했는데, 체감되지 않을 만큼 스피킹 스피드가 안 올라간다? 열심히 노력한 건 칭찬하지만, 멍청하게 공부한 자신을 자책하시길 바란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나, 가르치고 있는 학생 경험으로나 Fluency는 생각보다 빠르게, 눈에 띄게 올라갈 수 있다. 효율적으로만 한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결국 말하기 Fluency를 올리려면 단어, 표현, 패턴, 숙어, 문법 등을 더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거 말고 또 뭘 공부할 수 있는데? 이렇게 생각한다면 다음 포스팅을 필독하길 바란다. 경험적으로도 이미 우린 알고 있다. 만약 맞다면, 수능 1등급, 토익 900점 이상 맞으면 그에 상응하는 문법, 단어만큼 스피킹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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