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도우 스피킹
큰 소리로 소리 내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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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스피킹 공부가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건 알겠으나 위 방식대로라면 안타깝게도 유의미한 스피킹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럼 진짜 스피킹 공부는 무엇일까?
스피킹을 연습하려면 먼저 정확히 스피킹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영자 신문을 큰 소리로 소리 내서, 열심히 반복해서 읽으면 스피킹일까?
아니다. 이건 그냥 영어를 소리 내서 읽기 연습이지 엄밀히 말하면 스피킹 한다고 볼 수 없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스피킹을 소리 영역과 머리 영역 두 가지로 분해하겠다.
소리 영어는 발음, 인토네이션, 리듬감, 엑센트를 포함한다. 한 사람의 영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들리는가를 결정한다.
단소 불기를 비유로 들자면 얼마나 깨끗하고 맑은 소리를 낼 수 있는가이다.
어떤 사람은 아예 소리를 내지 못하고 (=발음, 인토네이션이 완전 틀리고), 어떤 사람은 소리를 내긴 내는데 바람 빠진 소리도 같이 나며 (영어 소리가 좀 어색하다), 어떤 사람은 완벽하게 청명한 소리를 낸다. (소리 영어가 완벽하다)
소리 영어는 영어 회화 학습 시 우리가 가장 먼저 접하는 요소이다. 왜냐하면, 겉으로 바로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연음, r/l 발음 등 한국어랑 많이 달라서 습득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리 영어와 별개로 스피킹에는 머리 영어가 있다. 머리 영어는 영어 문장을 빠르게 완성해 낼 수 있는 일종의 정보처리, 계산, 암산 능력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스피킹 시 필요한 영단어를 빠르게 떠올리고, 떠올린 단어들을 영문법에 맞게 재배열해서 완벽한 문장을 1~2 초 내로 내뱉을 수 있다.
머리 영어는 한 사람의 영어가 얼마나 유창하게 혹은 답답하지 않게 들리는 가를 결정한다.
단소 불기로 치면, 얼마나 빠르게 악보를 읽을 수 있는가이다. 나아가, 빠르게 손가락 위치를 이동해서 막힘없이 한 곡을 불 수 있는 연주 능력이다.
주의할 점은 소리 영어와 머리 영어는 서로 독립돼있다는 사실이다. 발음이 좋다고 해서 결코 유창하게 말하는 건 아니다. 반대로 유창하게 말해도 발음이 좋지 않을 수 있다.
단소 소리를 청명하게 낸다고 해서 악보를 잘 보고,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거꾸로, 곡을 무리 없이 연주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꼭 하나하나의 소리가 청명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머리 영어는 등한시하고 소리 영어에만 집중한다. 아니, 애초에 명명되는 이름이 없어서 인지 아니면 겉으로 잘 티가 안 나선 지 머리 영어 요소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학습 예시가 쉐도우 스피킹이다. 쉐도우 스피킹은 영어 소리를 그대로 카피하는 연습이다. 소리를 베끼기 때문에 당연히 발음, 인토네이션을 포함해서 전반적인 소리 영어를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쉐도우 스피킹 시에는 머리를 굴려서 정보 처리를 하지 않는다. 소리를 따라가기 바쁘기 때문에 스스로 단어를 떠올리고 문법 규칙을 적용해서 완벽한 영어 문장을 만들어 보지 않는다.
쉐도우 스피킹만 했을 때의 결과는 분명하다. 발음은 좋은데 영어를 버벅거린다. 영어 지문을 보고 원어민과 비슷하게 읽을 수 있는데 지문이 없는 막상 실전에서는 몇 마디 못한다. 연습한 소리를 적용할 문장 자체를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음 교정, 큰 소리로 따라서 반복해서 말해보기 모두 머리 영어 모두 마찬가지다. 영어를 입에 익힐 수 있을지언정 머리로 훈련하지 않는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로 머리 영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 커뮤니케이션 기여도
머리 영어를 잘해야 외국어 공부의 본질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두 가지 대조되는 경우를 보자.
스터디를 다니다 보면, 발음은 진짜 어디 살다 온 거 같은데 대화를 해보면 같은 말만 반복하거나 I think, you know, like를 연발하며 정작 하고 싶은 얘기를 못한다.
대표적인 반대 케이스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님이다. 반기문 님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소리 영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머리 영어는 그야말로 완벽하다. 다양하고 심도 있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빠르게 영어 문장으로 치환해낼 수 있다.
여러분이라면 둘 중 누구와 일을 하겠는가? 당연히 후자이다.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음이 안 좋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유창성이 떨어지면 이해할 문장 조차 만들어 낼 수 없다.
2. 학습 용이도
경험적으로 소리 영어는 금방 개선할 수 있다. 제대로, 적정시간만 투자하면 한 달이면 충분히 괄목할만한 소리 영어 성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머리 영어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다시 단소 비유로 돌아가자면, 단소 구멍을 잘 막아서 소리를 내는 건 단기간에 기를 수 있다. 그러나 빠르고, 많은 손가락 변환을 요하는 연주 능력은 하루아침에 발달시킬 수 없다.
3. 각 요소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EBS에서 재밌는 실험을 했다. 반기문 UN 연설을 틀어 놓고 화면에는 다른 중년 남성의 사진을 띄웠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에게 영어를 평가할고 했더니 평균 100점 만점에 30점 점수를 받았다.
겉으로 잘 잡히는 소리 영어만 보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인지,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유창한 속도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가 얼마나 스피킹을 치우치게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예다.
소리 영어 vs 머리 영어
자신에게 물어보자. 발음, 인토네이션은 완벽하지만 기본적인 문장도 버벅거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소리는 좀 깨지지만, 영어 발표, 토론, 회의에서 거침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빠르게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머리 영어는 또다시 지식과 능력이라는 2가지 요소로 나뉜다.
다음 글에서는 이 틀을 통해서 어째서 유튜브 보기, 미드 시청, 영자 신문 읽기가 스피킹에 도움이 1도 안 되는지 살펴보겠다.
그리고 무엇이 진짜 스피킹 공부인지 제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