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규열 May 28. 2019

한글로 생각하고 영어로 말하나요?

한국어와 영어 둘 다 구사하는 사람은 영어로 말을 할 때 한국어로 생각하고 말할까, 아니면 그냥 영어로 곧장 말할까? 


이 질문에 필자는 좀 더 자세하게 답할 수 있다. 


과거에 영어를 못 했지만 의식적 학습을 통해서 영어를 꽤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어로 말하는 과정에서의 변화를 몸소, 그것도 의식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위 질문은 필자도 매우 궁금하던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한글→영어 치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냥 바로바로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말을 한다.     




영어 스피킹에서 필자가 겪었던 과정을 3단계로 나눠서 설명하겠다. 


3단계 변천사를 이해하면 어째서 한글→영어 치환 과정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지, 나아가 스피킹을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스피킹 초급

스피킹 학습 초반에는 영어로 말을 할 때 2단계를 거친다. 첫째, 전체 한국어 문장을 생각하고 나서 둘째, 영어로 한글을 치환한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탔었다면 돈을 더 절약했을 거라고 생각해?”


→"Do you think that you could have saved more money if you had taken a subway instead of a bus?"      


1) 한글 전체 문장 생각하기

위 문장을 영어로 말하려면 영어 이전에 한국어 전체 문장 “만약~생각해?”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고는 영어를 애초에 말하지 못하거나 틀리게 말한다.      



왜냐하면, 한글 순서와 영어 순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글에서는 ‘생각해?’가 마지막에 나오지만 영어에서는 ‘Do you think’가 가장 앞에 위치한다. 또한 ‘~대신 지하철을 탔었다면’도 영어에서는 'take a subway instead of‘로, instead of의 위치가 다르다.      


한글 순서에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바로 영어로 말하려면 if you instead of had taken... do you think? 와 같이 말은 영어로 하는데 순서는 한글인 이상한 영어를 구사한다.     


일단 한글로 전체 문장을 생각해야 영어 순으로 어떻게 문장을 새롭게 재배열할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다. `~생각해?‘ 까지 끝까지 그림을 그려봐야 비로소 영어로 말할 때 Do you think를 배치할 수 있다.   

         

2) 한글영어로 치환하기

영어로 치환하는 데는 연상과 조합이라는 2가지 정보 처리 과정이 수반된다. 예컨대, 한글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 ‘생각하다=think’, ‘절약하다=save’, ‘지하철을 타다=take a subways’, ‘대신에=instead of’를 연상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영어 문법에 따라 단어들을 적절히 조합해야 한다. ‘의문문=Do+you+think’, ‘과거에 할 수도 있었음=could+have+saved’, ‘가정법 과거 완료=If+you+had+taken’과 같은 조합 계산을 한다.  


   

학습 초반에는 연상, 조합을 다분히 의식적으로 수행한다. ‘절약하다가 영어로 뭐였지?’, could 다음 have 다음 pp가 와야지!‘ 와 같이 말이다.      


영어로 말하는 속도가 느려 터질 수밖에 없다. 일단 한글로 전체 문장을 생각하는 데 시간이 들어가는 데다가 영어로 변환하는 속도까지 느리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문장이 길어질수록 말하는 속도는 급격하게 저하된다. 예를 들어 a bus 뒤에 관계 대명사를 붙여서 ‘instead of bus which I believe must bee much cheaper’로 길어졌다면 스피킹 난이도가 몇 배로 뛴다.     


2. 스피킹 중급

하지만 위 문장 구조인 ‘의문문+가정법 과거완료’로 구성된 다른 영어 문장을 많이 만들다 보면 ‘한글 전체 문장 생각하기’ 과정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그래서 치환 과정 없이 바로 영어로 문장을 만든다.      


- Do you think we would have gone on a picnic if the weather had been fine? “

- Do you think you should have bought me a diamond ring if you had gotten a job?   

-... 반복

  

왜냐하면 ‘의문문+가정법 과거완료’ 구조가 항상 ‘Do you think → would have p.p → if had p.p’ 순서로 오는 걸 반복 인지하고, 이에 따라 이 순서를 체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한글 전체 문장을 떠올리지 않고 대강 뭉뚱그려 생각만 하더라도 그전에 이미 영어 순서를 완성할 수 있다. 스케치 작업 없이도 큰 그림을 바로 그릴 수 있다. 


한글→영어 치환 과정을 거치지 않으니 초반보다 말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그러나 여전히 연상과 조합 정보처리는 수행해야 한다. 전체 그림만 빠르게 그리지 세부적으로 ‘소풍 가다 = go on a picnic’을 연상하고 ‘would+have+gone on a picnic’, ‘if the weather had been‘으로 조합하는 건 아직 의식적으로 계산한다.     


go on a picnic 대신에 go to가 떠오를 수도 있고, would have gone에서 have를 빼먹을 수도 있고, had been 대신에 그냥 was를 쓰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나씩 생각하며 말을 하기 때문에 아직 말하는 속도가 완벽하게 빠르진 않다.



3. 스피킹 고급

‘의문문+가정법 과거완료’를 더 반복해서 만들수록 연상과 조합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예를 들어 10 문장 만들어 봤을 때보다 100 문장 만들어 봤을 때 훨씬 더 빠르게 영어 문장을 구사할 수 있다.     


"Did you think you would have stayed up all night if I had not helped you last weekend?" 

  

예를 들어 10 문장 만들어 봤을 대는 ‘밤새다=stay up all night’를 떠올리는 데 2초, would+have+stayed 조합하는 데 2초 걸렸고 치자. 만약 100 문장을 만들어 봤다면 각각 0.2초도 안 돼서 계산하기 때문에 더 속도감 있게 전체 문장을 완성할 수 있다.     



만약 1,000 문장을 만들어 본다면? 한글은 애초에 떠올릴 필요도 없고 연상과 조합을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수준까지 도달해서 거의 원어민 버금가는 속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한국어로 말할 때 ‘도와주지 않았‘었’다면, 밤샜‘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를 일일이 의식적으로 계산하지 않고 말하듯이 말이다.     


당연한 결과다. 반복의 본질은 의식에서 무의식으로의 전환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는 I think that을 ‘나는 생각해’라고 한국어로 먼저 생각하지도 않고 I+think+that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왜? 이 구절만큼은 너무 많이 반복해보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중급 이상부터는 한글→영어 치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한국어 말하듯이 추상적인 생각 자체로 할 말을 가지고 있거나 영어로 말을 하면서 할 말을 떠올린다.      


다만, 영어로 문장을 만들어 내는 두 가지 과정, 연상과 조합을 얼마나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속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연습이 충분히 반복되면 이 두 가지 과정 역시 사라진다. 


정확히 말하면, 무의식 영역에서 처리되면서 모국어처럼 완벽하게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내뱉게 된다.     



필자의 CASE

필자의 경우 70~80% 이상은 바로바로 즉각적으로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다. 아래 문장은 되려 한글로 생각하고 영어로 뱉는 게 더 불편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비교급] The rate of return of the stock A was higher than that of the stock B.  

[의문문] Was the rate of return of the stock A higher than that of the stock B?

[가정법] If you had sold the stock A, you would have gotten more return.      


그런데 나머지 20~30%, 어려운 문법 구조, 특히 그 구조들이 섞여서 장문이 되면 한글로 어느 정도 생각을 해야 하고 나아가 의식적으로 문장을 조합해야 할 때가 있다.      


How much higher do you think the rate of return would have been if you had sold the stock A 5 days before 28th, June?      


위와 같은 문장은 중간에 1~2번 정도 끊기거나 평상시보다 말하는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처리 단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스피킹을 잘하려면? 뻔한 이야기이지만 영어 문장을 많이 만들어 봐야 한다. 


그런데 이 뻔한 원칙이 많이 간과되고 있다. 가정법 과거 완료 설명을 듣고, 이해하고, 예문을 많이 보는 데 정작 스스로 문장을 많이 만들어 보지 않지 않는가? 그건 리딩, 리스닝 공부다.    


 

필자가 처음부터 위 예시 비교급, 의문문, 가정법 완료를 거의 무의식적 차원에서 빠르게 말했었을까? 


결코 아니다. 처음에는 한글로 생각하고, 단어를 떠올리고, 의식적으로 문법 규칙을 계산했다. 


그런데 반복해서 라이팅 하고 스피킹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간 과정이 생략되고 나중에는 바로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러 문법이 섞인 장문인 마지막 예문도 10개, 20개, 50개 만들다 보면 버벅거림이 줄 것이며 결국에는 다른 문장처럼 매우 빠르게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 




영어 리스닝 358일 매일 들어본 결과

https://www.youtube.com/watch?v=f4lGg5gC9M0


2시간 원데이클래스 <영어회화 로드맵>

https://smartstore.naver.com/mrfluency/products/11091783327


국내파 월간 레터

https://englishtrainer.stibee.com/

매거진의 이전글 쉐도우 스피킹 주의사항 3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