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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Jun 22. 2019

영어, 한국에서 하니까 더 유리하던데요?

해외 경험,  그 딴 거 없이도 영어 압살 할 수 있다!

대학교 3학년 때 건강 문제로 교환 학생을 가지 못했다. 토플 점수도, 영어 인터뷰도 모두 통과했는데 억울했다. 억울함은 둘째치고 불안했다. 남들에 비해 뒤처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주변을 보면 6개월씩은 교환학생을 갔다 왔으니까. 



나는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은 영어 환경에 노출돼있으니 자연스럽게 영어가 늘 테니까. 반면에 나는 영어를 쓸 환경이 없으니, 해외 경험이 없으니 영어, 특히 스피킹은 못할 수밖에 없다고 합리화했다. 


애초에 교환 학생을 신청한 이유도 영어권 국가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게 되니 그냥 잘해질 거라는 막연함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건대, 교환학생을 가지 못한 건 참으로 행운이었다. 그때 아팠던 내 몸에 대해 감사하기까지 하다. 강제적인 신의 한 수였다. 


역설적으로 교환 학생을 가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만 공부를 했기 때문에 영어 회화를 더 잘해졌다. 교환학생, 어학연수 1년을 갔다 온 주변 친구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 종종 영어를 쓸 때면 어디서 살다왔냐고 질문을 듣는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불리하니까...


국내에서만 영어를 배우면 불리하다는 인식 자체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강력한 에너지원이 됐다.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고자 어떻게든 한국에서 한 마디라도 더 해보려고 노력했다. 


막무가내로 영어 전용 수업을 신청했다. 토론, 발표, 리포트가 많은 수업으로 골라 들었다. 스피킹이 안되니 수업 전에 미리 질문 거리, 말할 내용을 라이팅으로 정리해갔다. 교수님의 질문에는 물론이고 항상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서 영어로 말을 했다. 


     

굳이 들을 필요도 없는 계절학기 영어전용 수업도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매일 교수님을 기다려서 추가적인 질문을 했다. 언제는 교수님께서 교내 병원에 가신다고 해서 저도 그쪽으로 가는 길이니 무작정 동행해서 수업 내용을 영어로 물어봤다. 결국 병원 안까지 따라 들어갔다.      


결국, 나중에는 아예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학부로 다중전공을 했다. 교양 수업도 일부로 영어 전용 수업으로 들었다. 학점이 잘 안 나올지라도, 스트레스를 받을 지라도 말이다. 



영어 환경은 스스로 만들면 된다


왜? 지금 이 순간에도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은 영어를 쓰고 있을 텐데 나는 그런 기회가 없으니 학교 수업이라도 모두 영어로 들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학교 수업 외에도 별도로 영어 공부를 했다. 영어 스터디에 참석하고, 미드, 유튜브 학교 오가며 항상 영어를 보고 들었다. 카톡, 메도도 모두 영어로 하려고 했으며 오죽했으면 한국어 수업인 전공 수업도 필기를 모두 영어로 바꾸는 연습을 했다. 샤워할 때면 배웠던 영어를 혼자 중얼중얼거렸다. 


한국어 수업 영어 필기


언제 어디서나 영어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압박감, 강박감을 스스로 만들었다.


그 결과 한국에 살았지만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아마 교환학생 나간 친구들보다 더 밀도 있게 영어에 노출됐을 것이다. 불리하다는 그 인식 때문에 스스로 영어로 말하는 환경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안 나가길 잘했다


만약 그때 교환학생을 갔었다면 어떻게 됐었을까? 처음에 가졌던 생각, 즉 ‘외국에 나왔으니 자연스럽게 영어가 늘겠지~’라고 생각하며 수동적으로 학습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영어 실력도 고만고만했을 것이다. 


3년이면 몰라도 6개월, 1년은 그냥 영어권에 거주만 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에는 딱 봐도 너무 짧다.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었겠지. 왜 교환학생을 나갔다 왔는데 영어가 이 모양일까? 내가 언어적 재능이 없나? 이력서에 해외 경험이 있다고 써야 하나? 그렇게 영어 잘하지 않는데...     



설령 운 좋게 정말 인텐시브한 영어 환경에 놓였어서 영어가 확 늘었다 하더래도 한국에 돌아오는 순간부터 고민했을 것이다. 영어를 안 쓰니 실력이 점점 떨어졌을 테고 어떻게 유지할지를 몰랐을 테니까. 외국에 평생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교환학생을 나가지 않은 덕분에 오버해서, 필요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영어를 공부했고 그래서 지금은 굳이 외국인 튜터가 없어도, 영어 전용 수업이 없어도 스스로 영어를 쓰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도 카톡은 영어로 한다


완벽히 습관화가 됐다. 지하철 오가며, 누구를 기다릴 때 영어를 듣는 게 일상이다. 그냥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반복해서 따라 말해본다. 카톡을 영어로 하다가 모르는 포현이 있으면 바로바로 찾아보고 메모해 놓는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돈 안 들이고, 별다른 노력 없이 (이미 습관이 됐으니까) 영어 실력을 향상 및 유지할 수 있는 훌륭한 일상 패턴이다.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스피킹을 해낼 수 있다. 


불리하다는 인식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면 역설적으로 더 유리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 영어로 듣고 말하는 환경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영어 스피킹, 설계해버리자.


게다가, 해외 경험 없이 영어를 잘하면 이것 자체가 벌써 엄청난 스펙이다. 필자도 국내파라는 사실 하나로 이렇게 브런치 글도 쓰고 있지 않는가.      


위기는 곧 기회다. 될 사람은 된다. 여러분도 그중 한 명이다. 환경에 휘둘리기보다는 주체적으로 지배하면서 영어를 정복해보자. 


영어 스피킹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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