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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Jul 10. 2019

김영철은 영어를 잘하는 걸까?

영어 회화를 구성하는 10가지 요소

토익 700 또는 수능 3등급 이상이지만, 스피킹은 젬병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글입니다.


개그맨 김영철 씨가 매트릭스로 유명한 키아누리브스와 영어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국내파다. 


그런데 몇몇은 “발음이 이상하다”, “엑센트가 너무 과하다”, “중학교 어휘밖에 구사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칭찬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딱 잘라 말하건대 김영철 씨는 영어를 잘한다. 엄청 잘한다. 국내파에 한정한다면 상위 1% 안에 든다고 확신한다. 


왜 그런지 자세히 살펴보자. 본 글을 읽고 난 후, 여러분은 새로운 관점으로 영어회화를 바라볼 수 있다.

     


  

영어회화를 잘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개념이 추상적일 때는 구성 요소를 하나씩 뜯어보면 명확해진다. 영어회화는 10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1. 발음

대표적으로 r/l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해서 소리 낼 수 있느냐이다. Estimate를 발음 기호에 맞게 ‘에스터메이트’라고 소리 낼 수 있다. 


2. 인토네이션

발음은 개별 단어에 관한 소리이다. 반면, 인토네이션은 문장 전체를 적절한 높낮이로 소리 낼 수 있는가이다. “Haver you ever been to London?”이 의문문이므로 맨 마지막 부분 소리를 올린다.      


3. 엑센트

미국식, 영국식 영어로 구분하는 기준이 엑센트다. 같은 영어라도 나라마다 다르게 말한다. 주의할 점은 맞고 틀린 엑센트는 없다는 사실이다. 스타일 차이일 뿐이다. 가장 보편적인 엑센트가 미국식, 영국식일 뿐이다. 인도식, 싱가폴식, 독일식, 한국식 엑센트도 존재한다.      


발음, 인토네이션, 엑센트는 공통적으로 영어 ‘소리’를 이루는 요소다. 그리고 한 사람의 영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이대는 평가 잣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리는 영어 회화의 일부 중 하나에 불과하다. 발음이 좋다고 무조건 영어를 잘하진 않는다. 발음, 인토네이션은 어디 살다 온 거 같은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어버버하는 경우를 수두룩하게 봤다.  

   

4. 단어

지겹도록 해온 단어 공부다. 암기 영역이다. ‘졸다’, ‘영업시간’, ‘참을성 없는’ 을 뜻하는 ‘fall asleep’, ‘Business hours’, ‘impatient’를 알고 있다.      


참고로 모든 단어를 다 알 필요는 없다. 현실적으로 영어로 말하는 상황은 특정 주제에 한정돼있다.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다면 마케팅 관련 영어를 공부한다. 굳이 CNN에 나오는 시사 영어는 몰라도 된다.      


5. 문법

To 부정사, 관계 대명사, 현재 완료에 대한 이해도이다. 영어 스피킹 뼈대이다. 기초 자원이다. 의문문 구조를 모르면 의문문을 말할 수 없다.      


6. 표현

자주 쓰이는 단어의 조합이다. ‘제 생각에는’, ‘도를 넘다’, ‘늦다’에 해당하는 영어 ‘In my opinion. ‘cross the line’, ‘run late’를 안다. 단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알아야 할 표현은 한정돼있다.     


7. 슬랭

Lit (쩐다), Nail it (끝내버리다), throw shade (욕하다) 와 같이 원어민들이 일상에서 쓰는 은어다. 소위 원어민 표현이다. 수능, 토익에서 표준어만 배워온 우리로서는 대부분 낯선 영어다.     


Foriegner Reaction To Korean S.A.T, YouTube, ShareHows


4~7 (단어, 문법, 표현, 슬랭)은 모두 영어 ‘지식’이다.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많이 알고 있는가에 관한 양적 개념이다. 슬랭을 제외하고는 예상 독자라면 이미 수능, 토익을 통해서 필요 이상으로 지식을 습득했다. 오죽했으면 원어민도 수능 영어를 풀지 못했을까.      


그러나 풍부한 지식이 곧 스피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영어 지문을 완벽히 독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독해 지문의 1/10도 말하지 못한다. 자전거 타는 법을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탈 수 있음은 명백히 다르다.     


8. 유창성

유창성이 실제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능력’이다. 지식을 단순히 알고만 있는 게 아니라 스피킹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다.      


가령, “내 생각엔, 심규열은 너무 참을성이 없어서 수업 중 졸 거야”를 버퍼링 없이 “In my opinion, 심규열 is so impatient that he must fall asleep during a class”라고 빠르게 말한다.     


유창성은 연상 능력과 조합 능력으로 이루어진다. 필요한 영단어를 속도감 있게 떠올리고 so that 구문에 따라서 막힘없이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완성한다.      


한 마디로 유창성은 속도이다. 버벅임이 잦아서 한 문장 말하는 데 5초 이상 걸리면 유창성이 낮다. 반면, 물 흐르듯 막힘없이 2초 내로 말하면 높다.     


9. 문화

예의, 개그코드, 표현의 기원이 문화에 해당한다. 예컨대, “I will call you back later”이라고 말하고 연락을 안 하면 상대방이 기분 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기서 later는 ‘나중에’라기보다는 ‘곧, 몇 시간 내로’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나중에 연락할 거라면 “I will call you back sometime soon”이라고 말해야 한다. 


10. 자신감

영어가 외국어고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영어로 말하기가 두렵다. 같은 레벨이더라도 자신감 있는 사람이 스피킹을 더 잘한다.      



●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10가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10가지 모두를 한 번에 쫓을 순 없다. 우리의 시간과 자원은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핵심적 영역부터 시작하자.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은 의사소통 기여도다. 내 생각을 영어로 내뱉어내는 데 영향력이 가장 큰 요소부터 파고든다. 결국, 영어 회화 공부를 하는 최종 목적은 상대방과 자유롭게 대화하기 위함이 아닌가?       


커뮤니케이션 영향력을 기준으로 10요소를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유창성★>>>>>>>>>

문법, 단어, 표현>

발음, 인토네이션>>>>>>>

엑센트, 슬랭, 문화, 자신감   

  

압도적으로 유창성이 앞선다. 왜? 아무리 문법적으로 완벽하고, 적절한 단어를 쓰고, 원어민 발음을 구사하고, 슬랭까지 섞어 쓰더라도 Ah... I think... Like... Kind of... 를 연발하며 버벅거리면서 말하면 아무 소용없다.   

   

연예인, 유명인사 영어를 평가할 때 이 유창성을 간과한다. 이미 영어 좀 한다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매끄러운 속도는 언급조차 안 한다.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높은 잣대를 들이미는 거다. 평균적인 영어 학습자를 보자. 사용하는 어휘 수준, 발음의 정확도가 문제가 아니다. 일단 막힌다. 말하고자 하는 바의 절반도 빠르게 내뱉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영어로 의사소통을 못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감이 없다. 그래서 어학원을 끊는다.      


김영철 씨가 중학교 수준의 어휘밖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심하자. 중학교 어휘를 머리로 알고 있는 거랑 스피킹 차원에서 연상하고 조합해서 빠르게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누구나 메시가 드리블을 어떻게 하는지는 머릿속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절대 메시처럼 드리블하진 못한다. 같은 이치다.      



중학교 어휘, 문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능력 자체가 대단하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영어를 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 충분하다. 아무런 문제 없이 자기 생각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창성은 10%도 안 되는데 더 고급진 어휘, 더 정확한 발음을 공부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순서에 안 맞다. 다시 말하지만, 속도부터 처리하자. 속도가 높아야 말하는 분량이 쏟아져 나온다. 분량이 있어야 고치든 말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슬랭, 문화 등은 몰라도 그만이다. 영문학을 전공하거나 아예 이민 가서 살 거 아니면 몰라도 그만이다. Lit? Cool, Great으로 말할 수 있다. Speak of the devil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의 기원을 몰라도 말할 수 있다.     



● 김영철 영어 실력 ● 

유창성 측면에서 만점이다. 인터뷰, 심지어 스탠드 코미디에서 단 한 번도 버벅거리지 않는다. 즉석에서 관객과 영어로 장난도 친다. 


나아가 발음, 인토네이션, 어휘, 문법도 스피킹 수준에서 평균보다 한 참 위라고 본다. 자신감은 말할 것도 없다.      


누구는 김영철 영어 코미디는 한국식 코미디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한국인이니까 한국식 코미디를 하는 게 당연하다. 개그 코드는 문화적 요소로 실용성 관점에서는 영어와 거의 무관하다. 


영어로 말할 때 너무 오버한다고? 그래서 오글거린다고? 그냥 김영철 영어 스타일이다. 누가 한국말로 과장해서 말하면 오버하지 말라고 하지 결코 한국말을 못 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언어 발달의 수수께끼, EBS


누구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님 보고 영어를 못한다고 하지 않는다. 실제로 EBS 실험에서 영어 전문가들은 아주 높게 평가했다. 반면, 한국인은 발음이 촌스럽다며 20점의 낮은 점수를 줬다. 유창성 개념을 놓쳤기 때문이다.     


본 글의 메시지는 하나다. 영어 스피킹을 결정짓는 요소는 유창성이다. 이에 따라 학습도 발음, 어휘, 표현이 아니라 말하는 속도에 초점을 맞추는 게 현명하다.    

 

자신이 해왔던 영어 학습을 점검해보자. 과연 유창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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