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제대로 스피킹을 공부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다. 지금처럼 열심히 한들 회화 실력이 조금이라도 나아질지 의문이다.
학습 방향에 자신이 없는 데다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으니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곤 한다.
그러므로 똑바로 공부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앞서 Fluency 향상이 판단 기준이라 말했다. 즉, 1달 기준, 스스로 영어로 말하는 '속도'가 빨라졌음을 조금이라도 느껴야 한다.
열심히 단어를 외우고, 표현을 배우고, 리스닝을 했다. 노트 필기도 빼복히 했다. 그런데 영어로 말하는 속도가 여전히 그대로다? 그럼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발음이 좋아지고, 단어 암기량이 많아졌어도 여전히 똑같이 버벅이면 무언가 잘못됬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1달이 아니라 하루를 놓고 보았을 때 Fluency를 건드리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2시간 학습 동안 스스로 만들어 본 영어 문장이 몇 개인가?”를 따져보면 된다. 문장 개수가 높을수록 스피킹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Fluency가 문장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고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문장을 많이 만들어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낮은 Fluency의 원인인 연상, 조합, 능동적 영어도 결국 직접 영어 문장을 만들어 볼 때만 향상된다. 머리를 열심히 굴려 완벽한 영어 문장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연상, 조합, 문장 창조 활동이 일어난다.
아래 각 2시간 학습에서 ‘스스로 만들어 본 문장 수’가 몇 개인지 맞춰보자.
a. 영어 애니메이션을 집중해서 보았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찾아보고 정리함. 안 들리는 부분은 들릴 때까지 구간 반복함.
b. 영어 자막을 뽑아서 쉬지 않고 큰 소리로 소리 내어 읽음.
c. 쉐도우 스피킹을 함. 영어 자막을 보면서 듣고 그대로 똑같이 따라서 말해봄.
d. 영어 스크립트를 그대로 똑같이 베껴서 라이팅 해 봄.
정답은 모두 0개이다. a는 리스닝 및 어휘 공부다. b는 얼핏 보면 스피킹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스로 만들어’ 본 문장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스피킹이 아니다.
머리를 굴려서 영어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보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 스크립트를 그대로 보고 말하기 때문에 적극적 영어가 하나도 개입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c, d 모두 스피킹이 아니다. 이처럼 스스로 만들어 본 문장수는 까다롭게 측정된다.
e. 한글 자막을 보고 영어로 라이팅 해 봄
f. 한글 자막을 보고 영어로 말해 봄
g. 기존 영어 대사를 응용해서 다른 문장을 만들어 봄
h. 영어로 줄거리를 써 봄
e-h가 스피킹 한 진짜 문장 수에 포함된다. 완성된 퍼즐없이 직접 필요한 단어를 연상한다. 그리고 문법 규칙에 따라 조합한다. 그래서 비로소 직접 완전한 영어 문장을 완성한다. e와 h는 심지어 말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문장 창조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에 Fluency 향상에 기여한다. 입 밖으로 말하냐 안 하냐는 크게 중요치 않다. 스피킹의 본질은 ‘스스로’ 문장을 생산해보느냐이다.
본 브런치북은 기초 단어와 문법을 이해하고 있는, 토익 700 이상에 준하는 학습자만을 대상으로 쓰였다. 게다가, 우리는 다 똑같이 학교 내신, 수능, 토익만 공부했다. 그래서 유형화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레벨과 문제가 비슷한만큼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개개인에게 100% 맞춤형 해결책을 내놓을 순 없다.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개인마다 스피킹 레벨, 학습 속도, 놓인 환경, 학습 주기 및 시간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작정 해결책을 따르기보다는 자기 케이스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예컨대, 필자는 Input은 충분하기 때문에 말하기 속도에 올인해야 한다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이 판단하기에 절대적 Input이 부족하면, 앞으로 제시할 해결책에 더해 기본 단어와 문법도 함께 공부해야 한다.
결국, 해결책 효율을 결정하는 건 여러분의 비판적 사고이다. 필자가 여러분 머릿속에 들어가서 A부터 Z까지 모든 걸 조정해줄 순 없다. 필자 역할은 감독이다. 전체적인 방향을 정해줄 뿐이다. 자신의 문제는 자기 스스로가 가장 잘 분석할 수 있다. 학습 효율은 해결책 흡수력 차이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비판적으로 해결책을 받아들이자.
필자도 알고 있다. 튜터가 시키는 대로만 공부하면 편하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추구하는 해결책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라 최고의 해결책이다. Good으론 만족할 수 없다. Best로 간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에게 최적화된 학습법 말이다.
필자 혼자만으로는 도달 불가능하다. 여러분 각자가 협력해서 더할 건 더하고 뺄 건 빼야 완벽한 해결책을 완성할 수 있다.
다음글부터 한영 스피킹, 의도적 라이팅, 키워드 스피치 총 3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3가지 해결책 모두 국내에서 실천 가능하다. 돈도 들지 않고 혼자서도 얼마든지 독학할 수 있다.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탓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로드맵을 그려주겠다. 변명의 여지가 없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