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규열 Feb 13. 2020

외국인과 말하면 영어가 늘까?

외국인과 말하면 영어가 늘까? 


어학연수를 떠나면

1:1 원어민 과외를 하면

영어로 말할 기회가 확보되면

외국인 친구를 만들면


영어 스피킹이 자연스럽게 늘까?


정답은 자신의 현재 영어 수준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전혀 안 될 수도 있다. 


5가지 레벨에 따라 외국인과 말하기 효과를 살펴보자. 여러분은 어느 단계에 속하는지 보고 제대로 된 학습 전략을 짜자. 



Level 1. 왕초보

Input X

스피킹에 필요한 기본 단어, 문법을 모름


● 외국인 말하기 효과 0%

외국인과 대화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초 인풋이 없으니 스피킹이라는 아웃풋이 나올 리가 없다. 아는 게 없으니 연습조차 못한다. 그럼 원어민한테 문법을 배우면 되지 않냐고? 


필자는 1달 전부터 한국인 선생님에게 불어를 배우고 있다. 난생처음이라 한국어로 설명을 들어도 어렵다. 그런데 이 어려운 문법을 처음부터 불어 선생님에게 불어로 배운다? 가능이야 하겠지만, 30분이면 이해할 문법을 3시간 걸려 배울 것이다. 


▶ 한국인 튜터 (20%) + 혼자 공부 (80%)

인풋은 이해와 암기다. 접속사, to 부정사, 관계대명사 등 튜터를 통해 빠르게 이해한다. 수업 후 암기를 위해 혼자서 복습하고 문제를 푼다. 


필자의 불어 공부 양상을 보면, 주 1회 90분 불어 과외를 받고 4시간 이상은 온전히 혼자 공부한다. 특히, 이해가 필요 없는 단어 외우기는 100% 혼공이 빠르다.  



Level 2. 초보

Input O / 영어 읽기 X

토익 750 이상으로 문법, 독해에는 큰 문제가 없다. 나아가, 중고급 이상의 인풋을 갖고 있다. 하지만 주어진 영어 지문을 매끄럽게 읽지 못한다. 적절한 발음, 인토네이션, 리듬감을 가지고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다. 영어를 이해하고 있는 것과 실제로 유창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은 다르다. 


● 외국인 말하기 효과 0%

외국인과 프리토킹 시 결코 손에 영어 스크립트가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영어 문장을 만들어서 내뱉어야 한다. 그런데 현 상태에서는 영어 지문을 보고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그러니 상대방이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스피킹이 불가능하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배우가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배우는 연기 이전에 대사 암기도 어렵다. 대본을 보고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데 어떻게 암기를 하고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겠는가?


▶ 혼자 공부 100% (쉐도잉)

이 단계에서 최우선 목표는 영어 지문 매끄럽게 읽기다. 영어를 입에 익혀야 한다. 특정 지문이 있으면 설령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원어민처럼 술술 막히지 않고 읽을 수 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해결책은 쉐도잉이다. 즉, 올바른 영어 소리를 듣고 그대로 따라서 말하는 연습을 한다. 당연히 반복이 핵심이다. 기존 한국어 소리를 버리고 영어 소리를 체화하려면 듣고 따라 말하기를 반복한다. 


물론, 외국인과 직접 만나 앵무새처럼 외국인 영어를 따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의사소통 없이 베끼기만 할 거면 비싼 돈 주고 외국인을 만날 필요가 없다. 비용을 떠나서, 반복 훈련은 어제나 혼자 하는 게 효율적이다. 쉐도잉은 튜터 없이 그냥 노가다 노력만 하면 된다. 



Level 3. 중급

Input O / 영어 읽기 O / Fluency 30% 이하

인풋도 충분하고 발음, 인토네이션도 꽤 괜찮다. 그러나 실제 스피킹에서는 거의 말을 못 한다. 가장 전형적인 케이스다.


Fluency 30% 이하라는 뜻은 10마디 중에 3마디 정도만 유창하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영어 지문을 보고는 100% 유창하게 말하는 데, 지문 없이는 대체로 버벅거린다. 'I think that'은 한 단어처럼 빨리 말할 수 있다. 그러나 'I think that you are... 2 times... smarter... than I am'은 한 번에 말하지 못한다.  


● 외국인 말하기 효과 10%

중급부터는 스스로 문장을 뱉을 수 있기 때문에 영어 대화가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버벅거리지만 반복할수록 그 속도가 올라간다. (위 문장을 10번 반복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나 학습 효과가 미미하다. Fluency 30% 이하면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답답할 만큼 말하는 대화 속도가 느리다. 한 문장 끝내는데 5초 이상 걸린다. 선생님이면 기다려주겠지만 그냥 친구 거나 낯선 사람이라면 몇 마디하고 떠난다. 


원어민 1:1 대화 기회가 1시간 주어져도 실제로는 20마디 할까 말 까다. 절대 발화량이 적다. 그러니 원어민이 말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높다. 리스닝은 늘 지언정 스피킹 향상은 더딜 수밖에 없다. 


▶ 혼자 공부 100% (한영 스피킹)

머리를 굴려서 문장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문법, 단어를 알고만 있지 써먹지를 못한다. 관계대명사, to 부정사, 접속사를 스피킹 차원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해결책으로는 한영 스피킹이다. 한글만 보고 영어로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한다. 


It seems like I just graduated high school a week ago. 

고등학교 졸업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 한글만 보고 영어로 스피킹!


영어 지문이라는 정답지가 없기 때문에 영어 문장을 만들기를 연습할 수 있다. 상대방만 없을 뿐이지 실전 스피킹과 유사하다. 


위 문장을 깔끔하게 스피킹 할 수 있으려면 최소 5번은 눈감고 반복해봐야 한다. 굳이 원어민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니다. 이러한 의도적 반복은 혼자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Level 4. 중상급

Input O / 영어 읽기 O / Fluency 70% 이상

전체 문장의 70% 이상을 유창하게 스피킹 할 수 있다. 


● 외국인 말하기 효과 70%

중상급 레벨은 돼야 본격적으로 외국인 말하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 Fluency 향상

절대 발화량이 많은 만큼 Fluency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Fluency 10%인 사람이 한마디 할 때 70%인 사람은 10마디 이상한다. 친숙한 문장은 더 친숙해지고, 버벅거리는 문장도 반복함에 따라 점차 능숙하게 말할게 된다. 


2. 새로운 문장 흡수

원어민이 쓰는 새로운 영어를 금방 따라 말한다. 이미 발음도 괜찮고 전체적인 문장 구성 능력이 좋기 때문이다.  반면, Level 4 이전에는 학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인풋을 마주쳐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흘러 보낸다. 


3. 피드백

외국인과 프리토킹을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막히는 부분을 발견한다. 예컨대, 필자 경우 '막판에'를 말할 때마다 영어를 몰라서 막혔다. 그래서 혼자 공부할 때 따로 찾아보거나 비슷한 표현이 나오면 더 집중해서 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Level 4 미만에선 이렇게 막히는 영어가 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메꿔갈 수가 없다. 그러니 차라리 혼자서 양치기로 여러 문장을 외워서 Fluency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편이 낫다. 


▶ 혼자 공부 70% + 외국인 말하기 30% 

여전히 혼자 공부하는 비중이 높다. 왜냐하면, 아직 버벅거리는 30%는 혼자서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정법 절은 혼자서 10번이고 20번이고 써보고 만들어 봐야 실제 스피킹에서 서서히 써먹을 수 있다. 


또한, 외국인과 말하면서 막혔던 부분도 혼자 찾아보고 연습해야 한다. 정확히 자신이 부족하고 메꿔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독학 없이 외국인만 만난다면 모르는 건 끝까지 말하지 못한다. 게다가, 새로운 인풋이 없기 때문에 같은 영어만 돌려쓰는 한계점에 부딪힌다. 


스케줄을 짠다면 기본적으로 하루 1시간씩 혼자 공부하되, 주 2회 1시간 1:1 과외 등으로 말하는 환경을 확보한다.



Level 5. 고급

Input O / 영어 읽기 O / Fluency 95% 이상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


● 외국인 말하기 효과 100%

시간 대비 발화량이 가장 높다. 1시간을 공부해도 결과물이 몇 배씩 차이 난다. 잘하는 사람은 더 빠르게 잘해지는 이유다.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 외국인 말하기 100%

사실상, 실력 유지 단계다. 왜, 유학파가 영어를 안 쓰니 까먹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경우다. 영어를 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독학은 필요 없다. 





절대로 원어민과 대화가 영어 실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중급 미만이면 오히려 시간 낭비다. 


역설적으로 웬만큼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면 영어로 말할 기회는 별 의미가 없다. 영어 환경에 놓여있다는 착각 및 안도감만 줄 뿐이다. 


영어는 기본적으로 혼자 공부하는 것이다. 스피킹의 95% 이상은 반복이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대화하기 이전에 이미 70% 이상은 유창하게 말할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그냥 원어민과 대화하면 영어 실력이 늘 거라고 생각하는가? 근거 없는 막연한 기대일 뿐이다. 막상, 기회가 주어지면 '이렇게 하면 늘까?' 하는 또 다른 회의감이 찾아올 것이다. 


원어민과 스피킹은 혼자 공부한 내용을 확인하는 시험일뿐이다. 모르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서 혼자 공부할 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다. 


문제, 해결책 모두 혼자 하는 공부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