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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Jan 16. 2020

영어로 말할 기회가 없어서 스피킹을 못 한다고?

Q.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A. 영어로 말할 기회가 없어서


맞는 답일까? 그렇다면 영어로 말할 환경이 주어진다면 영어가 늘까? 어학연수를 가거나, 원어민한테 과외를 받는다거나, 외국인 친구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현재 영어를 유창하게 뱉지 못한다면, 영어로 말할 기회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원어민과 대화하면 자연스럽게 스피킹이 늘 거라는 건 순전히 우리의 바람이다.  






영어로 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정확히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무엇을 얻을 수 없는지 분석해보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인, 외국인 친구와의 대화를 예로 들어보자.


얻을 수 있는 것

딱 하나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말을 모르는, 영어만 쓰는 상대방이 있으므로 어떻게든 영어로 의사전달을 해야 한다. 여태 배웠던 단어, 문법, 표현을 써먹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얻을 수 없는 것

1. 단어, 문법, 표현

외국인 친구한테 아래 문장을 말하려고 한다고 상상해보자. 


BTS 같은 K-pop 가수는 군면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때 만약 '군면제'가 영어로 무엇인지, '의문문' 문법을 모르면 위 문장을 영어로 말할 수 없다. 한글을 못하는 상대방에게 군면제가 영어로 뭔지 물어볼 수 없다. 


만약 상대방이 한국어를 해서 알려준다 하더라도 한 두 번이다. 대화 중간에 계속해서 '~가 영어로 뭐야?'라고 물어볼 수 없다. 그렇게 한글로 물어볼 거면 애초에 한국인을 만나지 네이티브를 만날 이유가 없다. 


착각해서 안 되는 사실이 있다. 영어 말하기 환경은 실전이다. 수업처럼 누군가 가르쳐줘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2. 발음, 인토네이션

Should K-pop stars like BTS be exmpted from mandatory military service?

exempt, mandatory를 정확히 발음하지 못하면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다. 그걸로 끝이다. 우리와 기대와 다르게, 그들은 친절하게 무엇이 잘못됐는지 짚어주지도 않고 고쳐주지도 않는다. 그럴 의무도 없다. 그들은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3. 유창성

우리는 영어를 매우 버벅인다 짧은 단문조차 매끄럽게 말하지 못한다. 어떤 문장은 아예 입도 때지 못한다. 여기서 외국인과 꾸준히 대화를 하면 갑자기 유창해질까? 아니다.


지나치게 스피킹을 버벅이면 다음 상황 중 하나에 처한다. 


- 말은 못 하고 듣기만 함

- 말하다 너무 버벅이니 스스로 말하기를 포기해버림

- 상대방이 답답해서 여러분을 피함

- 특히 여럿이서 이야기할 때는 대화에 낄 수조차 없음


보통 영어로 말할 기회가 생겨야 유창해진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어느 정도 유창해야 실제로 대화를 할 수 있고, 그만큼 더 유창해질 수 있다. 


말을 못 하면 상대방이 미국인이든 영국인이든 영어로 말할 기회가 주어져도 말을 못 한다. 그러니 실력도 늘지 않는다. 



영어로 말할 기회가 갖는 의미

외국인과 대화는 역설적으로, 이미 영어를 상당 수준으로 하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된다. 충분한 단어와 문법을 알고 있고, 괜찮은 발음과 인토네이션으로, 꽤 유창하게 말해야 상대방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영어 말하기 기회는 일종의 시험에 불과하다. 자신이 배운 영어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나 없나 확인하는 시간일 뿐이다. 


만약 애초에 아는 게 없고, 표현하지 못한다면  말할 기회가 주어져도 말을 못 한다. 원어민과 대화한다고 해서 모르는 단어를 갑자기 알게 되지 않고, 안 되던 발음이 풀리지 않으며, 말하는 속도가 올라가지도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영어 대화는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확인하는 시간이다. 


못해도 자기 생각의 70% 이상은 무리 없이 말할 수 있어야 영어 말하기 환경을 활용할 수 있다. 아니, 그럼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공부는 혼자서 


1. 단어, 문법, 표현

2. 발음, 인토네이션

3. 유창성


앞서 말한 3가지 요소 모두 혼자서 학습할 수 있다. 단어, 표현? 그냥 혼자서 외우면 된다. 


발음, 인토네이션? 널린 게 영어 영상이다. 영상을 듣고 그대로 따라 말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반복한다. 좀 더 욕심이 난다면 발음 강의 영상을 따로 찾아볼 수 있다.


유창성? 쉽게 생각해서 문장을 외우면 된다. It is important to~  / what do you think about~ / It seems like / I would like to say that ~ 등 기본 패턴은 몇 번이고 반복한다. 


모두 암기, 반복의 영역이다. 굳이 상대방이 필요 없는 학습이다. 오히려, 책상에 앉아 혼자서 집중해서 공부하는 게 효율적이다.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영어로 말할 기회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70% 이상 말할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외국인과 만나서 단어를 배우려 하고, 발음을 고치려 하고, 유창성을 높이려 하면 이미 늦는다. 


exmempt는 얼마든지 혼자서도 외울 수 있다. 발음도 사전이나 영상을 통해서 연습할 수 있다.  It is important to 구문도 반복을 통해 혼자서 익힐 수 있다. 


이미 exmempt를 알고, 올바르게 발음할 수 있고 It is important 정도는 한 단어처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머지 친숙하지 않은 부분이 나왔을 때 속도를 늦춰 연습할 수 있다.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말할 기회가 주어져도 듣기만 하다 올뿐이다.  






우리는 왜 애초에 영어 말하기 환경이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잘해질 거라고 기대했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핑계다. 현재 학습에서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막연하게 어학연수 가면 늘 거라고 생각한다.


1:1 원어민 과외는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면 무언가 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지금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면 어차피 기회가 주어져도 마찬가지로 버벅인다. 결국, 현재 학습의 방법론을 개선하는 게 답이다. 귀찮더라도 뭐가 문제고 어떻게 해야 스피킹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안 되면 어떤 기회가 주어져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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