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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Jun 25. 2020

미드로 영어 공부하면 입이 트일까? <상>

3개월 동안 매일 30분씩 미드, 영화로 영어 공부를 했다.


<원더>, <안녕 헤이즐>, <너의 모든 것> (10개 에피소드, 영화로 치면 5편)을 각각 3번씩 왕복했다. 한 번 볼 때 구간 반복까지 포함하면 족히 7번은 반복했다.  


노력한 만큼 스피킹 실력이 늘었을까? 안타깝게도 아니다. 


왜 영어 실력이 그대로인지, 나아가 추가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어떻게 공부했나?

물론, 단순히 보기만 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3가지 과정을 밟았다. 


Step 1. 들릴 때까지 반복 청취

Step 2. 따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 청취 및 스피킹 (쉐도잉)

Step 3. 외워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 스피킹 (블라인드 스피킹)


이렇게 30분씩 3개월 공부한 결과 자막을 끄고 90% 이상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 영어로 회의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웬걸? 늘었다는 느낌이 1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영어를 써서 전보다 더 못한다고 느꼈다. 그래도 7편을, 7번 반복해서 3개월이나 했는데? 



스피킹이 그대로인 3가지 이유

몇 번 더 영어로 업무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왜 그런지 스피킹을 사용한 현실을 바탕으로 3가지 이유를 분석해봤다.


1. 자료≠현실

학습 자료와 현실은 다르다. 미드에는 Soliloquy, Gimlet처럼 현실에서는 쓰지 않는 영어도 포함돼있다.  반대로 현실에서는 쓰이나 미드에 포함되지 않은 영어도 있다.

 

<안녕 헤이즐> 저런 대사는 현실에서 쓸 일이 없다


필자가 실제 영어 회의에서 막혔던 문장을 보자. 


"업무와 관련된 수업을 듣는다면 법카수업료 80% 지원해줄게" 

 

"If you are taking a class that is related to the work,  I will help out with 80% of your class fee with the corporate credit card"


'법카', '수업료', '지원하다'가 영어로 무엇인지는 필자가 공부한 3개 자료에서는 나오지 않았었다. 'Help out with'가 나오긴 했었다. 그러나 위 상항과 다른 문맥에서 '도와준다'라는 뜻으로 쓰였지 '지원하다'라는 뜻은 나오지 않았다. 


이 뿐만 아니다. 아래 문장은 누구나 자주 쓸만한 문장이지만 자료에 담겨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져야 할 텐데"

"콘센트에 충전기 좀 꼽아주라"


미드, 영화를 30개쯤 공부하면 다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바에 비즈니스 회화책으로 필요한 것만 골라 배우는 게 훨씬 낫다.



2. 기억의 한계

설령 30개 자료를 공부하더라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의 저장 공간은 한정돼있다는 점이다. 복습을 했지만 분명 까먹은 대사가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딴 데 있다. 필자는 아래 문장을 배웠고 또 잘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할 순 없어"


"I can’t let this go on any further"


그렇다면 나중에 "이렇게 지속할 순 없어"를 말할 때 배운 문장을 바로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필자가 배운 문장은 위 문장 하나가 아니다. 아주 많다.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옵션 중에 정확히, 그것도 말하는 0.5초 내에 저 문장을 떠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단순히 기억하고 있는 것도 어려운데, 나아가 적절한 기억 하나만 연상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아마 필자는 위 문장을 "I can't allow this last anymore"로 말했을지도 모른다.



3. 변형력의 부재

자료가 100% 현실을 반영하고, 우리가 모두 기억하고, 모두 연상할 수 있더라도 문제다. 미드, 영화만으로는 실제 스피킹 실력을 향상할 수 없다. 자료에 나온 영어를 그대로 쓸 일은 없기 때문이다.  아래는 <안녕 헤이즐> 대사 중 하나다.   


He’s the only person I’ve ever come across in my life who understands what it’s like to be dying. 


위와 똑같은 문장을 말할 상황은 없다. 그 보다는 배운 문장을 자기 상황에 맞게 여기저기 손을 봐야 한다.


병권 is the only friend I’ve ever met in my life who actually started writing on 브런치.


Have you ever come across someone who knows what it's like to work alone 24/7?



알고 있는 문장을 말하는 일과 이를 바꿔서 말하는 일은 다르다. I can’t let this go on any further 정도는 그대로 쓰이겠지만 대부분은 크고 작은 변화를 줘야 한다. 


몇 편을 보든, 몇 번을 반복하든, 나와 있는 대사만 기계적으로 공부하면 변형력은 기를 수 없다.




영화, 미드만으로는 스피킹 실력을 거의 기를 수 없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유튜브, 미드, 영자 신문, 원서 등 마찬가지다)

1. 우리가 실제로 쓰는 영어가 자료에는 나와있지 않다.

2. 모든 대사를 외울 수 없다.

3. 배운 대사를 그대로 쓸 일은 더더욱 없다. 


미드, 영화로 배우는 영어 스피킹의 문제와 원인을 알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이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제대로 영어 스피킹을 늘릴 수 있는지 다음 글에서 살펴본다.


미드로 영어 공부하면 입이 트일까? <하>

https://brunch.co.kr/@englishspeaking/218


유튜브로 감상하기

https://youtu.be/ubmFIzvfN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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