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규열 May 10. 2023

영어로 생각하라는 주장이 무리수인 이유

영어고민 & 영어질문 답변드립니다

오늘의 영어 고민

질문이 좀 긴데 누구나 언젠가 부딪힐 질문이고 영어회화 학습 방향에 큰 큰 시사점을 던져주므로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질문요약

1. 영어로 말할 때 먼저 한글로 생각하고 말하나요?

2. 한글과 영어를 매칭시키며 영어 훈련을 해야 하나요  아니면  냥 이해만 하고 쭉쭉 넘어가야 하나요?


답변 시작!






영어회화 2가지 학습 줄기

영어회화에 2가지 다른 학습 목표가 있습니다.


A. 한글로 치환 없이 바로 영어로 뱉고 싶음

B. 한글 → 영어 치환 과정을 빠르게 해서 영어로 뱉음


예를 들어,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 Just so you know...'를 영어로 말한다고 쳐봅시다.



A : 자연스러운 노출 전략

A의 경우 특별히 한글로 '혹시나 해서'를 생각하지 않고 이전에 상대방이 말한 걸 듣고 이에 따른 '느낌, 감정, 상황'에 반응해서 자동발사적 & 습관적으로 뱉습니다.


저희가 '내 생각에는...'을 굳이 생각하지 않고 I think를 즉각적으로 뱉는 것처럼요. 


이를 '자연스러운 노출' 전략이라고 하겠습니다. 



B :의도적 1:1 매칭 전략

반면에 B는 짧게라도 명확하게 '혹시나 해서..'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를 불러와 'Just so you know'를 뱉게 됩니다.


이를 '의도적 1:1 매칭'이라고 하겠습니다. 


2개 중 무엇을 더 추천드리는지는 뒤에 말씀드리고, 먼저, A, B가 각기 어떻게 다른 학습 양상으로 이어지는지부터 보겠습니다.



A. 한글로 치환 없이 바로 영어로 뱉기 위해서는?


충분한 반복 노출이 필요합니다. 이때, 단순히 'Just so you know'만 듣고 따라 하는 게 아닙니다. 앞뒤 상황, 화자의 표정, 느낌까지 내면화해야 하므로 미드와 같이 스토리를 가진 전체 자료에 노출이 필요합니다.


유튜브에 "미드에 자주 나오는 영어 표현 10개" 따위가 아니라 미드 자체를 통으로 여러 번 보고 따라 해야 합니다.


아울러, 여기서 '충분한 반복'이란 2~3번 정도가 아니라 10번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훨씬 이상으로 노출이 필요합니다. 


언제까지? 그 상황, 그 느낌, 그 문맥에 본인이 있을 때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해당되는 영어 표현이 자동발사될 정도로요.



B. 한글 → 영어 치환 과정을 빠르게 해서 영어로 뱉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한글을 보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를 매칭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Just so you know만 따라 말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한글 자막도 보고 '혹시나 해서 말하면... = Just so you know'라는 걸 연결시켜줘야 합니다.


자연스러운 노출 전략과 다른 점은 1:1 매칭으로 외우기 때문에 앞뒤 전체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자연스러운 노출에 비해 의도적 1:1 매칭은 비교적 적은 반복이 요구됩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여러 가지 느낌, 상황, 감정을 영어로 연결시키는 거보다 한글 하나, 영어 하나를 매칭시키는 게 부담이 덜 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러운 노출  VS 의도적 1:1 매칭

저는 개인적으로 의도적 1:1 매칭 전략을 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3가지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1. 한정된 시간 투자

상황, 느낌, 감정에 반응해서 무의식적으로 영어를 뱉으려면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많이, 밀도 있는 노출이 필요합니다. 


미드 1번 봐서 유창해졌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며칠, 몇 주, 몇 개월 단위가 아니라 몇 년 단위의 시간 투자가 요구됩니다. 


처음에 10번 이상의 반복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특정 날 10번 따라 하는 건 기본이고 다음날, 다음 달, 다음 년에 복습을 10번 이상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출처 : 유튜브 Sua Banana


그런데 현실적으로 의지는 둘째치고 영어에 이렇게 많은 시간 투자를 하실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거라 봅니다. 저희 모두 학교, 직장, 육아 등 더 중요한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까요.


간단히 말하면, 저희는 영어가 쓰이는 매 상황, 감정을 직접 모두 반복적으로 경험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2. 선택적 암기

자연스러운 노출 전략은 단편적 영어 표현 하나가 아니라  전체 자료를 훑어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자료에 나온 모~든 영어를 다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맞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영어만 골라서 습득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고 작심삼일도 반복하는 마당에 쓰지도 않을 영어 배우는데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겠죠?


유튜브, 영화, 미드에 나오는 영어 모두 실생활 영어 아니냐고요? 본인이 미국으로 아예 이민 가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필요시 영어를 하는 대부분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단편적인 예로, 직장에서 비즈니스 영어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굳이 로맨스 영화 <ABOUT TIME>에 나오는 모든 영어를 알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한정된 시간을 생각한다면, 그 시간에 차라리 <비즈니스 영어회화 표현> 같은 표현 책을 의도적 1:1 매칭으로 학습해야 합니다.


설령, <ABOUT TIME>으로 공부한다 치더라도 본인 상황에 맞지 않는 영어는 그냥 제치고 진짜 쓸 거 같은 영어만 골라서 한글=영어 매칭 시키는 게 좋습니다.



3. 불가피한  [한글→ 영어] 사고 과정

'아이가 언어를 배우듯 성인도 똑같이 해야 한다'에 동의하시나요? 저는 완전히 반대합니다. 왜일까요?


아이의 언어 습득 방식은 '의식적 1:1 매칭'보다는 '자연스러운 노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성인의 경우 아이와 다르게 이미 머릿속에 모국어, 한국어가 패치돼 있습니다.


한국어로 생각하지 말고 영어로 바로 생각하라고요? 이건 이미 어렸을 적에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한 사람들이 본인이 그렇게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저희 스피킹 현실을 보면 됩니다. 전화영어, 어학원, 외국인 친구 등 영어로 대화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국어가 먼저 떠올리고 영어로 바꾸는 과정이 발생합니다. 저희는 한국어로 사고하는 게 디폴트 값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며칠 전에 독일 친구랑 저녁 먹으면서 축구 얘기를 했는데 '수비진 압박에서 벗어나다'를 말하려다 순간적으로 '벗어나다...?'를 먼저 한국어로 떠올리고 그다음에 'get away from defenders' 떠올려서 말했습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고 한국어와 규칙이 많이 다른 의문문 등을 말하려면 계속해서 머리를 굴려서 계산해서 말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모든 영어를 일일이 다 한글 → 영어로 치환해서 말하진 않는다.

초반에는 'get away from defenders'를 말하는 데 치환 시간이 걸렸지만, 이거를 다음번에 쓸 때, 그리고 그 다음번에 또 쓸 때는 점점 치환 시간이 줄고 나중에는 결국 별다른 한영 변환 과정 없이 바로 'get away from defenders'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치환 과정 생략'이 일어나기 위한 전제는? 처음에 배운 걸 써먹을 수 있도록 한글에 해당하는 영어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적극적 매칭 작업 없이  자연스러운 노출 전략으로 이해만 하고 넘어간다면? 알고 있는 영어임에도 써먹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get away from 모두 잘 이해는 하지만 '벗어나다, 떨어지다'의 매칭 연결고리가 약하면 정작 필요할 때 불러오질 못하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영어회화를 학습할 것인가?

2가지 다른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해결책을 제시드리겠습니다.

 


가. 당장에 영어가 필요 없는 사람

자료부터 달라집니다. 단편적인 영어 문장을 모아놓은 도서 혹은 짧은 유튜브 설명은 비추입니다. 왜?


지루합니다. 오로지 의도적 1:1 매칭을 위한 암기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역시 작심삼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루함을 만회하기 위해서 스토리가 있는 유튜브, 미드, 영화 등으로 학습 자료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그 자료를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기본적으로 자연스러운 노출과 의도적 1:1 매칭을 병행합니다. 등장하는 영어 중요도에 따라서 각기 다른 전략을 융통적으로 병행합니다.



A. 자연스러운 노출 전략을 적용할 때 (이해만 하고 쭉쭉 넘어가기) 

한글 자막 안 봐도 대충 이해된다

전체 스토리 이해에 크게 지장이 없다

★ 딱히 나는 필요 없는 영어다


마지막 항목은 본인 학습 목표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슬랭이나 문화적 요소가 가미된 표현, 특정 영역에서만 쓰이는 전문 영어가 공통적으로 해당됩니다.



B. 의도적 1:1 매칭 전략을 적용할 때 (한글과 영어 모두 체크하고 암기 반복 후 넘어가기)

향후 내가 쓸 거 같은 영어

특히, 한국어 = 영어 매칭이 애매한 경우


두 번째의 적합한 예시로는 '든든한 = feel assured or feel strong or feel safe'를 들 수 있습니다. 든든한 생각하고 assured를 떠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영어를 자연스러운 노출 전략으로 대충 보고만 넘어간다면, 설령 이해가 될지라도 향후에 '든든해!'를 생각하고 이에 매칭되는 영어를 떠올리지 못하게 됩니다.



나. 당장에 영어가 급한 사람

반면에 지금 당장 회사나 학교 혹은 외국에서 영어를 써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지루함을 각오하고 선별된 영어 표현을 모아놓은 자료로 공부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당장에 회사에서 영어로 미팅을 진행해야 하는데 영화나 영어원서나 영어 뉴스를 보면서 관련 없는 영어에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쏟아서는 안됩니다.



예컨대, 본인이 다음 달에 해외여행을 가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싶다? 그럼 <여행영어 100일의 기적>이나 유튜브에 <여행 영어표현>을 검색해서 그것만 공부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는 100% 의도적 1:1 한영 매칭 전략으로, 영어 노출이라기보다는 영어 '공부'로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선별된 자료라지만 본인이 안 쓰는 것도 있을 테고, 이미 잘 쓰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거는 그냥 과감히 넘어갑니다.





정리

우리의 시간과 의지는 현실적으로 제약돼 있다. 그리고 이미 한국어 패치가 돼있기 때문에 한→영 과정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무작정 자연스럽게 노출되기보다는 한글과 영어를 의도적으로 매칭해서 학습하자.



댓글에 영어고민 & 영어질문을 남겨주시면 이번글과 같이 답변드립니다. 양식은

어학점수 (혹은 본인 레벨을 알 수 있는 설명)

영어공부 목적

영어고민 & 질문 (가급적 구체적으로, 예시 주시면 좋음)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스러운 영어로 말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