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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Apr 18. 2018

25년째 제자리걸음인 수능 영어 下편.

수능 영어, 이제 바뀔 때도 되자 않았니?

토익 750 또는 수능 3등급 이상이지만, 영어회화는 젬병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글입니다.


「25년째 제자리걸음인 수능 영어는 上, 下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上편을 먼저 보고 오시길 권장드립니다. 「25년째 제자리걸음인 수능 영어 上편」 보러 가기 Click!    



5. 해결책


영어 공교육을 스피킹 지향적으로 돌리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방법이 뭐든 수능 시험에, 대학 논술 시험에, 교육 과정에서 생산적 영어인 라이팅과 스피킹을 포함시켜야 한다.



1) 수능 영어에 서술형 라이팅 추가


첫 번째 해결책으로, 수능 영어에 2~3개의 영어 라이팅 서술형을 추가한다. 예시는 다음과 같다.



리딩 시험과 다르게 문제가 굉장히 짧다. 많은 정보를 수용하여 이해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영어 정보를 생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용적 영어와 생산적 영어는 문제 출제 방식부터 다르다. 


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단순한 단어 암기, 문법 이해를 넘어서 영어 문장을 스스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영어 단어를 직접 연상해야 하며, 문법 규칙을 적용해 완전한 문장을 완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확히 스피킹에 필요한 능력이다. 


Q1을 예로 들면, [ 외모, 평가하다, 날씬한, 어쩔 수 없이, 신경을 쓰다 ]에 대한 영단어를 떠올린 후 [ 3 형식, 조동사 must, 접속사 but·therefore, some은 복수 취급 ]의 문법 규칙을 적용해 적절한 접속사를 사용하여 완전한 문장을 만들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Q2, Q3 모두 문장을 만든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시간을 내어 직접 풀어보시기 바란다. 분명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공부하던 학습 방향과 완전히 거꾸로 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시 답글은 댓글에 달아 놓겠다.



1-1) 가능한가?


저게 가능해?라고 반문할 수 있다. 60만 명의 답안지를 일일이 읽어 보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가능하다. 


이미 비슷한 서술형 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매년 시행되고 있는 수시 대입 논술이 전형적인 예이다. 100% 서술형이며 위 예시 해결책보다 분량도 몇 배는 길고 난이도 역시 훨씬 높다. 그럼에도 대입 시험으로 시행되고 있다. 


해외 사례로는 프랑스 바칼로레아* 대입 시험이 있다. 바칼로레아는 100% 서술형 시험이다.  < 예술 작품은 언제나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 <정치는 진실에 대한 요구에서 비껴 나 있는가?>와 같이 주제도 철학적이며 심오하다. 시험 시간이 4시간이라니 분량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Youtube, 지식채널E


*바칼로레아

프랑스 대학교 입학시험. 8개 분야로 대부분 논술형 시험이며, 20점 만점에 10점 이상 맞으면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 특히, 가장 비중이 높은 철학 시험에서는 4시간 동안 하나의 주제에 대해 논문 형식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대입 논술, 그 어렵다는 바칼로레아도 시행·평가하고 있는데, 수능에 짤막한 서술형 2~3문제쯤이야 출제하지 못하고 채점하지 못할까? 이건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서술형 도입을 위한 비용이 과연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영어 회화 학원의 매출보다 많이 들까? 


그리고 설령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하더라도 영어 에세이를 추가해야 한다. 학생들이 12년 동안 시험만을 위한, 100점 맞아도 말 한마디 못하는 영어 교육을 받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 공교육 과정에 스피킹 & 라이팅 추가


학교는 입시 학원이 아니다. 선생님은 학원 강사가 아니다. 교육부는 OMR 답안지 채점 공장이 아니다. 공교육의 최고 목적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 지식을 학생들이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훌륭한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공교육에서 어떤 방식으로 스피킹 및 라이팅을 교육할 수 있을까?


① 중간·기말고사에 라이팅 서술형 추가



서술형 문제가 나오면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이해를 넘어 영어 문장을 만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 스피킹에 도움이 된다. 역시 문제가 짧고 채워야 할 빈칸이 훨씬 길다.


학생들이 서술형 답을 그냥 외워버릴 거라는 우려가 있다. 2가지 답이 있다. 


첫째로, 설령 외울지라도 100% 객관식보다는 스피킹에 도움이 된다. 오픽, 토스가 거의 암기 시험일지라도 스피킹 관점에서 최소한 토익보다 나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쨌든 반복해서 외운 문장은 다른 문장보다 빠르고 유창하게 말하지 않는가? 최소한 입을 움직이면서 연습하지 않는가?


사실 100% 암기는 불가능하다. 암기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문법 규칙 적용 연습을 한다. 자신도 모르게 단어 연상 연습을 한다. 다시 말해, 이해와 문법 규칙 적용을 바탕으로 문장을 만들어 외우기 때문에 문장 만드는 연습을 하게 된다. 


알파벳만 읽을 줄 아는 사람이 5 문장을 외우면 100% 암기이지만, 기본적인 단어와 문법 규칙을 이해하고 있는 학습자는 암기와 동시에 생산적 영어를 연습한다.


게다가 오픽, 토스와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도입한다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에 분명 도움이 된다. 수능 공부했던 시간을 스피킹 시험에 쏟아붓는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현재 오픽, 토스보다 몇 백배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습하 할 것이다. 그만큼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 



두 번째 답은, 문제 유형을 조정하여 암기 비율을 떨어뜨릴 수 없다. 오픽, 토스는 문제마다 분량이 짧고 유형이 정형화되어 있어서 템플릿 화가 용이하다. 


하지만 반대로, 한 문제 분량을 1분에서 20분으로, 주제를 예측할 수 있을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출제한다면? 그러면 학습자는 템플릿 대신에 말하기 자체에  시간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바칼로레아처럼 중간·기말고사를 1문제 또는 2문제의 장문의 에세이형으로 출제한다면 라이팅 및 스피킹 학습을 최대화할 수 있다.


①-1. 가능한가?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초등학생인 시절 매일매일 일기 쓰기가 학교 숙제였다. 그리고 매 일기마다 선생님께서 코멘트를 남겨주셨다. 중간, 기말은 1년에 딱 4번이다. 그리고 내용만 영어로 바뀔 뿐이다. 수능, 논술보다 평가 대상도 훨씬 적다.


또한 이미 내신에서 단답형일 지라도 주관식으로 영어 시험이 출제되고 있다. 여기서 분량만 추가하면 된다. 게디가 실제로 제주도는 도 교육청 차원에서 모든 과목 시험을 논술형으로 출제하는 인터네셔널 바칼로레아*를 도입하기로 정했다.


*인터네셔널 바칼로레아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을 본떠 스위스의 한 비영리재단에서 만든 교육과정 및 시험이다. 융합능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기르고 평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서술형 추가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될까? 그렇지 않다. 서술형 답안지를 따로 만들고 문법적 오류, 단어의 적절성, 글의 완결성, 논리성 등 몇 가지 평가 항목을 표준화한다. 서술형 문제 유형을 2~3개 정도 정한 후 유형별로 50개 정도의 문제 후보군을 뽑는다.


실현 불가능할 만큼 엄청난 비용이나 시간이 소비되지 않는다. 프랑스 대입 시험은 바칼로레아는 전 대학생을 대상으로 외국어 구두시험까지 본다. 이에 비해 딱 한 학년을 대상으로 짧은 에세이 몇 개 평가하는 건 새발의 피다.



② 수행평가에 스피킹 시험 추가


가장 쉽게 시행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1:1 인터뷰나 학생들 앞에서 발표 형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주제와 난이도는 학년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 


이미 예체능은 실기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평가하고 있다. 탁구, 노래, 미술 모두 직접 1명씩 시켜보고 특정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오히려 위 스피킹 시험은 이에 비해 훨씬 더 쉬워 보인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중국어 수업을 들었다. 100% 실기 시험이었다. 거의 매일 교수님과 1:1로 회화 시험을 쳤다. 나머지 학생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열심히 연습했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지향적인 교육 방식을 왜 대학교에 가서야 받는 걸까? 만약 초등학교, 아니 중학교 때부터라도 서술형 위주의 교육을 받았다면 지하철에서 영어 학원 광고 대신 해외여행 광고를 더 많이 봤으리라 확신한다.


언젠가 독일 친구랑 발표를 준비한 적이 있는데 PPT를 너무 능숙하게 다뤄서 언제 그렇게 배웠냐고 물어봤었다. 중학교 때부터 영어 시간에 PPT 커리큘럼이 있다고 대답했다. 


②-1. 가능한가?


현재 필자가 운영하는 회화 스터디의 핵심은 100% 생산적 영어이다. 즉, 수강생들이 실제로 말하는 시간을 최대화한다. 튜터는 그냥 진행만 하고 간단히 피드백만 준다. 전혀 어렵지 않다.


적절한 백그라운드 자료, 적절한 토론 주제, 적절한  라이팅 형식, 적절한 스피치 시간만 잘 조정하면 된다. 한낱 대학생도 할 수 있는데 더 많이 배우신 선생님들, 교육부 공무원분들이 못할 리 없다.



3) 교육에서 트레이닝으로


마지막은 시험 제도, 커리큘럼을 떠나서 영어 교육자 모두가 가져야 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르칠 교(敎) 자에서 드러나듯이 교육은 벌써 가르치고 전달하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가르치고 전달하는 행위는 지식 교육에 최적화된 수단이다. 


하지만 영어 회화는 선생님에 의해 일방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학습 영역이 아니다. 학습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말을 하고 써보아야만 습득될 수 있는 능력이다. 


체육 실기 시간에 선생님이 죽어라 축구를 하지 않는다. 이론이 아닌 실기 교육에 있어서 선생님의 역할은 학습자들이 실제로 뛰고, 점프하고, 공을 차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실천하게 끔 도와주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선생님보다는 코치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더불어 학생들이 실제로 훈련에 참여하도록 시스템화한다는 점에서 교육보다는 훈련, 트레이닝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체육 선생님, 아니 코치님이 할 일은 직접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축구를 하게끔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학생들의 축구 실력 향상이 체육 코치님의 최종 의무이다.



영어 스피킹도 똑같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실제로 영어로 말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렇게 거창한 일이 아니다. 하루에 5명씩 자신의 취미에 대해 영어로 말해보게 하거나, 10줄 이상의 영어 일기를 쓰는 커리큘럼 개발이 예이다.


영어 선생님의 임무를 지식 전달자에서 트레이너로 전환한다면, 수업에서 선생님은 커리큘럼 제공 및 관리만 하면 된다.


3년 간 여러 스터디, 학원을 다니면서 스터디를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 하나가 생겼다. 가장 최악은 리더, 선생님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영어 스터디이다. 물론 가르치는 사람의 열정은 인정하나, 실제 효과는 리스닝 향상뿐이다.


반면 최고의 스터디는 튜터의 개입이 최소화되어 수강생의 말할 기회가 많은 스터디이다. 이에 더불어 이야깃거리가 많은 커리큘럼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따라서 영어 선생님들은 영어는 물론 이니거와 교수법, 더 정확하게는 훈련법도 배워야 한다.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영어를 잘 가르치는 것과 다르고, 잘 가르치는 것은 학생들이 말을 많이 하게끔 하는 일이랑 또 다르다. 훌륭한 영어 선생님이라면 학생들이 1시간 내내 신나게 떠들 수 있는 커리큘럼을 고안할 줄 알아야 한다.  




6. 공정함을 넘어 진짜 영어 교육으로


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한 수능의 목적이다. 얼핏 보아도, 공정성, 객관성이 눈에 띈다. 대학 입학만을 위한 시험의 냄새가 짙다.


수능은 1년이 한 번 치러지는 대입만을 위한 시험이 아니다. 모든 교육 시스템이 수능을 따라가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크다. 따라서 수능은 대입을 위한 선별을 넘어서 실제적 교육 내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의 수능은, 대입 이후로는 전혀 쓸데가 없는 말 그대로 '시험을 위한 시험'이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영어 영역은 교육적 효과가 0에 수렴한다. 우리는 몰라도, 미래 세대들에게 껍데기뿐인 영어 교육을 물려줄 수 없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지금이나 20년 전이나 수능 시험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문제도 명확하다. 지향해야 할 목표도 분명하다. 대한민국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부, 학교 그리고 선생님들은 주체적으로 책임 의식을 가지고 목표를 현실화해야 한다.


영어 교육 정상화는 필자의 일이 아니다. 어학원의 일이 아니다. 영어 유튜버의 일도 아니다. 교육을 업으로 하는, 국민의 세금을 받는 교육부 공무원 및 선생님들의 책임이다. 


필자처럼 영어교육으로 사업하는 사람들이 싹 다 망하는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한다. 


유튜브 「I JUST SUED THE SCHOOL SYSTEM!!!」의 일부를 보면서 글을 마치겠다.


sue 고소하다, 소송을 제기하다
여기서 fall은 뒤쳐진 기술을 의미


수능 영어, 이제는 바뀌어야할 때이다.



Reference

1. Youtube, Prince EA, I JUST SUED THE SCHOOL SYSTEM!!!

2. 해커스 어학연구소, TOEFL WRITING iBT EDITION, David Cho

3.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 http://www.suneung.re.kr/main.do?s=suneung

4. 매일경제 MBN, 제주, 객관식 없앤 `바칼로레아` 도입;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803789

5. 서울신문, 佛 ‘바칼로레아’ 33년 만에 대수술;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208023022&wlog_tag3=naver

6. 네이버 지식백과, 바칼로레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37464&cid=43667&categoryId=43667

7. Youtube, 지식채널E, 지식채널e - Knowledge of the channel e_시험의 목적_#001, https://youtu.be/Imx7vgTslyY
7. 교육이란 무엇인가?, 신창호, 동문사

8. 동서양 교육의 역사, 정규영, 학자사




§글쓴이 심규열 소개

100% 국내파 영어 스피커.

제대로만 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영어 회화되더랍니다.

2년 동안 다녀본 회화 스터디만 얼추 50개.

열심히는 했지만, 대부분은 시간 낭비.

긴 길을 빙빙 돌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자원 낭비 없이, Fluency 80% 이상 도달할 수 있도록,

최고 효율의 영어회화 학습법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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