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출 효과로 바라보는 영어회화.
토익 750, 수능 3등급 이상이지만, 영어회화는 젬병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글입니다.
① 편을 안 보신 분은 먼저 읽고 오시길 권장합니다.
「인출 효과로 바라본 영어회화가 늘지 않는 이유 ①편」 보러 가기 Click!
본 글은 총 2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기억의 두 가지 방향; 저장과 인출
2. 인출 효과란?
3. 인출 효과로 본 회화가 늘지 않는 3가지 원인
4. 인출은 스피킹의 10%도 차지하지 않는다
5. 현명한 스피킹 학습법
6. 문제는 내 안에 있다
'저장-인출' 틀을 가지고 영어 회화가 늘지 않는 마지막 이유를 살펴본다. 그리고 이전 설명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스피킹 학습법을 제시한다.
*인출 효과는 기억에 관한 이론이다. 얼마나 더 많은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느냐에 대한 전략이다. 즉, 인출 효과는 셀 수 있는 지식량을 외울 때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인출 효과
배운 내용을 다시 회상할 수록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뇌의 특성.
하지만 영어 스피킹은 기억, 지식과는 10% 밖에 관련이 없다. 우리가 한국어를 외운 문장 (저장한 문장)을 그대로 끄집어내는가? 아니다. 그 보다는 단어, 문법을 서로 조합시켜서 매일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낸다.
즉, 스피킹의 나머지 90%는 문장을 만들어 내는 능력, 운동의 영역이다. 한 마디로, 저장-인출 틀로만 스피킹을 바라보면 스피킹의 10%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 나머지 90%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말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 사진처럼 레고를 조립한다고 생각해보자. 멋진 히어로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2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 번째로는 여러 모양의 빨주노초파란보 레고 조각들 중에 히어로에 필요한 조각만 선별해야 한다. 두 번째, 선별한 레고 조각들을 모형도에 맞춰서 조립해야 한다.
위 레고의 크기를 보건대 아마 모형도가 아주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레고를 완성하려면 복잡한 모형도에 따라 블록을 하나하나 맞춰 나가야 한다. 때문에 레고를 선별해내는 것보다 조립하는 작업이 훨씬 힘들고 더 오래 걸린다.
영어 회화도 레고 조립과 똑같다. 우리는 영어로 말할 때 선별과 조립이라는 두 가지 과정을 거친다. 영어 말하기는 STEP 1. 연상과 STEP 2. 조합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단계로 여러 단어들(모든 레고 블록들) 중 필요한 단어만 연상(선별) 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로 떠올린 단어를 문법 규칙(레고 모형도)에 맞춰서 조합(조립) 해야 한다.
연상은 여러 단어들 중 필요한 단어만 떠올리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연상이 바로 인출에 대응된다. 저장한 단어들 중 필요한 단어만 찾아서 회상해야 한다.
영어 회화를 못 하는 첫 번째 원인은 앞서 설명했다시피 연상, 인출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알고 있긴 한데, 정작 빠르게 떠올리지를 못 해서 말을 버벅거린다. 그러나 이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두 번째 단계인 조합은 연상한 단어들을 문법 규칙에 맞춰 조합하는 활동이다. 우리가 영어를 버벅거리는 원인의 90% 아니 95% 이상은 느린 조합 속도에 있다. 조각을 빠르게 떠올려도 제대로 조합하지 못하는 거다. 다음 한국어를 영어로 말해보자.
오늘 날씨는 어제 날씨만큼이나 안 좋다. 나쁜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밖에 나가길 원한다.
The weather today is as bad as the weather yesterday. In spite of bad weather, people still want to go outside.
매끄럽고 속도감 있게 말했는가? 아마 버벅거리면서 아주 느리게 말했을 것이다. 모르는 단어가 하나라도 있나? 아니다. 우리 수준에서는 위 예시에 필요한 단어를 알고 있을뿐더러 그 단어를 빠르게 인출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인출한 정보를 영어 문법 규칙에 맞게 머리 속으로 빠르게 배열하지 못하기 때문에 버벅거린다.
여기서 포인트는 조합은 인출이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조합은 단어와 같은 유형의 지식 정보를 다시 기억해내고 불러내는 과정과는 완전히 다르다. 레고 선별은 저장량, 지식, 인출과 맥이 닿지만 레고 조립은 기존의 인출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조합은 기억이라기보다는 운동이다. 다른 말로 조합은 특정 지식을 불러내는 게 아니라 재배열 능력을 작동시키는 작업이다. 연상이 인출과 지식이라면 조합은 작동과 능력이다.
저장-인출 틀만으로는 영어회화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출 효과로만 본다면, 영어 회화는 오로지 기억, 저장, 암기, 인출에 관한 영역이다.
그러나 현실은 인출이 느려서 회화가 느린 경우는 10% 미만이다. 90% 이상은 조합 속도가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어회화 향상을 위해서는 지식, 인출보다는 작동,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요약하자면 스피킹의 10%는 단어 인출 속도, 90%는 문법 규칙에 따른 결합 속도이다. 유창성이라 함은 얼마나 빠르게 연상하고 얼마나 빠르게 조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인출 속도와 결합 속도를 향상하는 방향으로 학습을 해야 한다.
특히, 스피킹의 10%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연상보다는 90% 이상을 차지하는 결합 속도 향상에 집중하는 전략이 현명하다. 효율적인 스피킹 학습의 기준은 한 마디로 다음과 같다.
1시간 동안 스스로 얼마나 많은 문장을 만들어 보았는가?
왜냐하면 영어로 문장을 만든다는 행위 자체가 필요한 단어를 연상하고 나아가 이를 조합하는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이 기준에 따라 하지 말아야 할 스피킹 공부와 해야 할 스피킹 공부를 나눠서 설명하겠다.
모든 Encoding (저장) 학습은 멈추자. 영어를 수용만 하는 영어 라디오 듣기, 뉴스 듣기, 미드·테드 보기, 단어·표현 외우기, 문법 지식 학습은 모두 새로운 정보를 삽입하는 저장 학습이다. 단순히 저장에서만 그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자료로 'expect somebody to do something'을 학습한다고 해보자.
△ expect somebody to do something
= to ask for something to happen because you think you have a right to ask for it (Cambridge Dictionary)
= somebody가 something을 하도록 기대하다, 요구하다, 바라다 (Naver 사전)
Ex1) Librarians expect borrowers to return books on time.
Ex2) My boss expects me to work even on Sunday.
저장 100% 전략은 반복해서 정의와 예문을 읽는 학습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 같은 학습 과정을 반복한다. 하지만 단순히 읽고 이해하고 외우기만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첫째, 머지않아 곧 대부분 잊어버릴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둘째, 저장 학습은 애초에 스피킹 공부가 아니다. 스피킹은 인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위 학습 과정에서는 어떠한 인출 과정도 연습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필요한 단어, 문법 규칙을 불러내어 조합하는 연습을 하지 않았다.
같은 학습 자료라도 어떻게 접근하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지금부터 예시를 통해 인출 속도 향상, 나아가 조합 속도 향상을 목적으로 학습해보겠다. 스피킹을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 순서대로 살펴보자.
우선 'expect A to do B = A가 B 하기를 기대하다, 요구하다'라는 지식을 외워야 한다. 이때 단순히 반복해서 읽기보다는 'A가 B 하기를 기대하다 =?' 식으로 자가 시험을 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회상할수록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하필 왜 'expect A to do B =?'처럼 [영→한] 순이 아니고 [한→영] 순으로 시험을 칠까? 전자의 인출 방향은 리딩이고 후자의 인출 방향이 스피킹이기 때문이다.
시험 중심으로 학습을 하되 회상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또한 몰아서 반복하기보다는 1일, 3일, 5일의 기간을 두고 시험을 치는 게 좋다. 예컨대 'A가 B 하기를 기대하다 =?'를 오늘 시험 쳤다면, 내일, 3일 뒤에 또다시 시험을 봐야 한다.
여기까지는 진짜 스피킹 공부의 10%도 안 된다. 저장량만 늘렸지 스피킹의 핵심인 인출 속도 또는 문장을 만들어 내는 조합 속도 향상 연습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어나 문법을 학습했으면 반드시 바로 써먹어 봐야 한다. 저장 후 바로 다시 인출, 소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배운 내용을 활용해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 예시를 보자.
△ Expect A to do B를 활용해서 직접 만든 문장
Every time you tell me to clean my desk / I want to ask you to clean your desk first. If you help me to clean my desk / you can expect me to help you to clean your desk too. Do you want me to help you to clean your desk?
주목할 점은 expect 뿐만 아니라 '동사 + 명사 + to 부정사'라는 같은 구조를 가진 tell, ask, help, want도 의도적으로 사용해서 문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단어, 기억, 인출이 아니라 조합 능력, 작동, 문법 규칙 적용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동사 + 명사 + to 부정사'라는 문법 규칙에서 봤을 때 expect나 나머지 단어는 모두 똑같다. 그리고 이 문법 규칙 적용을 반복했기 때문에 문장 만드는 속도를 향상할 수 있었다.
역시 이 작업 또한 LEITENR HIERARCHY 방식에 따라 일정한 텀을 두고 반복해서 써보아야 한다. 그리고 문장은 길 수록, '동사 + 명사 + to 부정사' 규칙이 많이 포함될수록 좋다. 그만큼 반복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반복해서 써 본 문장을 실제로 소리 내어 말해 본다.
문장을 쓸 때는 종이 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문장을 만들지만, 스피킹은 종이 없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문장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라이팅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 따로 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때 절대로 쓴 영문 스크립트를 그대로 보고 읽어서는 안 된다. 눈 앞에 정답을 두고 읽는 건 문장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효과가 없다. 필요한 단어를 인출하지도, 문장 규칙을 적용하지도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법으로는 첫째, 키워드만 뽑아서 키워드 스피치를 연습한다. 또는 둘째, 한글 스크립트를 써서 이를 바탕으로 스피킹을 한다. 아니면 똑똑하다면 그냥 문장을 외워서 말해도 된다.
영어는 Input이 아닌 Output이다. 저장이 아닌 인출이다. 지식이 아닌 조합 능력이다. 어느 경우나 단어를 스스로 떠올리고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효과적인 스피킹 학습법이다.
이처럼 같은 학습 자료라도 제대로 공부한다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pect A to B'만 가지고 1시간 동안 공부할 수도 있다. 10개 문장 이상을 써보고 10번 이상의 키워드 스피치를 반복하면 적어도 30분 이상은 걸릴 것이다.
이렇게 학습한다면 expect의 뜻은 물론 이니거와 '동사 + 명사 + to 부정사'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문장을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 직접 스피킹 해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활용도가 높은 문장 구조이다.
'동사 + 명사 + to 부정사' 구조의 예시
- My boss always expects me to work harder and harder.
- I asked my secretary to print out the report.
- He is always willing to help me to finish the work on time.
- The object of teaching a child is to enable him to get along with his teacher.
- My father has encouraged me to help the poor and needy.
- Be around people who inspire you to take an action.
- motivate, force, allow, induce, recommend, need...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스피킹 공부란 이렇게 해야 한다. 저장은 더 이상 그만하자. 인출만 죽어라 파도 이미 늦었다.
우리의 학습법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저장:인출 비율이 10:90 이상은 되어야 한다. 명심하자. 우리는 인출 자체인 스피킹을 공부하고 있다.
Perhaps the best aspect of retrieval-based learning is that it is free.
Retrieval practice does not require special equipment or technology.
- Jeffry Karpicke -
*retrieval-based learning 인출 기반 학습
그렇다. 인출 중심의 스피킹 공부는 공짜다. 문장을 만들 재료가 담긴 단어장 또는 문법책 하나면 충분하다. 노트의 90%는 책의 설명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이야기로 채워져야 한다.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을 만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어학원에 가더라도 수업의 90%는 선생님의 설명이 아니라 나의 영어 스피킹으로 채워져야 한다. 선생님이 무엇을 말하던 단순히 듣고 이해만 한다면 여러분은 리스닝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학습자들이 스스로에 대한 고민 없이 좋은 선생님, 좋은 학원, 좋은 자료만 찾는 걸 보면 안타깝다. 직접 경험해 봤기에 절박한 마음은 잘 이해하지만, 정답은 내 안에 있다. 아무리 네이티브 선생님에게 1:1 과외를 받아도 기존의 저장 중심의 학습법을 취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어떻게 학습하냐에 따라 스피킹 실력이 달려있다. 그리고 올바른 학습법을 내재화하기 위해서는 스피킹이 안 되는 원인, 스피킹의 기본적인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필자가 무작정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원인을 다방면에서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필요한 건 비싼 어학원이 아니라 귀찮더라도 문장을 만들어보는 올바른 접근법이다. 나아가 지겹더라도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만들어 보는 학습 의지이다.
학교 시험이 버겁다고, 회사 일이 바쁘다고 영어 스피킹을 전적으로 학원, 선생님에게 떠넘기지 말자. 진짜 해결책은 여러분 머릿속에서 발현된다.
Reference
1. How to Memorize Way Faster and Easier, Youtube, Freedom in Thought.
2. What is the Forgetting Curve?, Youtube, Growth Engineering.
3.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 KBS.
4.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신영준, 로크미디어.
5. A powerful way to improve learning and memory, Jeffrey D.Karpicke.
6. Ask the Cognitive Scientist: Retrieval Practice, Aubrey Franciso, Digital Promise.
작가 심규열 소개
100% 국내파 영어 스피커.
제대로만 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영어 회화되더랍니다.
3년 동안 다녀본 회화 스터디만 얼추 50개.
열심히는 했지만, 대부분은 시간 낭비.
긴 길을 빙빙 돌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소중한 자원 낭비 없이, Fluency 80% 이상 도달할 수 있도록,
최고 효율의 영어회화 학습법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