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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Jul 15. 2018

영어를 외워야 한다고?

Q. 영어 회화 공부할 때 외우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 괜찮나요?

토익 700 또는 수능 3등급 이상이지만, 스피킹은 젬병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글입니다.


Intro. 문장을 외우는 거 아닌가요?


국내파 영어회화 첫 번째 학습법으로 [한→영 번역 스피킹]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브런치 독자, 최**

한 가지 의문이 되는데요. 영어 스크립트를 먼저 익히고 나서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면, 영어를 이미 봐서 기억하게 되니까 스스로 작문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과외, 이** 수강생

한→영을 반복하다 보니까 문장을 외워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잘 하고 있는 게 맞을까요?


온라인 스터디, 임** 수강생

한글을 보고 영작을 하는 느낌보다 외운걸 한글로 약간에 힌트를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렇게 느낌이 들어도 되는 건지. 단순히 외워서 말하는 기분인데 제가 학습 의도에 맞게 잘 가는지 궁금하네요 그러면 좋은 밤 되세요.


영어 스피킹을 향상하려면 문장을 스스로 최대한 만들어 보아야 한다. 하지만, 위 질문자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듯이, 문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단순히 외워버다면 번역 스피킹은 좋은 학습법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아니다. 한→영 스피킹을 반복하더라도 문장을 외우지 않고 여전히 문장을 만들어 본다. 따라서 문장을 만드는 속도인 Fluency를 향상할 수 있다. 오히려 외운다는 느낌이 들면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Body 1. 외우기와 만들기의 차이


왜 [한→영 스피킹]이 외우기가 아닌 만들기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용어의 차이부터 살펴보자.


외우기는 특정 규칙에 대한 이해 없이 특정 내용을 기억하는 뇌의 작용이다. 반면에, 만들기는 규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용을 다시 한번 창조해내는 뇌의 작용이다. 세 가지 예시를 통해 외우기와 만들기의 차이를 이해해보자.


예시 1. 숫자


외우기

π=3.14159265359
· 숫자: 12 자리
· 규칙: 없음


만들기

369121518212427303333
· 숫자: 12자리
· 규칙: +3 등차수열 연달아 나열


두 번째 369 숫자가 더 기억하기 쉽다. 사실, 이 문맥에서 기억한다는 용어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3 규칙을 적용하여 숫자를 다시 한번 만들어 내기 때문에 연습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3 규칙 적용을 반복해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3 계산을 점점 더 빨리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시 2. 독일어 vs 영어

 아래는 각각 '프랑크프루트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싶어요'에 해당하는 독일어와 영어이다. 한글만 보고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해 보자.


독일어

Ich möchte einen Flug nach Frankfurt buchen.
이히 뫼히테 아이넨 플룩- 나-흐 프랑크푸르트 부-헨.


영어

I would like to book a flight to Frankfurt.
아이 우드 라잌 투 붘 어 플라이트 투 프랑크푸르트.


한글만 보고 말한다면, 둘 중 뭐가 더 오래 걸릴까? 둘 다 길이도 비슷하고 발음을 앎에도 불구하고 독일어가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왜냐하면 독일어는 단어·문법이라는 규칙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한 문장의 소리들을 통째로 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 말하기는 10초도 안 걸려서 할 수 있다. 이미 예상 독자라면 문장에 포함되어 있는 단어·문법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문장이 하나가 아니라 500 문장이었다면? 한글만 보고 독일어를 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π를 500자리까지 외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영어는 500 문장이 아니라 5000 문장이어도 이해만 하고 반복해서 연습한다면 충분히 말할 수 있다.


무작정 특정 내용을 기억하는 외우기와 규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용을 다시 한번 회상해내는 만들기의 차이는 여기 있다.



예시 3. 영어 vs 영어

 각각 다른 영어 문장을 살펴보자. 


CASE 1

His beard had blossomed into fantastic set of bristles / and he was busy pioneering an experimental study of memory. 

그의 턱수염은 멋진 털 뭉치로 만개했고 / 기억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개척하는데 바빴다.


CASE 2

Every shoes made by Nike is both good quality and stylish. Adidas is not even competitor against Nike.

나이키가 만든 모든 신발은 질도 좋고 스타일리시하다. 아디다스는 나이키의 경쟁자 조차도 아니다.


이제 한글만 보고 영어로 말해보자.

CASE 1.
그의 턱수염은 멋진 털 뭉치로 만개했고 / 기억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개척하는데 바빴다.

CASE 2.
나이키가 만든 모든 신발은 질도 좋고 스타일리시하다. 아디다스는 나이키의 경쟁자 조차도 아니다.


CASE 1이 말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CASE 2에 비해 단어와 문법 모두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완료 had + p.p, set of~, busy + ing와 같은 규칙은 읽기는 쉬워도 만들긴 어렵다. 


반면에, CASE 2의 경우 단어·문법이 우리 수준에 쉽기 때문에 금방 말할 수 있다. 특히 문법 규칙, 다른 말로는 조합 규칙의 난이도가 한→영 스피킹의 속도를 결정한다.


조합 규칙의 난이도를 올려서, 애초에 문법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을 스피킹 하고자 한다면? 그 경우는 아무리 반복할지언정, 만들기가 아니라 외우기이다. 규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장이 연달아 나오면 독일어와 마찬가지로 한→영 스피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Body 2. 한→영 스피킹은 만들기이다.


1. 모르는 문장이 나온다면?

 결론적으로, 한→영 스피킹은 외우기가 아닌 만들기이다. 또한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영어 규칙에 따라 단어를 배열 및 조합하는 속도는 향상된다. 결과적으로 말하기 속도인 Fluency가 올라간다. 다만, 반드시 이해를 바탕으로 연습을 해야 한다. 다음 예시를 보자.


That's someone / you gotta act a certain way around be cool.

그건 누군가야 / 네가 특정 방식으로 행동해야 하는, 주변에서, 쿨 해지려고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나 문법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두 가지 학습법이 있다. 첫째, 그냥 무시하고 넘어간다. 어차피 만드는 게 아니라 외우게 되므로 영어 규칙 적용 연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한→영 스피킹 시 기존 영어 스크립트 말고 자신이 이해가 되는 수준으로 바꿔서 말한다. 필자 수준에서는 다음 문장과 같은 문장은 이해할 수도 있고 이에 따라 만들 수도 있다.


That's someone (who you have to act in a certain way to be shown as a cool guy around.)


이렇게 이해가 되는 수준으로 말한다면 만들어 보기 때문에 역시 Fluency를 향상할 수 있다.



2. 문장 암기·핵심패턴

 1000 문장 외우기, 자주 나오는 표현 공부하기 등 한 번쯤 들어본 학습법이다. 누구는 효과를 보고 누구는 보지 못한다. 선생님, 교재, 언어적 감각의 차이일까?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세부적인 접근법이다.


누구는 문장에 대한 이해 없이 달달 외우기만 한다. 그것도 큰 소리로 소리 내서 10번씩 읽어본다. 그렇다고 과연 1000 문장을 외울 수 있을까? 그리고 설령 외운다 한들 1000 문장으로 모든 상황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을까? 


외우기 전략은 무한한 문장 수를 유한한 기억력으로 맞서려는 어리석은 짓이다. 외우기 전략의 비효율성은 <KBS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 재해석 上편을 참조하라.


이에 반해, 누구는 문장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스스로 만들어 보려고 애쓰며 학습한다. 겉으로는 똑같이 소리 내서 읽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후자의 경우는 정보의 생산을 담당하는 뇌의 특정 부분이 활성화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 문장을 배웠더라도 이와 비슷한 문장 구조를 가진 영어는 모두 더 빠르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달달 외우기만 한 사람은 딱 그 문장밖에 말하지 못한다.




Body 3. 설령 외울지라도 도움이 된다.


만에 하나 문장을 순전히 외울지라도 스피킹에 도움이 된다. 필자는 아래와 같은 문장을 그냥 통으로 외워버렸다.


Source: Brainy Quote

(Source: https://www.brainyquote.com/quotes/yogi_berra_110034)


끝 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뜻이다. 필자는 ain't의 뜻을 모른다. 찾아보기도 귀찮았다. 그래서 그냥 외워버렸다. 쓸 일이 많아서 지금은 그냥 바로 툭툭 던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도움은 되지만 최선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엇이든 학습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가 아닌 가를 묻기보다는 '가장 도움이 되는가?', '가장 효율적인가?'를 물어야 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외우기는 만들기보다 훨씬 더 비효율적이다.


ain't를 이해하지 못했으니 ain't를 응용하여 다른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리고 ain't가 포함된 무한정의 문장들을 마주칠 때마다 계속해서 외워야 한다. 하지만 ain't의 뜻을 이해하고 위 예시 문장을 10번, 20번 만들어 보았다면, ain't가 들어간 다른 문장 역시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Body 4. 영어 스크립트 유/무의 차이점.


영어 스크립트를 먼저 공부하면
그 자체로 문장을 암기하는 게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요...?


브런치 독자분의 질문 중 하나이다. 한→영 스피킹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다. 첫째, 정답지인 영어 스크립트를 먼저 보고 한글로 말한다. 둘째, 정답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영어 문장을 만든다. 


이미 정답은 나왔다. 영어 스크립트를 본 후 만들어 보나 하나 그냥 스스로 만드나, 영어 문장을 만들어 본다는 점에서 똑같다. 이유는 이미 위에서 자세히 설명했으므로 생략하겠다. 그렇다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레벨마다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후자보다 전자의 방식이 더 효율적이다. (레벨에 따라 다른 이유까지 설명하면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이 부분은 다루지 않겠다.) 그 이유는 두 번째 방식의 단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영어 스크립트 공부 없이 바로 문장을 만들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1. 틀린다.

 어휘적으로는 물론 이거니와 문법적으로도 틀린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제가 말한 영어가 맞는지 틀리는지 어떻게 아나요?", "첨삭은 어떤 방식으로 받아야 하나요?"이다. 너무 많이 받아서 「제가 말한 영어가 맞는지 틀리는지 어떻게 아나요?」 포스팅까지 따로 작성했다. 


하지만, 영문 스크립트를 먼저 보고하면 이미 100% 완벽한 정답을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맞는 영어로 문장 만들기 연습을 할 수 있다.



2. 쓰는 말만 쓴다.

 설령 100% 맞는 문장을 쓴다 한들 자신에게 편한 문장만 반복해서 쓰게 된다. I suppose, I guess, I argure, I believe 말고 오로지 I think만 쓴다. 


그러나, 영문 스크립트에는 다양하 단어, 다양한 문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스피킹을 다채적으로 연습하게 된다.



3. 어차피 사전을 찾는다.

 난이도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의 힘으로만으론 모든 문장을 번역할 수 없다. 어쨌든 사전, 문법책을 뒤져 보게 된다. 


이럴 바에 애초에 정답지를 보고 연습하는 게 시간적으로 효율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영어 원서를 볼 때, 한글본을 보고 난 후에 읽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읽는 시간보다 사전 찾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Conclusion. 외우는 느낌이 들어요.


필자는 경험적으로 한→영 스피킹의 효과를 확실히 보고 있다.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르치는 과정에서 한→영을 반복한다. 그럼 실제로 나와있던 단어·문법 구조를 필자도 모르게 스피킹 한다. 


예컨대, 예전 같았으면 "I want that you talk only in English"라고 말할 걸 지금은 "I want you to speak only in English"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 며칠 전 번역 지문에서 want(motivate, encourage) + 명사 + to 부정사 구문을 반복 연습했기 때문이다.


한→영을 반복하다 보니까 문장을 외워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잘 하고 있는 게 맞을까요?


잘하고 계신 게 맞다. 그만큼 공부한 문장만큼은 별다른 노력 없이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별다른 의석적 노력 없이 자전거를 타고, 운전을 하고, 한국말을 하듯이 말이다.





작가 심규열 소개

100% 국내파 영어 스피커.

제대로만 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영어 회화되더랍니다.

3년 동안 다녀본 회화 스터디만 얼추 50개.

열심히는 했지만, 대부분은 시간 낭비.

긴 길을 빙빙 돌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소중한 자원 낭비 없이, Fluency 80% 이상 도달할 수 있도록,

최고 효율의 영어회화 학습법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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