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어 선생님 고르는 6가지 기준
좋은 회화 선생님과 나쁜 회화 선생님
토익 750, 수능 3등급 이상이지만, 영어회화는 젬병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글입니다.
어디 어학원을 가야 할까?
무슨 영어회화 스터디가 이렇게 많아?
어떤 선생님한테 배워야 할까?
영어회화를 공부하고 있다면 한 번쯤 가져본 의문들이다. 그리고 반드시 짚고 넓어가야 할 질문이다. 왜냐하면, 3년간 이것저것 다해본 필자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제대로 된 튜터, 스터디, 학원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누구에게 배워야 가장 효율적으로 영어회화 실력을 늘릴 수 있을까? 무언가를 제대로 학습하려면 튜터, 커리큘럼, 자기주도 학습 3박자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
오늘은 3가지 중 좋은 튜터의 조건을 제시하려 한다. 이 글을 읽고 난 후 여러분은 어떠한 튜터와 함께 공부해야만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영어회화 학습의 대전제
현명한 튜터의 세부적 조건들을 살펴보기 전에, 효율적 영어회화 학습의 기본적인 평가 기준을 정하고 가자. 우리의 목표는 리딩 향상도 아니고 리스닝 향도 아니고 스피킹 향상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스피킹을 늘리려면 가능한 스피킹을 많이 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영어로 말을 많이 해야 한다" 기준은 추상적이어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좋은 영어회화 학습의 기준을 "60분 동안 실제로 학습자가 영어로 말해본 시간=x"로 정했다. 이 x는 쉽게 측정 가능하고 체감할 수 있다.
x가 높을수록 효율적이고, 낮을수록 비효율적인 영어회화 공부이다. 그리고 영어회화 튜터는 x를 최대화해야 한다. 지금부터, 기본적인 영어회화 학습의 조건 x를 바탕으로 훌륭한 스피킹 튜터의 조건을 제시하겠다.
현명한 영어회화 튜터의 조건 6 가지
먼저 나쁜 튜터의 사례를 보자. 그 후에 나쁜 튜터와 대비하여 좋은 튜터의 조건을 살펴본다.
1. Bad: 스피킹 튜터가 아닌 스피킹 튜터
타이틀은 영어 스피킹인데, 막상 가보면 스피킹 보다 리스닝, 리딩, 어휘 학습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대부분이 그렇다. 최근 직접 가보았던 Ted 영어회화 스터디를 예로 들어보자.
스터디 리더의 지시에 따라 다 같이 앉아서 20분 정도 Ted 영상을 본다. 그리고 20분 정도 영상에 나왔던 어휘, 표현, 문장을 공부한다. 그리고 나머지 20분 동안 영상의 주제에 대해 영어로 토론한다. 실제로 필자가 영어로 말했던 시간은? 아마 60분 중 3분도 안 될 것이다.
주제가 어려웠을뿐더러 8~9명이서 한 팀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적극적으로 해도 5분을 채우기 힘들다. 이미 60분 중 40분을 리스닝과 어휘 공부로 짠 것부터가 잘못되었다. 이건 스피킹이 아닌 우리가 지겹도록 해온 리스닝, 어휘 스터디이다.
1. Good 튜터: 오로지 스피킹 정신만 탑재한 튜터
좋은 스피킹 튜터는 가급적 리딩, 리스닝, 어휘, 문법 학습 시간을 줄인다. 대부분의 학습 시간을 스피킹으로 채운다. 문제는 '어떻게' 스피킹 시간을 최대 화하느냐인데, 다음 항목에서 차근차근 살펴보자.
2. Bad: 말이 많은 튜터
모름지기 선생님이라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려면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피킹은 예외이다. 튜터가 말이 많다는 건 그만큼 학생이 영어로 말하는 시간이 줄어듦을 뜻한다. 말을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주체는 튜터가 아니라 학습자 자신이다.
어떤 어학원에서는 콜라랑 코크가 어떻게 다른지, 왜 코크로 써야 하는지, 코크의 정확한 발음은 무엇인지 한 수업 시간 동안 튜터가 떠들었다고 한다. 영어 스피킹 관점에서는 최악의 선생님이다. 비록 내용이 이 재밌을지언정, 학생들은 입도 뻥끗 안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크의 어원이 뭐고, 콜라랑 어떻게 다른지는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전혀 쓸데없는 정보이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코크의 정확한 발음을 얼마나 따지겠으며, 배경지식을 물어보겠는가? 아니다.
2. Good: 말이 적은 튜터
아이러니하게도 스피킹 학습에서 튜터는 말이 적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학생들이 말을 최대한 많이 하도록 유도, 나아가 강제하는 튜터가 좋은 튜터이다. 기억하자. 효율적 영어학습의 기본 조건은 '60분 동안 학습자가 영어로 말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이다.
학습자가 계속 영어로 떠들게 만들려면 튜터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1) 질문을 많이 한다.
나쁜 튜터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수강생은 듣기만 한다. 하지만 좋은 튜터는 끊임없이 학생이 말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한다. 질문의 형식에 있어서도 Yes or No로 답하는 닫힌 질문이 아니라 "Why do you want to go to Russia?"와 같이 열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학생이 최대한 길게 길게 대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튜터가 스피킹을 제대로 끌어올릴 줄 아는 튜터이다.
2) 할 말이 많은 주제를 선정한다.
위 Ted 예시에서 토론 주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을까?"였다. 한글로 말해도 어려운 벅찬 주제다. 이걸 영어로 토론하자니 말이 안 나올 수밖에 없다. 훌륭한 튜터는 학습자의 레벨과 관심사에 맞게 적절한 주제를 준비한다. 그래서 학습자가 내용에 대한 고민 없이 말을 많이 할 수 있게 만든다. 즉, 영어 스피킹을 연습할 충분한 자원이 담긴 주제를 선정한다.
3) 스피킹 지향적 운영 체계를 구축한다.
프리토킹, 프리 디스커션은 최악의 운영 방식 중 하나다. 프리토킹의 경우 할 말 자체가 없는 데다가 맨날 같은 이야기만 할 가능성이 높다. 프리 디스커션 역시 한글로도 말을 못 하는 주제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영어를 잘 하는 사람만 말하게 된다.
스피킹 지향적 운영 체계란 모든 학생들이 최소 시간만큼, 강제로 말하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미리 주제를 알려주고 Writing 숙제를 내준다. 그럼 학생들은 이미 말할 내용, 필요한 어휘와 표현을 준비해온다. 그리고 스터디 시간에는 돌아가면서 1명당 최소 5분씩 말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3. Bad: 정답을 바로 말해주는 튜터
예컨대 '극악무도한 범죄'를 영어로 말한다고 치자. 아마 극악무도함을 영어로 몰라서 버벅거릴 것이다. 이때 튜터가 바로 a heinous crime이라고 가르쳐주면 안 된다. 물론 하나라도 더 빨리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답을 바로 가르쳐주면 학습자 입장에서 3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heinous를 금방 까먹는다. 쉽게 배울수록, 쉽게 까먹고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면 더 오래 기억한다. 둘째,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돌려서 설명할 수 있는 대처 능력을 기를 수 없다. 몇 년을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든 모르는 단어는 나오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튜터한테 전화해서 물어볼 것인가? 마지막으로 heinous라는 지나치게 고 급진 단어이다. 즉, 일상 대화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으므로 몰라도 그만이다.
3. Good: 학습자가 기본적 단어로 돌려서 말하게 유도하는 튜터
학습자가 막혀도 절대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에 쉬운 단어, 이미 알고 있는 단어로 돌려서 말하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학습자가 "a crime..... a very.... ah..."라고 버벅거린다면, "Explain in another way using basic worlds you already know. You are good enough to do it"이라고 격려한다.
그래서 결국에 학습자는 heinous라는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고도 "the crime which is unlikely to be forgiven by most of the people"와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heinous라고 말하는 거보다 100배 효율적인 학습 방식이다. 우선 문장을 길게 말했고 기본적인 문장 구조 (관계 대명사 which, is unlikely to, 수동태 be forgiven)을 연습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먼저 공부해야 할 영역은 고 급진 어휘, 원어민 표현이 결코 아니다. 기본적인 어휘와 문법을 먼저 학습해야 한다. 왜냐하면 가장 빈번하게 쓰이고 이것만 잘 돌려써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스피킹 할 수 있기 때문이다. heinous와 같은 단어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지만 관계대명사 which는 모르면 스피킹에 치명타이다.
4. Bad: 정확성 (Accuracy)에 집착하는 튜터
최소한 예상 독자에 한해서는, 정확한 발음, 정확한 단어, 정확한 문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튜터는 좋지 않다. 학습자가 말할 때마다 중간에 끊고 고쳐주고 새로운 단어를 알려주면 안 된다. 왜일까?
4. Good: 양치기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튜터
현명한 튜터는 학습자가 틀리더라도 이해가 되는 한 양치기 전략을 택해야 한다. 다시 말해, 조금 틀리더라도 60분 동안 최소 30분은 학습자가 영어로 말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왜냐하면 실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정확도보다는 말하는 속도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금 틀리더라도 빠르게 말할 수 있으면 여러분은 이 글을 읽지도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확도도 떨어지지만 속도는 훨씬 더 떨어진다.
따라서 우선순위를 따졌을 때 속도를 향상하는 게 우선이다. 정확도는 당분간 무시하고 양치기 전략을 택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 수준에서는 그렇게 심각한 실수를 하지도 않고, 말하는 분량이 늘어나면 일관적인 실수들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첨삭이 된다.
속도(Fluency)와 정확도(Accuracy)의 우선순위는 「영어회화 학습 4단계 」를 참조하기 바란다.
5. Bad: 수업 시간에만 열심히인 튜터
스피킹은 단기간에 쌓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꾸준히 연습해야 하는 능력이다. 튜터가 정말 성실히, 효율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1주일에 2~3번 학원만 가는 건 절대량 측면에서 부족하다.
5. Good: 수업 외에도 관리를 해주는 튜터
그러므로 튜터는 학습자가 평소에도 꾸준하게 30분 이상 학습하도록 적절하게 관리를 해줘야 한다. 적절한 분량의 과제, 정확한 데드라인, 철저한 평가 등을 세팅해야 한다. 특히, 지금 당장 영어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회화 학습자는 쉽게 느슨해진다.
따라서 훌륭한 튜터는 수업에서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 외에도 계속해서 학생들을 몰아붙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영어회화는 의지력으로 승부해서는 안된다. 억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런 환경을 조성해주는 튜터를 만나는 게 좋다.
6. Bad: 10명 이상 받는 튜터
함께 공부하는 인원수가 늘어날수록 개인당 말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또한 학생 수가 많을수록 튜터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쉽다. 많은 인원을 적극적으로 말하게 시키는 일 보다 더 편하기 때문이다.
6. Good: 10명 미만 받는 튜터
오로지 스피킹 실력 향상만 고려한다면 참여 인원은 적을수록 좋다. 그래야 내가 말하는 시간이 비례해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지루하고 어색하더라도 소규모 학원, 소규모 스터디를 구성하는 튜터에게 배우길 권장한다.
튜터가 말을 하는가, 내가 말을 하는가
어학원, 전화영어, 스터디, 과외 등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하든 내가 말하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극단적으로는 튜터는 숙제와 자료만 제공하고 살짝살짝 첨삭만 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스피킹 수업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은 튜터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새로운 어휘를 배운다는 재미, 원어민 선생님께 배우고 있다는 만족감,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자체에 대한 안도감에 빠지지 말자. 영어회화 학습의 근본적 기준인 x 시간이 늘지 않으면 당신의 영어회화 실력은 계속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60분 중 실제로 몇 분이나 영어로 말하고 있었는가?"
§글쓴이 심규열 소개
100% 국내파 영어 스피커.
제대로만 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영어 회화되더랍니다.
2년 동안 다녀본 회화 스터디만 얼추 50개.
열심히는 했지만, 대부분은 시간 낭비.
긴 길을 빙빙 돌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자원 낭비 없이, Fluency 80% 이상 도달할 수 있도록,
최고 효율의 영어회화 학습법을 연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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