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dog)나다, 캐나다!

반려견이 어깨 펴고 다니는 그곳!

by 시리

아참, 우리 집에는 반려견 한 마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깜빡했다. 강아지라고 부르기엔 살짝 부담스러운, 무릎 위에 올라가는 작고 귀여운 사이즈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다소 커다란, 12킬로그램의 통통한 웰시코기가 바로 우리 집 막내다.

특 대 사이즈 감자


캐나다 일 년 살이를 계획하면서 다른 것들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갈 때 또 다른 고민거리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이 녀석이었다. 2018년부터 우리 집 막내로 당당히 살아온 '감자'지만, 그를 캐나다로 데려가는 것이 약간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가 14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어떻게 견디냐는 것도 문제, 기내에 데리고 탈 수 없는 아이라 심지어 화물칸에 실어 보내야 되는 것도 더 큰 문제였다.


만약 데리고 가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데, 3-4킬로그램의 작은 강아지도 아니도 12킬로그램, 아니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기준으로는 14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아이를 쉽게 맡길 사람을 찾는 건 어려웠다. 흔히 웰시코기를 '경차에 스포츠카 엔진을 단' 종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에너지도 넘치고, 순간적으로 당기는 힘도 세서 연로하신 부모님께 맡기는 건 불효 중에 가장 불효가 될 터였다. 가끔 여행을 갈 때 맡기는 호텔에도 여쭤보았지만 일 년이나 맡는 건 부담스러워하셨다. 사정이 정 안되면 맡아줄 수는 있지만 그 사이 혹시나 모를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계약서도 써야 한다고 하셨다.

"캐나다는 반려견을 위한 환경이 아주 좋다고 하던데, 힘들어도 같이 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오래 알고 지내온 반려견 호텔 사장님께서 조심스럽게 권유하셨다.


그랬다. 하루 이틀, 아니 일주일도 아니고 일 년은 우리 집 막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가기엔 너무 긴 시간이었다. 결국 나도 감자는 우리 가족이라고, 우리 집 막내라고 해 놓고서는 내 몸 조금 편하게 움직일 생각에 누군가에게 개를 맡길 수 있다면 두고 가야겠다는 나쁜 생각을 했던, 그러면서 비행시간 핑계나 됐던 아직 모자란 반려인이었던 거였다. 스스로의 못남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다시 함께 가기로 했다.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가족이니까.




마음을 고쳐 먹은 후로는 재빠르게 감자를 위한 비행 편을 알아보았다. 인천공항발 토론토행 대한항공은 화물칸에 두 마리의 강아지가 탑승할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우리가 타려고 하는 비행기에 아직 여유 자리가 있었고, 그 자리를 바로 예약했다. 강아지 화물칸 탑승비용이 웬만한 성인 동남아 왕복 비행기 값만큼 든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러고 나서 다른 서류 작업도 시작했다. 다행히 캐나다는 광견병 저 위험국인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반려견에게 까탈스럽게 굴지 않았다. 그냥 검역을 위한 건강검진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일 년 뒤 캐나다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올 때 준비할 서류가 더 많았다.


- 광견병 예방 접종 (너무 집돌이인 강아지라 광견병 예방접종은 안 했었음)

- 2달 뒤 광견병 항체 검사 (한국 입국 시 필수 서류)

- 출국 일주일 정도에 강아지 건강증명서 발급 (동물병원)

- 검역증명서 발급 (검역소)


타임 라인이 모두 정해져 있는 서류들이었다. 가장 급한 것은 광견병 예방 접종이었다. 다행히 다니던 동물병원 선생님께서 해외 출국하는 강아지 관련 업무를 해보신 적이 있으셔서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다.

"감자, 너 좋겠다. 캐나다도 가고. 영어 배워오는 거 아냐?"

웃으면서 이야기해 주시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과 다르게 태생이 '쫄보'인 우리 감자는 별로 탐탁지 않은 얼굴이었다.


주사 맞고 나오던 그 순간의 탐탁지 않은 표정



강아지 해외 출국 관련 서류가 착착 진행되어 정신이 약간 헤이해 질 무렵, 또 다른 위기가 우리를 찾아왔다.


해외 일 년 살이는 말 그대로 일 년 살이이기 때문에 거주할 집을 구해야 했다. 그냥 동물 동반 호텔 같은 곳이나 에어비앤비에 일 년을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캐나다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전세제도는 없고 월세만 가능했다.

캐나다는 '개(dog) 나다'라고 불릴 만큼 반려동물 친화적이니까 렌트도 쉽게 구할 수 있을 거야!!라는 건 내 착각이었다. 어느 나라나 집주인은 집주인이었다.


캐나다는 세입자 보호 장치가 잘 되어있어서 한번 들어온 세입자를 내 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처음 세입자를 받을 때 집주인이 까다롭게 본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선착순 개념이 아니라 집을 빌리고 싶은 사람들이 일종의 렌트 신청서를 정해진 기간 내에 넣으면 그 서류를 다 보고 그중 한 명을 집주인이 '고르는' 것이었다. 더 까다로운 집주인은 대면 면접도 본다고 했다.

캐나다에 연고도 없고, 그들의 기준에서 유학생 가정이라는 불안정한 신분에, 캐나다 내 소득도 없고, 심지어 반려견도 있는 우리는 예비 세입자들 사이에서도 후순위, 거의 끝 순위였다. 그래서 번번이 현지 부동산을 통해 넣은 렌트 신청 서류는 연락이 없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님(여기서는 리얼터라고 부른다)께서도 강아지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며 안타까워하셨다.


그 상황은 출국 2주 전까지 계속되었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자 점점 더 불안해졌다. 강아지를 데려가는 선택은 이제 되돌릴 수도 없는데, 집이 안 구해지면 일단 들어가서 에어비앤비에라도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리얼터님께서 연락하셨다.


" 싱글하우스라 월세가 조금 비싼데, 그래도 월세를 일 년 치 미리 내면 강아지 있어도 받아준대요."


당장 "Take my money!!"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날 바로 신청서를 보내고, 받아주겠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받고, 계약서를 쓰고 돈을 보냈다. 리얼터님께도 몇 번의 감사인사를 드리고 집주인에게도 강아지 사진과 함께 고맙다고 인사했다.



강아지와 함께 캐나다로 향하는 것에 대해 계산서를 끊어보자면 마이너스다.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각종 서류 비용, 강아지가 없었다면 그나마 쉽게 구했을 더 저렴한 렌트, 공항까지 가는 펫이 탈 수 있는 콜 밴비용, 그리고 강아지 비행기 값.



그러나, 식상한 말일지라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다양한 플러스들이 있다. 캐나다는 '개나다'가 맞았다. 동네 어디를 가도 늘 있는 공공 잔디밭, 몇 군데 보호지역을 제외하고는 어디든 강아지가 함께 가도 되는 공원, 트레일, 그리고 심지어 오프리쉬(off-leash)가 가능한 숲까지. 캠핑도 강아지와 함께 갈 수 있었고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호텔도 많았다. 또한 어딜 가든 사람들은 강아지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고, 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늘 정중하게 'Can I pat him?'하고 물어봤다. 강아지가 있어서 오히려 동네 분들과 눈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더 많았고, 우리 집 둘째는 웰시코기를 좋아하는 같은 반 친구를 감자 덕분에 베스트 프렌드로 사귀기까지 했으니 플러스가 아니고 무얼까.


그리고 재밌는 사실은 우리 집 뚱뚱한 감자는 여기서는 오히려 소형 사이즈에 가까웠다. 한국에서 감자와 산책할 때 자주 듣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웰시코기가 크네요'였다면, 여기서는 'cute' 또는 'adorable'로 통했다. 라브라도 레트리버, 시베리아 허스키, 골든 레트리버 등 대형견을 많이 키우는 캐나다 분들에게 우리 강아지는 12킬로그램 밖에 안 나가는 쪼꼬미였던 것이다. 대형견들이 지나가면서 쓱 우리 개를 쳐다보고 지나가면 바짝 쫄아있는 감자가 우습고 귀엽다.



역시 가족은 함께해야 한다.

그것이 가족이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