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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Apr 02. 2016

제주흔적#8

해맞이쉼터 2016_03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하다보면

음식에 예민해진다.

인스턴트 음식을 '매우' 싫어하시고

자연산 음식만 '몹시' 고집하시는 분이라

대충 그렇고 그런 음식들로 여행을 채우게 되면

그 여행지에 대한 당신의 평가는

'다신 가고 싶지 않다' 가 되어버린다.




어서와, 해맞이 쉼터는 처음이지?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훔친 곳이 있다.

이미 유명세를 충분히 치르고 있는

평대리의 해맞이 쉼터

우습게도 어머니가 무척 꺼려하시는

인스턴트에 속하는 라면을 파는 곳인데 말이다.




믿음이 가는 단촐한 메뉴판



경미휴게소나 놀맨닷컴

붉** ***(여긴 언급도 꺼려지지만) 등등에서

제주에서만 표현 가능한 해물라면을

이미 익힐 만큼 익혔다고 생각했기에

특별한 기대는 없었는데

튀기지 않은 면을 내세워

제법 건강한 라면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풀**의 꽃게짬뽕으로 조리한다는 점이

좀 색다르게 다가왔다.

어쩌면 그 부분이 어머니의 마음을

동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갓 끓여진 해물전복라면



또 하나 색달랐던 점은 '무'다.

넉넉했던 해산물과 콩나물도 놀랍긴 했지만

뭔가 익숙하게 다가오는 비주얼이었는데

'무'라는 식재료를 라면에서 발견하게 되는 일은

흔치 않으니 말이다.


그 '무' 때문인지 아니면

풀** 라면의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체적으로 시원하면서도 심심한 맛이 났다.

즉 라면에서 찾게 되는 자극적인 맛이 거의 없었다.

몇몇이 이곳 라면을 그저 그렇다고 말한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싶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MSG의 상실'

우습게도 바로 그점이 어머니를 사로잡은 이유였다.

( 어머니의 주방엔 MSG가 첨가된 조미료가 없다. )




육지에선 감히 넘보지 못할 놀라운 비주얼



또 하나

제법 큼지막한 전복이 1인분에 2개씩이란

주방 삼춘들의 말씀에 흡족해하신 어머니였다.

거기에다가 건져도 건져도 줄지 않는 해물에

또 무척이나 감격해하신 어머니였다.







'제주의 해물 라면이 보통 그래요'

라고 말씀드리려다가 말았다.

1인분에 전복이 2개 들어갔다는 말이

새삼 놀랍기도 했거니와

생각해보니 보통 그렇지 못한 집들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기본은 무시하고

겉모습만 요란한 집들이 너무 많다.


이곳 라면은 기본 이상이었다.

어머니가 좋아하셨다.

뭘 더 바라겠는가.




쪼끄뜨레 바당으로 혼저옵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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