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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Jun 03. 2016

제주흔적#14

요네주방 2016_02



작년 이맘때쯤

요네주방의 '밥말리 파스타'를 처음 맛본 지인 B는

툭하면 밥말리 파스타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놓고는 했다.


공천포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이

어느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어쨌거나 좀 과할 정도로 밥말리 파스타를 찾았다.




안녕! 나는 밥말리 파스타라고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밥말리 파스타에 들어있는 '가지'를 찾았다.


" 밥말리 파스타 먹고 싶다.

아, 그 '가지' 진짜 맛있었는데..."


이런 식이었다.

아마도 '가지'라는 채소가 들어간 오일 파스타가

그의 인생에 적잖은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공천포 바당이 보이는 요네주방의 창가 테이블



나의 경우

요네주방이라는 타이틀을 처음 들었을때

아즈마 키요히코의 만화 '요츠바랑'이 떠올랐다.

'요'가 들어간다는 점 말고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그 두가지가 머릿속에서 여전히 사이좋게 얽혀있다.


지인 B는 요네주방 하면

가지나 토마토 혹은 오일 파스타를 떠올리겠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요츠바'가 '아!' 하고

웃고 있는 얼굴이 자꾸만 보인다.


막상 가서 접하게 된 요네주방은

영화 '카모메 식당' 처럼

'친근한 언니'의 '정서'가 있는 곳이었다.

실제로 주방을 젊은 여성분이 맡고 있는데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기때문에

'친근한 언니' 인지는 모르겠지만

'친절한 언니' 라고는 감히 확신할 수 있다.





'풀' 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의 그대들




한편 '요네주방'은 '요네상회'로도 불리우는데

제주에 머물고 있는 작가들의 손에 의해 탄생된

각종 '예.술.잡.화'가 판매되고 있다.

가게 안 한켠에 판매대가 있어서

음식을 주문하고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벽면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계절 혹은 때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을 훔칠만한 요소들이 다분한

매력적인 그림들이 늘 걸려져있다.





지난 2월의 벽면 장식은 고양이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나의 과거의 고양이들을 차례 차례 떠올리게 했던 그림들
심지어 조명도 충분히 매력적




테이블이 창가자리를 제외하고 딱 하나 놓여있어서

모르는 사람들과 합석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식사 메뉴 또한 단출하다.

밥말리 파스타라는 이름의 오일 스파게티

명랑한 크림 파스타라는 이름의 크림 스파게티

달매 콩 커리라는 이름의 커리덮밥

단 세가지다.


커피와 음료 그리고 알콜

알콜과 관련된 간식메뉴도 있지만

늘 식사를 목적으로 하고 갔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감상은 아쉽게도 없다.





다음 만남때는 두부치즈케이크를 도전해보아요




앞서 얘기한대로 지인 B를 사로잡은

밥말리라는 멋진 이름의 오일 파스타는

가지를 비롯해 토마토와 느타리버섯

블랙 올리브와 베이컨이 어우러진데다

송송 썬 쪽파의 향긋함도 느낄 수 있는

매력 넘치는 메뉴다.


개성 강한 식재료들의 조합이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데

나는 제법 괜찮다고 느꼈다.


다만

씹지 못하는 베이컨이 아쉬웠을 뿐...





나의 경우 : 느타리버섯의 재발견



달매 콩 커리의 경우는 내게 좀 더 혹독하다.

달매 콩 커리는 매움에 대한 경고를 2차례로 나눠

친절하게 메뉴판에 적어 놓았는데

매운맛 라면에 청양고추를 추가해서 먹는 내가

그 매움에 대해 논하려는 것이 아니고

문제는 곱게 다져진 고기이다.


곱게 다져진 고기는 골라내기가 곤란하다.

두어 스푼 시도해보다가 포기한다.




돼지고기 네가 아니라 차라리 닭고기였다면 하는 아쉬움



명랑한 크림 파스타는

생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크림 파스타로

메뉴의 설명 그대로 느끼함이 적은 대신

담백한 맛이 아주 좋은데

톡톡 터지는 명란젓이 씹는 재미를 더한다.

면은 밥말리와 마찬가지로 스파게티다.


식재료의 공격이 아예 없어서

아무런 불편함이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데

밥말리냐 명랑이냐를 놓고 볼 때에

어째서인지 밥말리에 더 마음이 간다.




오독오독 슬라이스 아몬드 & 명랑톡톡 터지는 명란알




이렇듯

진정한 목넘김이 가능한 메뉴가

명랑 크림 파스타 뿐인데도

이 글을 적고 있는 이유는

진정한 목넘김이 가능한 메뉴가

명랑 크림 파스타 뿐인데도

공천포를 찾을 때마다

방문했었다는 점에 있다고 하겠다.


진정한 목넘김이 가능한 메뉴가

명랑 크림 파스타 인데도

1순위는 늘 밥말리 파스타였다.


어쩌면 나도 지인 B처럼 알게 모르게

밥말리 파스타에 반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비록 베이컨은 씹지 못했다 하더라도...




요네상회임을 알리는 전시 판매대의 제주산 예술잡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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