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숑
'단골집' 이라는 기준을
'적어도 5번 이상 방문' 이라고 놓고 볼 때
제주에만 그런 곳이 몇군데 있다.
카페만 놓고 보면
평대리의 '아일랜드조르바'
대평리의 '물고기카페'
서귀포의 '메이비'
그리고 지금 소개할
공천포의 '카페숑'이 그러하다.
서귀포 쇠소깍과 남원큰엉 사이
공천포라는 조그마한 바다가 있다.
눈에 띌 만큼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곳도 아닌데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어느 날 그런 공천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뭔가를 꾸미고 차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러한 곳들로 인해
공천포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카페 숑도 그 중 하나다.
처음 갔던 그때도
이미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6월의 어느 맑은 토요일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에피톤 프로젝트의 '새벽녘'이 귀에 꽂혔는데
그 뒤로 숑에 갈 때마다
이상하게도 '새벽녘'만큼은 꼭 듣게 되어서
오히려 지금은 '새벽녘'을 들으면
자연스레 숑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내가 아는 그 둘은
몹시도 닮아있다.
벨지안 민트 초코가 카페 숑의 대표메뉴라 했으나
평소 초컬릿 음료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일년에 딱 12번 특수한 날은 제외)
샤케라또를 주문했었다.
딱 한모금 입으로 넘기고 실수로 잔을 쏟았다.
덕분에 테이블과 바닥이 엉망이 됐다.
상냥하신 사장님께선
평온한 미소를 유지한 채
뒷정리를 도와주신 걸로도 모자라서
위로의 커피라며 아메리카노 한 잔을
'그냥' 내어주셨다.
그 따듯함을 잊지 못하고
그 해 비교적 따듯했던 11월의 어느 화요일에
당시 몸 담았던 스튜디오의 전 직원들을 이끌고
무작정 공천포로 향했다.
그리고
화요일은 카페숑의 정기휴무인 것을
문 앞까지 가서야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제주를 찾을 때마다
습관처럼 숑에 들러 마음의 위로를 받곤 한다.
물론 화요일인지 아닌지를 체크하면서...
아마도 휴일이 같은 처지가 아니었다면
숑을 찾았던 날들이
더욱 더 채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소박하고
따듯하고
다정한 느낌이 그리운 분들께
공천포 카페 숑은 분명
충분히 위로가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