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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Apr 10. 2016

제주흔적#11

카페숑



'단골집' 이라는 기준을

'적어도 5번 이상 방문' 이라고 놓고 볼 때

제주에만 그런 곳이 몇군데 있다.


카페만 놓고 보면

평대리의 '아일랜드조르바'

대평리의 '물고기카페'

서귀포의 '메이비'

그리고 지금 소개할

공천포의 '카페숑'이 그러하다.




공천포 카페 숑 입구



서귀포 쇠소깍과 남원큰엉 사이

공천포라는 조그마한 바다가 있다.

눈에 띌 만큼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곳도 아닌데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어느 날 그런 공천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뭔가를 꾸미고 차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러한 곳들로 인해

공천포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카페 숑도 그 중 하나다.




햇빛 비추던 어느 날






처음 갔던 그때도

이미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6월의 어느 맑은 토요일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에피톤 프로젝트의 '새벽녘'이 귀에 꽂혔는데

그 뒤로 숑에 갈 때마다

이상하게도 '새벽녘'만큼은 꼭 듣게 되어서

오히려 지금은 '새벽녘'을 들으면

자연스레 숑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내가 아는 그 둘은

몹시도 닮아있다.




함께 했던 친구가 택한 콩가루가 듬뿍 올라간 아이스크림



벨지안 민트 초코가 카페 숑의 대표메뉴라 했으나

평소 초컬릿 음료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일년에 딱 12번 특수한 날은 제외)

샤케라또를 주문했었다.




샤케라또 왼쪽 뒤의 잔이 카페숑의 마스코트 '벨지안 민트 초코'



딱 한모금 입으로 넘기고 실수로 잔을 쏟았다.

덕분에 테이블과 바닥이 엉망이 됐다.


상냥하신 사장님께선

평온한 미소를 유지한 채

뒷정리를 도와주신 걸로도 모자라서

위로의 커피라며 아메리카노 한 잔을

'그냥' 내어주셨다.




감 동



그 따듯함을 잊지 못하고

그 해 비교적 따듯했던 11월의 어느 화요일에

당시 몸 담았던 스튜디오의 전 직원들을 이끌고

무작정 공천포로 향했다.


그리고

화요일은 카페숑의 정기휴무인 것을

문 앞까지 가서야 알게 되었다.




슬 픔



그 뒤로 제주를 찾을 때마다

습관처럼 숑에 들러 마음의 위로를 받곤 한다.

물론 화요일인지 아닌지를 체크하면서...


아마도 휴일이 같은 처지가 아니었다면

숑을 찾았던 날들이

더욱 더 채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 공항 보내기 30분 전의 어느 날 : 처음으로 1회용 잔에 받아든 날
같은 날 제주 숙소에서 나홀로 기념하고 추억하다



소박하고

따듯하고

다정한 느낌이 그리운 분들께


공천포 카페 숑은 분명

충분히 위로가 될 터이다.




지난 2월 가장 최근의 따듯했던 카페 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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