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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May 29. 2021

호주흔적#16

사진으로 말해요 : 마지막 한량놀이

오늘도 화창한 날씨에 눈을 뜬다
내일 아침이면 이곳을 떠난다
대충 세수만 하고 아침을 위해 슬리퍼를 끌고 나온다
압도적인 크기의 빵이 놓여진다
이후로 한동안 우린 크루아상에 대한 욕구를 잃는다
어제와 비슷한 시간 웰팅턴의 꼭대기에 구름이 놓여있다
내일 이 마을을 떠난다
천천히 동네를 배회하며 마지막 해변을 찾는다
괜시리 마음이 헛헛하여 마트를 찾는다
귀여운 것들로 마음을 채운다
(먹지 마세요 고양이에게 양보하세요)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 마주한 아부틸론과
개머루를 닮은 식물도 봐준다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데는 고향 음식이 딱이다
얼려두었던 샷으로 큐브 라떼도 만든다
해가 기울고 마지막 저녁 산책에 나선다
예쁜이를 발견하고 조심스레 불러본다
꽃만 보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늙은 나이다
자스민 꽃을 보게 될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동네 하나있는 연륜있는 펍에서 마지막 밤을 맞기로 한다
지역 특삼품을 주문해본다
호바트 아니면 구경하기 힘든 녀석으로 택한다
어느새 정이 잔뜩 붙어버린 동네 뷰가 돋보이는 곳이다
곁들일 음식에서도 연륜이 느껴진다
오리지널 시저를 이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어느덧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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