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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Mar 16. 2016

제주흔적#3

서광춘희 2016_02



함덕을 출발하는 시내버스에 몸을 싯고

한라병원 정류장에 내려

화순행 시외버스로 갈아탄 뒤

서광동리에 내리기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80분 가까이 버스를 기다렸고

110분이 넘는 시간을 버스안에서 보냈다.

그러고도 한참을 걸었다.


서광춘희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반 가 워 ! 서 광 춘 희


꽤 오래전

제주에 관련된 포스팅을 통해 좋은 인상을 받고

기억에 담아둔 뒤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함덕에서 출발 협재로 마무리 되는 이날의 계획에

중간 지점으로 좋을 것 같아 택한 여정이었다.



굳이 바다뷰가 아니어도 좋은 제주의 모습들



브레이크 타임에 걸릴까 조마조마

전화로 확인 또 확인 후 마침내 입성



메뉴가 심플하여 마음에 들었다
4인용 테이블을 염치불구하고 독차지


당시의 음악은 빌리 홀리데이 -아마도- 콜렉션

제법 높은 천장과 넓은 벽면을 타고 흐르던

그녀의 울림이 이미 마음을 훔쳤다.


음악이 좋으니 맛도 좋겠지라는

나름의 믿음으로

2월의 제주 당근을 기대하며

당근주스와 성게라면(춘희면)을 주문했다.



불편함을 감수해도 좋을 멋드러진 젓가락과 기본 상차림
감귤피가 들어간 춘희표 백김치. 상큼 달콤 새콤 아삭



이윽고

춘희가 가지고 있는 당근의 상태가 좋지 않아

당근주스는 내어줄 수 없다는 슬픈 소식과 함께

춘희면만 테이블에 놓였다.




성게+숙주+미역+완숙란+미역+조개+말린호박 = 춘희면 : 성게라면
춘희면 : 성게라멘이 놓인 풍경



기본 육수가 짐작이 가진 않았지만

슴슴(?)하니 담백한 국물맛이 좋았다.

 면과 면위에 올려진 고명(?)들을 섞고

성게가 국물에 스며들자 맛이 그윽해졌다.



알맞게 익은 꼬들꼬들 면



제주의 시린 겨울 바람길을 꽤나 걸어온 탓에

경직되었던 몸이 서서히 풀리고

많게 느껴졌던 춘희면 그릇의 바닥이 보였다.


한그릇 뚝딱

든든히 먹고 갑니다.


다음 만남엔

커틀릿과 주스도 부탁할께요.

혼자만 머물기 아쉬웠답니다.




오후 4시와 5시 30분 사이, 그리고 화요일은 피해서
이제 화순 곶자왈을 행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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