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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Mar 16. 2016

제주흔적#5

숙이네찻집 2016_02



애월리 버스 정류장 앞

정감 넘치는 입간판에 이끌려 들어간 찻집



애월리 버스 정류장



슬로비 제주에서 아점을 먹고 나왔는데

급히 공항으로 갈 일이 생겨버렸다.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은 37분 후


날은 춥고 바람은 거칠고

갑자기 눈도 비도 아닌 것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굴림체 모양을 하고 있네요  어째서인지 괜찮아요 심지어 예뻐요


말을 해놓고 보니

마치 넉넉히 남은 버스 시간과

좋지 않은 날씨 탓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 것처럼 되었지만


언젠가 제주를 찾았을 때

한담해안로를 목적지에 두고 애월리를 지나면서

눈여겨봤던 입간판이었다.


굴림체에 대한 매력을

도무지 알 길 없어 하던 때였는데

이상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구석이 있었다.




이름도 정겹지 숙이네 찻집
음악은 보편적인 가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숙이네 찻집 테이블 하나 둘
숙이네 찻집 테이블 셋 하고 'ㄴ'
입구 옆 테이블에 앉으면 버스 안내표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나의 메뉴 자몽티 왜 때문에 삼천원



메뉴의 가격이 무척이나 겸손한 느낌이었다.

특히나 티 종류가 그랬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 싶을 만큼


티와 커피를 놓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몽티를 선택했다.


당연히 일회용 잔 또는 기다란 머그잔에

나올 것이란 예상을 보기좋게 뒤엎고

자몽차 특유의 빛깔이 드러나는 유리 티팟과

작고 매끄러운 찻잔 세트가 눈앞에 펼쳐졌다.

'뜨거운 물이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라는 친절한 멘트도 덧붙여서



딱 맘에 들었어 숙이네 찻잔
눈으로도 마셔요 고운 빛깔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가게를 지키고 있던 청년 2명 중 한분이

방금 찐 빵이라 맛있다며

쑥빵을 하나 건냈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조금씩 뜯어먹고 있자니

빵의 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빵도 직접 만드시나봐요?"

라고 예의 청년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님이 만드세요. 바로 옆 집에서"


그랬다.

바로 옆집이 숙이네 보리빵

제주 가이드 북에서 익히 보아왔던

애월을 대표하는 보리빵집이었다.



배가 부르다고 사양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빵을 다 먹어갈때 즈음

버스 안내판이 잠시 후 도착 알림을 띄웠다.


숙이네 보리빵집 옆

숙이네 찻집

따듯한 오후가 흐르고 있었다.




찻잔이 놓여있는 풍경 : 숙이네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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