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id Kang Mar 16. 2016

제주흔적#6

반사바이 2015_06


이제는 손에 꼽기 힘들만큼 제주를 드나들면서

제주의 가장 아름다운 항구마을로 꼽힌다는

위미리에 대한 대표적인 인상은 고작

영화 '건축학개론'의

'서연의 집'이 있다는 것 정도였다.


그리고 이제는 카페로 활용(?)되는

그곳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 또한

긍정적이라고 보기 힘들었기때문에

위미리는 그저 지나치는 곳에 불과했다.


그런 위미리에 흥미로운 가게가 눈에 띄었다.

반 사바이

바로 태국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싸와디카, 제주에서 타이푸드는 처음이지?



대강이나마 파악했던 사연은 그랬다.

한국 여자 사람과 태국 남자 사람이 만났고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제주도 서귀포 위미리에

태국 음식점을 차리게 되었다.




심히 달큰한 타이 밀크티



가게는 부부의 애정넘치는 흔적들로 가득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벽면을 장식하고 있던 '개성만점'인 그림들

그리고 그 그림들은 한결같이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 나는 귀엽지만 또한 착한 사람이에요 "







구경을 마치고 주문을 했다.

태국식 밀크티와 태국 맥주

그리고 메뉴가 간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똠얌꿍과 팟타이를 꽤나 신중하게 결정했다.


요리는 남편인 태국 사람이 한다고 했기에

자연스레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은 물론 한국 밖의 꽤나 많은 여행지들

심지어 본고장 태국에서도 맛 본적 없는

그야말로 개성넘치는 똠얌꿍의 맛에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태국의 국민 맥주 '창' 비어
숙주의 상태에 우선 감격하고 맛에 두번 놀랐던 팟 타이



우선 나온 팟 타이는 훌륭했다.

신선한 숙주와 부추 그 밖의 채소와 새우

적당한 물기를 머금고 있는 잘 볶아진 면

레몬을 두르고 피쉬소스를 살짝만 넣어

골고루 섞은 뒤

금새 접시를 비웠다.


헌데 똠얌꿍은 좀 달랐다.

맛이 '있다' 혹은 '없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혀 새로운 음식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태국에서의 그 맛도 아니었다.

팍치를 넣어달라고 했어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고추장 찌개를 떠올리게 했던 과하게 걸죽한 느낌의 똠얌꿍




오늘에서야 찾아온 나름의 깨달음은

우리 한국의 대표 메뉴인 김치찌개도

지역마다 혹은 가게마다

또는 만드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맛에 차이가 있듯이

반 사바이의 똠얌꿍 또한 그런거 아니겠는가.


귀엽지만 또한 착한 태국 남자와 한국 여자가

한국의 제주도 서귀포 위미리에서 만든

똠얌꿍의 맛은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

그런 것이다.




무르익는 저녁, 비워지는 잔들





작가의 이전글 제주흔적#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