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 (4/4)

의 시작

by 기미닉

그 후로 약 2년째 외국인이 된 적이 없다.

알록달록했던 외교부의 지도에 색이 두 개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하고도 단호한 메시지였다.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면 안 돼”

“죽을지도 몰라. 설명도 필요 없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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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해외 안전 여행 (L)2018 (R)2021.12


이로써 여행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 되고 말았다.

이 상태가 한없이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출국은 다시금 숙원이 되어가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틀릴 수도 있겠지만, 이제 깨달음부터 명예까지 거머쥐는 비결이 적힌 보물이 외국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있다 한들 그걸 찾는 사람이 나일 거란 기대도 하지 않는다.

이십대 초반 청담동과 홍대에서 찾던 재미도 근래엔 여러 곳에서 찾게 됐다.

그럼에도 상황이 괜찮아지면 캐리어부터 쌀 작정이다.

대단할 것 없는 바람이니까.


KakaoTalk_20211201_134010422.jpg Bursa, Turkey. 2019

숙원(宿願) 「명사」 오래전부터 품어 온 염원이나 소망.

오랜 소망을 이루는 경험. 물론 값진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가졌던 모든 숙원이 정말 이루기 어려워 숙원이 된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숙원이라 여겼던 해외여행이 그러했듯, 조금만 애쓰면 털어낼 수 있던 일이 더 많지 않았을까.

그저 게으른 탓에 작은 바람이 맘속에서 곰팡이로 변하는 걸 막지 못해 놓고선

숙원이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포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쓰는데 지나치게 오래 걸린 이 글처럼.

KakaoTalk_20211130_204804236_01.jpg Charles de Gaulle Airport, France



다시 내 선택이 중요해지는 날이 오면, 곧바로 외국인으로서의 시간을 보내려 한다.

다만 나로 인한 숙원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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