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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토 Apr 24. 2024

 '반딧불터 사업단'이 뭘까요?

마을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기록 1. 

2007년 5월 14(월)  


반딧불터! 그곳엔 왠지 내가 오래전에 두고 온 소중한 꿈들이 아롱다롱 모여 있을 것만 같다. 그곳에 가면 또래들도 만날 수 있고 또래의 엄마들이 모여 아이들얘기를 하면서 나와 비슷한 고민들의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동네에 그런 작은도서관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혼자가 아니라 마음과 생각을 서로 나누고 힘을 받을 수 있는 곳, 그곳이 가까운 도서관이라면 정말 좋겠다.     


아름다운 마을을 여는 힘! 마을어린이도서관

사단법인, 대전시민사회연구소는 대전지역에 주민이 만들고, 주민이 운영하는 도서관을 마을마다 만드는 일을 하는 ‘반딧불터 사업단'을 꾸리게 되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MBC대전문화방송이 공동으로 ‘마을어린이도서관 설립 및 지원사업'을 신청하여 ‘기업연계형' 참여기관으로 2007년 노동부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반딧불터'라는 이름은 순수한 우리말쓰기운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도서관에게 붙여준 우리말 이름이다. 반딧불터 사업단에서는 마을어린이도서관 만들기에 뜻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 40여명이 모여 도서관설립과 효율적 운영, 나아가 지역사회공동체의 일꾼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기 위해 교육을 받는다. 주민들 곁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위해서 이다. 그래서 마을어린이도서관 만들기의 처음을 함께 한다는 것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 처음을 시작하며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반딧불터 사업단을 찾아가는 첫날, 목동네거리에서 빈들교회까지 걸어가는 길은 날맹이를 한참 올라가야 했다. 십자가위로 하늘엔 구름이 무심코 흘렀다. 교회의 가파른 회색벽은 마을어린이도서관을 만들기까지 부딪쳐야할 수많은 일들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다가왔다.     


반딧불터 교육장소는 빈들교회 지하1층에 있다. 오전 10시, 대전지역의 각 동에서 모인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하면서 안으로 들어섰다. 박상우(반딧불터사업단 집행위원)씨가 진행한 오리엔테이션에서는 3개 시행주체와 사업단 소개 및 인사가 있었다.     


반딧불터 사업장이던 빈들교회

빈들교회 당회장목사와 강영희(석교동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장), 김미정(중촌동‘짜장'마을어린이도서관장), 조학원(관저동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장)씨를 비롯하여 참가자들의 인사소개가 이어지는 가운데, 모두의 마음속에는 우리 마을에 어린이도서관이 반딧불처럼 피어나는 꿈을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빈들교회 남재영 목사는 참가자들이 교육받는 동안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들을 하라고 하면서 당장 냉온수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99일째 되는 아기가 누워 있다.


더불어 잘사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소중한 사람들이 모였다. 앞으로 이 모임은 우리 주변을 빛내는 반딧불이기를 소망한다.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내가 가진 ‘재주나누기'를 위해 ‘반딧불터'에 모인 사람들에게 설문 9가지 문항을 조사했다. 내가 더 관심이 가는 분야는 무엇인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특기(예, 십자수 독서지도 인형극놀이 등)가 어떤것인지, 도서관만들기를 잘 하기 위해서 받고 싶은 교육은 무엇인지, 직장생활의 경험이 있는지 등의 내용이었다.     


화단에 놓인 소꼽놀이 장난감과 장갑, 그리고 호미


교육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지고 오후에는 주로 오전에 받은 교육을 실습하며 모둠활동을 한다. 스스로 결심하고 스스로 만들며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어내는 마을어린이도서관. 참가자들 중에는 젖먹이를 데리고 나온 몇몇의 아기엄마들도 눈에 띈다.

바로 이런 따뜻하고 함께하는 장면, 내 상상이, 내 꿈이 언젠가 현실이 될 것 같은 예감에 가슴 벅차다. 그 풍경의 한곳, 99일 된 아기(한라)를 데리고 온 엄마가 클로즈업된다. 아기엄마(박연화)씨의 집은 동구 세천동. 교육장이 있는 중구 선화동까지 오는 길이 다소 복잡해도 천기저귀를 한꾸러미 준비해오고 직접 젖을 먹이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아기엄마의 맑은 미소는 햇살처럼 반짝인다. 어쩌면 저 아기도 어린이도서관만들기의 꿈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자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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