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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토 May 12. 2024

마을 돈 '두루'이야기

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12. 

2007년 5월 31일(목)


"모기장 1,000두루, 아기옷을 10,000두루에 샀어요. 제가 입은 임신복도 두루로 산 거에요. 아는 사람이 썼던 것이라 정이 가고  더 안전하게 입을 수 있어서 좋아요."


                          필요한 물건을 고르는 회원, 물건 값은 '두루'로 계산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돈의 세계와는 다른 곳이 있다. 두루 널리 쓰인다는 의미로 지역통화를 쓰는 ‘한밭레츠'의 ‘두루'는 대전지역화폐의 이름이다. 레츠는 나누고 보살피는 마음으로 지역경제와 환경을 생각하며 공동체를 복원하는 큰 개념이다. 대전한밭레츠에서 상근하는 박현숙(모래무지)씨가 강사로 나와 지역통화의 쓰임과 공동체확산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전해주었다.


                                   '모래무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박현숙 상근활동가



모든 거래에서 주기만 하고 받기만 하는 일방적인 거래는 없다. 거래가 성립되려면 주고받아야 한다. 현실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쓰고 있는 현금거래는 내가 돈을 내고 새 물건을 사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품앗이거래'는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로 이웃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누구에게나 잘 하는 것이 있으면 못하는 것이 있다. 내가 가진 게 별 것 아니라고 여겼던 것을 재주로 인정받는 기쁨이 있다. 한 예로 뜨개질을 즐겨하는 한 회원이 완성품으로 내놓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필요로 했을 때,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라는 자신감과 내 물건을 사가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래서 더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내 가치를 발견한 회원은 점점 자기가 하는 일을 전문화시켜 창업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취미가 업으로 이어진 한 회원은 평소에 음식을 잘 만들었다. 반찬가게를 열었을 때, 같은 회원들은 최고의 단골이며 지지자가 되어 서로 보살펴주는 관계가 되었다.


회원들은 재주를 서로 발휘하고 돈으로 거래되지 않는 또 다른 ‘품'(서비스)을 개발하고 나누게 된다. ‘품'은 아이들과 놀기, 학습, 음식, 전기기술, 등 교육이나 생활, 기능으로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서로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회원들은 서로 보살펴주는 관계가 되어 내 물건을 내놓으면서 누군가를 생각하게 하고, 쉽게 물건을 버리기보다는 환경을 먼저 떠올리며 실천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특별히 환경운동을 하지 않아도 서로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자체가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움직임이 되는 것이다. 물건을 많이 팔고 사는 경쟁과 시합이 아니라 자기 것을 서로 나누는 거래를 만드는 일이다.


         민들레 의료생협에 대해 얘기하는 김성훈 씨. 그는 반디들에게 교육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한밭 레츠(LETS -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는 대전 법동에 있으며 올해 8년이 되었다. 민들레의료생협과 연대해서 의료보험에 해당되는 진료는 ‘두루'로 쓸 수 있다. 작년 7월에 치과가 개원했지만 아직 두루비용이 높지는 않다. 전체진료비에서 부분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회원들은 상담진료를 통해 신뢰를 쌓고 과잉진료를 받지 않는다.


한밭레츠는 도시형에 맞는 품앗이시스템이다. '레츠'는 지역통화교환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소꿉장난 같은 어른들의 재미있는 놀이터,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두루'로는 15% 활용할 수 있다. 짬짬이 자원활동을 통해 두루도 벌 수 있고 그렇게 번 두루로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살 수도 있다. 


충남 금산에서 유기농을 고집하며 닭을 키우는 박은수씨 내외에게 ‘두루'의 이웃은 큰 힘이 된다. 아내는 교사로 남편의 일을 도우면서 배달도 한다. 아이들은 닭이 알을 낳으면 닦는 역할을 한다. 물건은 인증번호를 받는 신뢰가 아니라 그들 부부가 어떤 마음으로 닭을 키우고 있는지 회원들은 생산자의 ‘생활'을 알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얼굴과 이름, 마음까지 알기 때문에 상품으로의 ‘인증'이 필요 없다. ‘두루'는 그렇게 자율과 책임을 지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건강함으로 놓여있는 것이다.


통장에 아무리 두루가 많아도 이자는 없다. 레츠에서는 고정적인 프로그램과 계절활동, 품앗이 만찬(두루장터)이 열린다. 6월 초순에는 놀면서 체험할 수 있는 유기농 매실따기도 마련되어 있다.


한밭레츠는 대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한밭레츠의 단점과 어려움은 뭘까? 레츠의 생활이 내 몸에 배는 시간은 천천히 진행된다. 재활용으로 옷을 내놓을 때면 옷을 빨아야 한다. 재활용통에 단번에 집어넣으면 끝날 일을 번거롭게 하고 집안 한 귀퉁이에 쌓아놔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 인건비마련이 어려운 것 등이다.


대금산조나 차 만들기 같은 ‘품앗이학교'는 수시로 열린다. 전문적인 재능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체험위주로 도예촌에서 그릇을 만들어 보고 염색도 직접 해본다. 대전의 노은동과 관저동이 점점 커지면서 법동 한군데가 움직이기에는 너무 멀기 때문에 현재 동네품앗이 소모임이 지역에 따라 활성화 될 필요를 느낀다. 두루거래는 신입회원이 되면 당장에 가능하다. 환경을 살리는 돈 이야기, 오늘 내가 사는 물건들을 현금 아닌 두루로 살 수 있다면 얼마큼의 두루가 필요할까? 재밌고 신명 나는 돈 쓰기도 두루라면 가능하겠다. 



* 나누기

                                                             육아소모임


                       나누기와 육아소모임을 하는 동안 꿈나라로 여행중인 아기반디 '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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