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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May 13. 2019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예측할 수 있을까?

전직 국제경제 기자가 밝힌다…글로벌 증시 뒤흔드는 트럼프 심기 예측법

1년 넘게 끌어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물거품 위기에 놓였습니다. 미국 행정부가 10일 0시부로 2000억 달러 상당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한 것이지요. 사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정부가 관세 인상을 위협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 정부와 5개월의 무역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 터라 실망감은 컸지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을 발표한 직후 한국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는 적지 않은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참.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전직 국제경제 담당 기자였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등 여러 국제 제 이슈를 취재하는 게 제 일이었지요.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실시간 마크'하다보니, 저만의 요령이 하나 생겼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쯤 자신의 트위터 등에 깜짝 발표를 할지 정확히 예측할 순 없겠지만, 그의 감정 상태와 심기를 살펴볼 수 있는 저만의 잣대가 생긴 것이지요. 국제경제 기자 시절, 습관처럼 참고했었던 여러 변수를 소개합니다. ;)


첫째,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이라고 할 수 있는 '백인 노동자'의 지지도입니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이들이 핵심 지지층이지요.



미국 중서부의 제조업 지대인 디트로이트 등을 '러스트 벨트'라고 부르는데요. 가난하고 저학력의 이 지역의 남성 백인 노동자들은 지난 10~20년 간 깊은 상실감에 빠져 왔습니다. 일본과 한국 등 제조업 후발 주자에 자국 산업 경쟁력이 따라잡힘에 따라, 이들의 산업이 불황에 놓였기 때문이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이들을 치밀하게 공략했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란 구호를 통해 말이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현재까지 이들의 지지도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지역구 연설을 할 때도 이들 지역구를 자주 방문할 정도이지요. (이들의 심리를 더 잘 파악하길 희망하는 분들에겐『힐빌리의 노래(2017년)』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의 현실과 피해의식을 잘 느껴볼 수 있지요.)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스티브 배넌 전 수석 전략가.


둘째,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측근과의 우호 관계입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서 트럼프처럼 임기 가운데 측근을 많이 자른 대통령은 찾기 어려울 겁니다. 2016년 자신의 대선 승리의 기반이 되어준 스티브 배넌 선거 전략가, 지난해 3월 아프리카 출장 중 '트윗 경질'을 당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대표적이지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들어 현재까지 고위직에서 잘린 사람만 48명에 달합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마찬가지 신세였지요. (※보다 자세한 최근 내용을 확인하시려는 분들은 다음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트럼프, 예스맨만 남기고 다 내쫓아"…백악관은 `1인 왕국`)


친딸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보좌관 등 친족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가 경질 대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의 관계 변화를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 변화를 추측할 수 있답니다.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사임 이후에도 틸러슨과 트럼프 대통령은 비난을 주고 받았지요. [폴리티코 캡처]


뉴욕타임스폴리티코처럼 미국 정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언론 기사를 통해 이들의 관계가 순조로운지 살펴보는 것이지요. 이들 사이에 우호성 발언보다 비판성 발언이 많아아진다면 관계가 싸늘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예외사항도 있기 마련입니다. 중국과 무역 협상을 이끌었던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대표적 예이지요. 2년 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달러화 강세에 찬성 발언을 했는데요. 이는 달러화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여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망친다며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되는 발언이었습니다. (※참조: 므누신 美내무장관 내정자 "장기적 强달러 중요"…트럼프와 엇박자)


연이어 자신의 주군과 엇박자를 냈지만, 계속 신임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므누신 장관의 돌출 언행보다 중국과 무역전쟁이 더 중요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런 변수들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에 따른 트윗 발언을 일일이 예측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미국과 중국 관료들의 협상장 분위기,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러스트 벨트와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중국 산업의 발전 등 고려할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지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불확실성이 도래한 요즘 시대에 완전한 예측력을 갖추는 건 결코 쉽진 않지만, 최소한 세계 경제를 진단하는 자신만의 기준과 통찰력을 키울 필요 있다는 것이지요.


글로벌 경제를 불안케 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 뿐만이 아닙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유럽 일대의 포퓰리스트 정당 출몰 등 적지않은 이슈가 세계 경제를 불안케 하고 있지요. 아무쪼록 해외 이슈에 관심을 갖는 많은 분들에게 오늘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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