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ish Oct 28. 2019

직장인 유튜버의 처절한 생존기

사회생활과 유튜버의 사이에서


나에겐 여러 이름이 있다. 집에선 '남편'이자 '아빠'이고, 회사에선 '과장'이다. 친구들이 부르는 별명까지 포함하면 실명 외로 불리는 이름이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난 또 다른 이름을 만들었다. 바로 '유튜버'다.


'직장인' 유튜버들에겐 공통된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들키지 않느냐다. 물론, 유튜브에 출연해 불필요하게 회사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나의 이중 생활을 들킨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에서 꺼내는 개인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가 매일같이 사회생활에서 마주쳐야 하는 이들 앞에서 노출되는 것은 불편한 일임이 틀림없다.


유튜브는 블로그, 혹은 브런치보다도 리스크가 높다. 이들의 콘텐츠는 주로 글, 혹은 사진 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개인의 신상이 노출될 가능성이 낮지만, 유튜브는 영상을 제작하는 가운데서 자신의 얼굴, 혹은 목소리가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영상 편집과 같은 손재주를 가진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신상을 꾹꾹 가리는 식으로 유튜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 직장인 유튜버들은 답답한 사회생활에서 눌러 참았던 자아를 세상에 공개하고 싶은 충동이 있을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일부 신상이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신의 일부 외모, 혹은 목소리가 드러나거나, 특정 에피소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를 알아채는 지인들에게 노출되는 식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의 한 영상 캡쳐본. 직접 운전을 하며 촬영한 영상에 내레이션을 입혔다.


그래서 직장인 유튜버들은 나름의 방법을 찾는다. 모자를 깊게 눌러써 얼굴을 일부 가리거나, 아예 가면을 쓴 상태로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는 이들도 있다. 아예 자신의 신상 노출을 막기 위해 목소리만을 입힌 나레이션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사실, 필자 역시 자동차 운전 영상에 내 목소리를 입히는 식으로 영상을 만들곤 한다.)


이처럼 자신을 숨기며 유튜브를 하는 데는 프라이버시 문제가 크지만, 무엇보다 상당수 회사에 존재하는 '겸업금지 조항 위반'이 자신에게 닥칠까봐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유튜브 영상에 광고를 붙여 '유료'로 전환하기 위해선 구독자 1천명, 시청시간 6000시간(지난 1년 기준)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을 충족시킨 유튜버 상당수에겐 이런 행위가 사실상 '부업'이 된다. 직장 내 위반사항이라 하더라도, 한정된 월급에 팍팍한 가정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직장인 유튜버들은 광고를 붙이려는 충동이 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광고를 붙인 영상을 올린 사실이 직장에서 발각되면, 이는 '겸업 금지 위반사항'으로 간주돼 중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영상 몇 개로 돈 몇 푼 벌려다 멀쩡한 직장에서 해고되는 사유를 내 손으로 만드는 꼴이다.


그래서 직장인 유튜버들은, '안정된 사회 생활을 하느냐, 아니면 적당한 눈치 속에 물밑 생활(유튜버)을 느냐'와 같은 불안한 이중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행여라도 광고 소득을 꿈꾸는 직장인들이여.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 필자 역시 '언젠가 생길 수도 있는' 유료화의 유혹을 열심히 극복해나갈 것이며이다. 그 증거가 뭐냐고? 난 이 글에 내 유튜브 주소를 올리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자기계발이 커리어의 발목을 잡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