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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Feb 13. 2020

평범한 워킹대디의 육아 시련기

3화. 워킹대디의 박사 도전기

지난해 며칠 연차를 내고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에 매진하던 모습.


매일 피곤한 채로 집에 도착하면 아이가 "아~뽜아~"라며 어설픈 발음으로 날 반긴다. 반가운 마음이 몰려오지만, 즐거움도 잠시. 이제부터 '아뽜'는 학업의 세계에 빠져야 한다. 


낮엔 일하느라 바쁘고, '황금' 같은 저녁 시간에 공부를 해야 한다면, 워킹대디는 아이를 언제 돌볼까? 워킹대디가 학업에 매진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내가 퇴근 이후 집에 도착하는 시각은 오후 6시쯤이다. 그러고나선 한 시간 남짓 저녁 식사를 하고 아이를 짧게 돌본다. '30분 식사 - 15분 설거지 - 15분 아이와 놀아주기'처럼 말이다. 이후 7시부터 공부에 몰두한 뒤 10시가 되면 공부를 마치고 아이를 씻겨야 한다. 그러고나서 11시쯤에 아이가 잠들고나면 논문을 읽다가 잠이 든다. 그래도, 최소한의 육아는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와 같은 생활 패턴이 이어지면, 배우자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상당히 높아진다. 아내 입장에선 주간에도 아이를 전일 돌봐야 하는데, 퇴근 이후에도 공부에 매진하는 남편 때문에 다시 또 육아에 몰입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남편의 없어 육아에 매진하는 것이다.


사실, 육아러이자 직장인들은 다들 이해하겠지만, 육아와 휴식시간(내 경우엔 공부)은 정확히 Trade-Off 관계다. 내게는 육아를 안 하는 시간이 오로지 공부인 것이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면 주말은 어떨까? 전공(경제학) 특성상 나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2시에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는다. 이후 점심을 먹고나선 아이와 놀아준 뒤, 5~6시간 가량 공부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일요일 역시 최소 5~10시간의 공부량을 맞추려 한다.


내가 하는 공부는 논문 연구, 졸업시험 준비, 프로그래밍 공부로 나뉘는데, 논문은 다독 및 다상량이 필요한 관계로 주말을 소진하는 편이다. 


반면 졸업시험의 경우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봐야 하는데, 단원을 짧게 짧게 집중해 나눠서 준비할 수 있는 관계로 평일 주기적으로 공부하는 편이다. 또 프로그래밍 공부는 하루 짧게라도 짬을 내 30분~1시간 가량 하는 편이다. 사실상 스케쥴을 micro-manage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대체 어떤 배우자가 그런 상황을 이해해주느냐'고. 물론, 이런 생활과 관련해 배우자가 100% 이해해줬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일단 나부터 미안한 마음이 컸다.아가랑 놀아주는 배우자를 보며 뭔가 기능을 하지 못 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했고, 아이가 아픈데 옆에서 책을 끼고 사는 내가 스스로 자괴감이 든 적도 있긴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가 학문에 매진함으로써 추후 미래에 가족에게 비전을 보여줄 확신이 있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 결혼 전에 박사과정을 시작했던 나는 아내에게 박사학위를 언제까지 취득할 것이고, 어떻게 학위를 활용하며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 꼼꼼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든 것 같다. 실제로 석사 시절에도 업무와 학업을 병행했던 나는 이런 이중 생활에 적응됐던 편이었다.


아가에게도 초상권이 있어 일부러 흐릿한 사진을 올렸다. ⓒ에니시


만약 내가 학문에 매진하지 못 하거나,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면 배우자는 평일과 주말에 학업에 매진하는 나를 아량있게 포용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배우자의 넓은 이해를 구하기 위해선 내가 현재 몰두하는 일로써 가족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는 비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고생은 몇 년 더 할 수 있지만, 그로써 이룰 성취는 앞으로 반 세기 이상 함께 할 가족에게 큰 행복이 될 것이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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