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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대디는 왜 미국 유학을 접었을까

4화. 워킹 대디의 박사 도전기

by enish

나를 비롯한 평범한 워킹대디, 워킹맘들이 해외 대학원 대신 국내 대학원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당연하다.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기에는 육아, 가족, 그리고 예산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 제약되기 때문이다. 우선 나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다.




나는 2015년쯤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5년차 직장인이었던 나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려 했었다. 새벽 시간과 야간 시간을 이용해 GRE과 토플 등을 준비했지만, 몇 개월만에 접었던 기억이 난다.



공부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고, 딱히 준비 과정이 까다로웠던 것도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박사를 취득했을 때 현재의 나보다 더 잘 되어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스스로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예 학부 시절부터 미국 대학원 유학을 준비했던 친구들과 비교하면 난 준비 과정이 부실하기 그지없었다. 미국 경제학 박사에 필요했던 고급 수학에 큰 강점을 보였던 것도 아니었고, 부끄럽지만 탁월한 연구 능력을 입증한 적도 없다. 그저 의지만으로 미국 대학원의 문을 두드리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 보였다.


여기엔 학부 전공이 경제학이 아니었던 이유도 컸다. (참고로 미국의 유력 경제학 대학원들은 학부 시절 전공으로 경제학, 수학 등을 요구로 한다.)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다. 당시 석사과정 지도교수로부터 "미국 20~30위권 대학 입학은 어려울 거 같고, 50위권 대학 정도 노려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럴 바에 그냥 지금 직장 다니는 게 낫지 않겠어?"라는 얘길 듣게 된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조언을 들은 이상,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순 없었다. 끝내 미국 유학을 접게 되었다.


아마도, 해외 유학을 접는 워킹대디, 워킹맘 중에서는 나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이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리 저리 알아보고, 또 조언을 듣다보면 "진작 20대부터 유학 준비할걸", "좀만 더 어렸으면 좋았을텐데", "학부 시절에 좀 열심히 할걸"이라는 온갖 후회가 몰려온다.


그렇게 난 국내 경제학 박사과정을 준비하게 됐다. 그리고 서울 소재 한 대학원에 최종 합격하게 됐다. 과정 자체는 일반대학원이었지만, 직장인의 한계상 야간 수업을 주로 듣게 된 것이다.




아마 한국엔 나와 비슷한 이유로 국내 박사에 진학하게 된 워킹맘, 워킹대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 유학을 가지 않는 기회 비용 역시 있다. 미국에 갔다면 지불해야 했을 학비, 현지 생활비, 여기에 현재 잘 벌고 있는 월급까지 포함했다면 최소 몇 억 원 정도의 비용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이런 비용을 현저히 줄이면서 국내 박사를 충실히 한다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바람이 지금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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