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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Feb 16. 2020

워킹 대디는 왜 미국 유학을 접었을까

4화. 워킹 대디의 박사 도전기

나를 비롯한 평범한 워킹대디, 워킹맘들이 해외 대학원 대신 국내 대학원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당연하다.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기에는 육아, 가족, 그리고 예산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 제약되기 때문이다. 우선 나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다.




나는 2015년쯤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5년차 직장인이었던 나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려 했었다. 새벽 시간과 야간 시간을 이용해 GRE과 토플 등을 준비했지만, 몇 개월만에 접었던 기억이 난다.



공부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고, 딱히 준비 과정이 까다로웠던 것도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박사를 취득했을 때 현재의 나보다 더 잘 되어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스스로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예 학부 시절부터 미국 대학원 유학을 준비했던 친구들과 비교하면 난 준비 과정이 부실하기 그지없었다. 미국 경제학 박사에 필요했던 고급 수학에 큰 강점을 보였던 것도 아니었고, 부끄럽지만 탁월한 연구 능력을 입증한 적도 없다. 그저 의지만으로 미국 대학원의 문을 두드리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 보였다.


여기엔 학부 전공이 경제학이 아니었던 이유도 컸다. (참고로 미국의 유력 경제학 대학원들은 학부 시절 전공으로 경제학, 수학 등을 요구로 한다.)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다. 당시 석사과정 지도교수로부터 "미국 20~30위권 대학 입학은 어려울 거 같고, 50위권 대학 정도 노려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럴 바에 그냥 지금 직장 다니는 게 낫지 않겠어?"라는 얘길 듣게 된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조언을 들은 이상,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순 없었다. 끝내 미국 유학을 접게 되었다.


아마도, 해외 유학을 접는 워킹대디, 워킹맘 중에서는 나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이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리 저리 알아보고, 또 조언을 듣다보면 "진작 20대부터 유학 준비할걸", "좀만 더 어렸으면 좋았을텐데", "학부 시절에 좀 열심히 할걸"이라는 온갖 후회가 몰려온다.


그렇게 난 국내 경제학 박사과정을 준비하게 됐다. 그리고 서울 소재 한 대학원에 최종 합격하게 됐다. 과정 자체는 일반대학원이었지만, 직장인의 한계상 야간 수업을 주로 듣게 된 것이다.




아마 한국엔 나와 비슷한 이유로 국내 박사에 진학하게 된 워킹맘, 워킹대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 유학을 가지 않는 기회 비용 역시 있다. 미국에 갔다면 지불해야 했을 학비, 현지 생활비, 여기에 현재 잘 벌고 있는 월급까지 포함했다면 최소 몇 억 원 정도의 비용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이런 비용을 현저히 줄이면서 국내 박사를 충실히 한다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바람이 지금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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