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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Feb 29. 2020

직장인의 자기계발? 마음의 상처가 시작이었다


올해로 나이 서른다섯인 나는 현재 경제학 박사 졸업 논문을 쓰고 있다. 약 내년쯤 졸업을 예상한다. 이런 사실을 알릴 때면 사람들은 내가 학부 졸업 후 꾸준히 대학원을 다닌 것으로 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남성이 병역을 마치고 학부를 졸업하면 26~27세. 약 2~3년의 석사와 3~4년의 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나면 내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직장 경력 10년차이기도 하다. 그럼 단순 산술적으로, 직장 생활과 대학원을 동시에 시작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난 직장생활 3년차 쯤에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뭐가 그리 급해서, 난 풋내기 신입사원 시절 대학원을 시작했을까?




난 경제신문사 취재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출입처를 다니며 매일의 경제 현안을 취재한 내용을 기사로 작성하는 것이 나의 일과였다. 그런데 한창 현장을 뛰어다니던 2년차가 됐을 무렵 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취재 부서였던 내가 연구 부서로 인사 발령난 것이다. 정확한 사유는 모르겠지만, 혈기넘치던 20대 후반의 취재 기자에겐 너무나 마음 아픈 시기였다. 마치 손발의 기능이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주변 선배들은 내게 "한번은 거쳐야 하는 부서이니깐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줬다.


그렇게 배치된 연구 부서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무렵, 우연히 직장인 대상 대학원 모집 공고를 봤다. 서울 모 경제대학원의 공고였는데, 앞으로의 경제신문사 커리어와 얼추 잘 맞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던 내가 좀 더 경제 지식을 보충할 기회가 될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난  경제대학원에 입학했으며 졸업논문을 학회에서 발표할 기회도 얻었다. 또 연이어 경제학 박사과정으로 입학했다.




돌이켜보면, 직장에서의 '한직'은 내게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전엔 미처 예상치 못 했던, 갑작스러운 시간적 여유가 내게는 또 다른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젊으면 젊을수록 유리하다. 만약 내가 바쁜 일과의 취재 부서에 있었다면 공부를 하게 될 마음의 여유는 갖지도 못 했을 것이다.


직장인이 자기계발을 시작하는 계기는 다양하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직장 생활 도중 마음의 상처가 또 하나의 계기가 된다. 좀 더 냉정히 얘기하면, 다시는 조직 생활에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하여 내 자신의 역량을 단련는 시점 것이다.


이런 배경을 모르는 이들은 "뭐 그리 대학원을 일찍 시작했어?"라는 질문부터 "30대 중반에 학위를 마치면 다른 일도 할 수 있겠다"라며 부러움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종종 나 역시 이런 궁금증이 든다. 내가 만약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바쁜 일과를 보냈다면 석사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됐을까? 자기계발 없이 창창대로를 달리던 내가 조직에서의 상처를 40~50대의 나이에 받았다면 내 미래는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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