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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Mar 19. 2020

어느날, 주식 사기를 당했다

누구나 일확천금의 꿈을 꾼다. 월급쟁이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잘 알려졌다싶이 예금과 적금은 사실상 '마이너스(-)' 투자. 최저 수준의 금리는 결코 물가상승률을 따라갈 수 없다. 팍팍한 봉급생활에 지친 우린 쉽사리 고수익 고위험으로 눈을 돌린다. 바로 주식이다.


주식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허황된 기대가 생긴다. '워렌 버핏 같은 전설적인 투자가를 따라하긴 어렵더라도 매일 용돈벌이는  수 있지 않을까.'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10년 간 직장 생활 하며 예금과 적금과 같은 마이너스 재테크를 했던 나는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까.


가 알기론,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주식 투자를 교육하는 기관은 그리 많지 않다. 대개는 이름이 알려진 전업 투자자들이 사설 아카데미를 열거나, 이름이 알려진 협회에서 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 인스타그램의 유명 전업투자자인 A와의 만남은 나에게 운명처럼 느껴졌다. A는 지인의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수강생을 모집했다. '세 번 강의에 55만 원' '주식 투자의 기초를 단단히 쌓아드립니다.' 광고 문구만 봐도 설레지 않나. 그렇게 난 A의 주식투자방(가칭) 6기 멤버가 됐다.


그렇다. 이 곳은 생선을 구하는 곳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생선 낚는 법을 배우는 곳이었다. A에게 주식을 배우고자 몰려든 수강생의 숫자는 40여 명. 이들은 A와 운영진이 개설한 카톡방으로 일제히 초대됐다. 물론 수강료 입금 이후에 말이다.


수강생들은 A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수강생들은 주로 직장인, 전업 주부 등이었는데, 이들  일부는 A를 종교 지도자처럼 모시다시피 했다. "선생님, 믿습니다.", "A님 실력을 조금만 따라갔으면 좋겠다"라 같은 아부는 기본이었다.  중년 여성 수강생은 '내 인생의 모든 것'이란 자신의 PC 바탕화면 폴더 캡쳐사진을 보이며 "이번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애원(?)을 하기도 했다.


A의 카톡방에선 매일 같이 교육이 벌어졌다. 이동평균선, 거래량, 호재(뉴스) 분석과 같은 주식 기초 뿌 아니라, 타점과 투자 타이밍  기술적인 테크닉까지.


A는 매매 실적부터 계좌 인증까지 수시로 공개하며 자신이 '고수'임을 증명해나갔다. 그가 매일 수천만원의 실적이 꽂힌 계좌를 인증(?)할 때마다 카카오톡 단톡방에선 환호성이 쏟아졌다. A는 그렇게 '선생님'에서 '스승님'이 되어 갔다.

한때 '스승님'으로 불렸던 A가 사과문을 올렸다.

그런데 어느날  해프닝이 벌어졌다. 수업 3주째, A가 뜬금없이 카톡창에서 사과문을 올렸다. 자신이 인증해온 계좌가 모두 조작됐다고 실토한 것이다.


그가 운영했던 다른 리딩방에서 자신이 조작한 계좌 사진을 올리며 '고수'인 척 눈속임을 한 것이었다. 뉴스에서나 벌어질 일이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이 스터디를 주선해준 이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전체 회원에게 환불을 해주는 식으로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A에게서 '스승님'이란 호칭은 떨어져나갔다. 일부 분노한 회원들은 "A씨, 해꼬지 안 할테니까 맥주나 한 잔 할까요?"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A는, 이미 연이은 주식 투자 실패로 '뇌동매매'에 손을 댔다가 수천만 원의 빚을 진 사람이었다.


우리로부터 얻은 수강료 수천 만원을 다시 자신의 주식 투자 자금으로 쓴 것이었다.


다행히 우리 6기 회원들은 수강료를 모두 환불 받았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앞서 A의 강의를 들었던 1~5기 수강생 수백 여 명은 환불을 받지 못 해 집단 소송을 시작한다고 한다. 금액만 얼추 1억 여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상 주식 사기를 당한 우리는 당혹스러움에 빠졌지만, 이런 해프닝은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대박'을 꿈꾸는 초보 투자 심리와 '큰 돈'을 낚으려는 욕망 사이에서 빚어진 촌극인 것이다.


이런 해프닝은 경제 위기가 가속화될 수록, 테마주처럼 널뛰는 주식 투자가 빈번할 수록, 더 많아질 것이다. 피해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어쩌면, 당신도 예외가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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