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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Mar 02. 2021

직장인 박사과정생이여, 수준을 끌어올리자

7화. 직장인이 질 높은 박사과정을 하는 세 가지 방법

앞서 브런치 글에서 밝힌 바 있지만, 국내 job market에서 국내 경제학 박사는 해외 경제학 박사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직장을 병행하고 있으니,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직장인 박사과정은 해외 경제학 박사와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그럼에도 나는 국내 박사로서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고 싶었다. 뉴스에서도 보지만, 실력은 부족한데 졸업장이 남발되는 사태가 종종 있지 않은가. 난 그런 경우가 되기 싫었다. 내공과 기본기를 충실히 쌓고 싶었다. 어차피 국내든 해외든, 박사의 경쟁력은 '졸업논문'에서 오니깐.


다음은 내가 국내 경제학 박사과정으로서 나름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했던 방법이다. 혹시라도 경제·경영학 박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① 당장 미국 유학을 떠날 수 있을 정도로 기본기에 충실하자.


4~5년 전쯤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현직 직장인이던 나는 경제학 박사과정에 진학하기 전 국내 최상위권 경제학 박사로부터 과외를 받았다. 그 박사 역시 그 대학의 박사과정이었으며, 나름 미국 대학 유학을 준비하다 개인 사정으로 국내로 턴한 케이스였다. 나는 그에게 "당장 미국 유학을 떠나도 될 정도로 경제 기본기를 트레이닝시켜주세요"라고 주문했다.


많이들 알려졌겠지만, 국내 대학의 수준에 따라 가르치는 과목과 커리큘럼도 크게 차이가 난다. 그래서 나는 그 박사가 재학 중인 대학의 유학반과 맞먹을 정도로 경제 기본, 수리, 통계 할 것 없이 바닥부터 실력을 다졌던 기억이 난다. 정확하게 문제 풀이를 이해하지 못 할 땐 수업을 받던 카페에서 큰 소리로 혼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당시는 누군가로부터의 질책, 지적이 무섭지 않았다. 실력이 부실한 채로 경제학 박사가 된다는 사실이 더 무서울 뿐이었다.


② 내가 속한 대학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에 신경쓰자.


앞서 언급했지만, 해외 대학과 국내 대학의 가장 큰 차이는 교수진과 교우, 커리큘럼의 퀄리티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는 국내 대학 사이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내 판단으로는, 국내 대학원에서 경제학의 수준 차이는 해당 대학에서 원생들에게 '논문 복제(Duplication)' 훈련을 시키느냐, 아니냐에 있다. (※정말 개인적인 생각이다.)


논문 Duplication이란, 특정 논문을 읽은 뒤 그 논문이 제시한 결과가 나오게끔 똑같이 데이터 분석을 해보는 것이다. 내가 현 박사과정으로서 가장 신경 쓴 것 역시 이것이었다. 특히 내가 복제를 희망하는 논문은 유명 저널에 실릴수록 분석이 난해하고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 분석이 쓰인 경로와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한 뒤 이 분석을 따라 해보는 훈련이 중요하다.


단, 아무 생각 없이 복제만 하는 것보단 이것이 내 개인 연구에 어떻게 중요하는지 생각하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내 사정과 환경을 반영하여, '국내 버전'으로 해당 논문을 복제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국내 버전'은 새로운 내 논문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③ 적극적이 되도록 하자.


내 연구와 논문을 가장 챙겨야 할 사람은 내 자신이다. 지도교수는 방향을 제시할 뿐, 어떻게 분석해서 어떻게 쓰라든지 등의 세세한 코칭은 많이 하지 않는다. 난 왜 경제학 학위가 필요하며, 어떤 논문을 써야 하고, job market에서 자신을 어떻게 define하느냐가 중요하다. 직장 병행자라면 어떻게 기존 커리어와 연결시킬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아끼는 주변 교수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은 "박사 수료로 끝나지 말라"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여러 개인 사유로 인하여 학업에 더 신경 못 쓰는 '직장인 박사수료생'이 넘쳐나기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현장 경험을 풍부히 한 직장인에게 잘 쓰여진 졸업논문은 소소한 자격증에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자신의 커리어를 완전히 re-define할 정도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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