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자
석박사 학위, MBA, 혹은 공인중개사…. 오늘도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자기계발을 한다. 주위를 살펴보면 나처럼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거나, 공인중개사와 같은 자격증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무료한 회사생활, 혹은 은퇴 후 삶을 생각해서 준비를 하는 것이겠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면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왜일까.
나는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하고 있으니 비슷한 직장인 대학원생을 위주로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집념이 없다. 직장인으로서 '파트타임' 석박사과정을 시작했다는 것은 나의 생활을 일정 부분 포기했다는 뜻이다. 아이가 있는 아빠, 엄마라면 부득이하게 육아 참여가 제한될 수 있으며, 주말에 지인과 잡힌 골프 약속은 취소되기 일쑤다. 그런데, 대개 '생활', 혹은 '현실'이 먼저인 직장인 대학원생들에게 공부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게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 자신에게 직면한 것들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지, 당장 머리 싸매고 공부한다고 그게 내 직장 생활에 도움을 준다거나 연봉 인상에 도움이 될리가 쉽지 않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직장인들은 누구나 주경야독을 생각하지만 결국 우선순위에서 밀려 '그럭저럭' 졸업하거나, '만년 수료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체력이 없다.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다. 정상 퇴근을 하고 귀가했으면 그때부터 정석처럼 책상 앞에 딱 앉아 2~3시간은 공부해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개는 하루 일과의 피로에 지쳐 집에 돌아오자마자 쇼파에 눕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첫번째 이유와 마찬가지이겠지만, 직장인의 본분은 직장 생활이다. 공부는 내일 할 수도, 다음 주에 할 수도 있다. 퇴근 이후는 지친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지, 억지로 졸린 눈을 비벼대며 책을 펴 읽는 시간이 아니다.
셋째, 잡념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직장인들은 초심 때와 다르게 마인드가 흐트러지곤 한다. 만약 경제학과라고 가정해본다면, 어려운 수식을 풀어야 할 때마다, 낯선 데이터 프로그래밍을 접할 때마다, 혹은 졸업 논문을 써야 할 때마다 온갖 잡념과 맞서 싸워야 한다. '굳이 내가 이걸 안 해도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밀려 들어오는 순간 이미 정신적으로 패배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집념과 체력이 없고, 잡념이 많아 공부가 어렵다면, 왜 어떤 직장인은 똑같이 업무 일과를 소화하는 와중에서도 SSCI 논문을 써내고, 일반 대학원생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인가? 난 체력과 정신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내가 특정 수식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를 위해 대학 수준의 경제경영 수학을 꺼내들어 이론을 공부해야 하고, 그것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고교 수준의 『수학의 정석』까지 꺼내들 수 있는 담대함과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체력과 정신력을 위해선 단단한 동기 부여와 커리어 설정이 앞서야 할 것이다. 대체 왜 난 하루 몇 시간을 더 들여 공부를 해야 하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까지 희생해야 하는지, 스스로 답하고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단순히 '스펙 한줄'을 위해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라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나의 초심은 마치 파도 앞 모래성처럼 힘없이 쓰러져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종종 필자에게 "나도 대학원이나 가볼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지인들이 있다. 그들에게 내가 하는 대답은 한결같다. "직장 외 모든 생활을 포기할 정도로 값어치가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단순히 스펙상 겉멋을 위해서라면 포기할 게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직장인의 공부는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으며, 설령 공부를 힘겹게 마쳤더라도 진정으로 인정해줄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다. 홀로, 자신의 열정을 세상에 입증해나갈 용기가 필요하다고 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