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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Aug 18. 2021

문과+직장인 박사과정이 데이터 분석을 대하는 자세

10화. 데이터를 '애정'하라

어느새 4년차 박사과정생이 되었다. 2년에 걸친 코스워크를 마치고, 종합시험도 통과했다. 여기에 SSCI와 KCI 저널에 나름(?) 논문까지 게재하는 등 어느새 내 대학원 생활도 끝이 보이는 듯하다.


경제학에 한정된 얘기일 수 있지만, 좋은 박사가 되기 위한 요건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1. 수학 공식에 대한 이해(미적분, 최적화, 계량경제학 등)

2. R과 파이썬 등 데이터 분석(프로그래밍) 실력

3. 영어로 잘(!) 쓰는 능력


이 세 가지를 고루 갖추고, 아이디어와 리서치 실력까지 갖췄다면 어느 정도 자질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가지 모두 쟁취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2이다.


2를 강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은 경제학 석박사과정생이라면 당연히 극복해야 한다. 3은 SSCI 저널 투고를 위해 어느 정도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즉, 1과 3은 어느 정도 디폴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어느 정도 데이터 분석 실력이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내 논문에 필요한 데이터 가공 및 분석 실력만큼을 딱 키우는 것도 어렵다. 


마치 컴퓨터공학도처럼 능수능란하게 프로그래밍을 다루면 좋겠지만, 너무 이쪽으로만 파게 된다면 학문적 목표에 혼란이 올 것이다. (※이과 과목(컴퓨터공학)에 치중하느라 엄연히 사회과학인 경제학에 소홀하게 되는 꼴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직장인 박사과정생은 시간이 금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적절하게 데이터 분석을 공부해야 할지는 직접 판단해야 할 것이다.


내 전공이 재무학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재무 데이터를 가공하고 이를 공식에 맞게 처리해야 할테니 기본적인 데이터 전처리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경우는, 도서관에 들려서 퀀트든 머신러닝 도서이든 가리지 않고 몇 권 빌린 뒤, <재무 데이터를 가공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판 것 같다.


그 외론, 유튜브에 있는 무료 강의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기초 강의를 따로 모은 뒤 생각날 때마다 이를 시청했다. 아래 사진과 같은 식이다.

이 세 가지는 하루 분량이다. 결코 많은 양이라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적은 양도 아니다. 1은 재무 데이터 가공 및 분석이 나온 것, 2는 데이터 전처리만 집중적으로 다룬 것, 3은 이 외 파이썬에 대한 기초 강의를 모아 놓은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꾸준히 경제학 박사과정에 필요한 내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난 생각했다.


요약하면, 나의 공부 방법은 내가 주도해서 만들어야 한다. 내가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데이터 스킬을 앞으로 더 써야 할지 스스로 파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공부 방법은 <특정 전공>에 <특정 논문>을 쓰고자 하는 사회과학 박사과정생에게 어울릴 것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더욱 고도의 영역임으로 이런 공부 방법은 전혀 맞지 않을 수 있다.


30대의 공부는 '자기주도적'이어야 한다. 이 공부를 내가 왜 하고, 그러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것이 효율적인 방법인지 내가 파악하고 터득해야 한다. 중고교생, 혹은 대학생과는 달리 '누가 떠먹여주는' 공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학교에 들르면 나보다 많게는 5~10살 정도 어린 학부생이나 석사과정생을 보곤 한다. 좀 여담일 수 있지만, 이런 학생들이 치고 올라오면 올수록, 나는 더욱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나의 공부 스케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난 4년 간 직장과 박사과정을 병행하며 수도없이 많은 '민폐성' 직장인 대학원생을 봤다. 데이터 코딩을 외부에 맡기거나, 지인에게 돈을 주고 처리하려 하는 이들 말이다. 물론 이런 것도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적절한 방법일 수는 있겠으나 연구와 논문이란 것은 '어느 정도는' 실력에서 비롯되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조금이라도 거듭나기 위해 박사과정을 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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