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가성비 좋은 전문 자격증이 있을까?

어중간한 자격증 준비가 가장 위험하다

by enish


신문사 다녔을 때 또래하곤 자조 섞인 푸념을 하곤 했다. "우린 업무량은 전문직인데, 급여는 전문직이 아니야." 비단 신문사 뿐일까. 말만 전문직이 아닐 뿐이지 야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과다한 업무 과제를 받다보면 현타가 오는 직장인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많은 이들이 하는 생각. "나도 자격증이나 따볼까."




먼저 분명히 하고 싶은 점이 있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전문직이 아니다. 박사 학위는 있지만 이는 학계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증서일 뿐이며, 특정 분야(경제학)에서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지식을 갖췄다는 사실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여 내가 개업을 하거나, 독립적으로 특정 업무(예: 경제 분석)를 수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박사 학위를 갖추지 못 하더라도 나보다 탁월한 경제 전문가는 우리나라에서만 수두룩 빽빽할 것이다.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하나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자격증을 준비하는 주변인을 보게 된다. 회계사 자격증부터 국제재무분석사(CFA), 세무사, 부동산 중개사 등 전문 자격증부터 (잘 들어보지 못 한) 사설 자격증 시험까지 다양하다. 이런 자격증을 준비하는 이들을 보면 존경심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자격증을 취득하면 본인의 운명이 (본인이 원하는 것처럼) 달라질까?" 물론, 남이사이긴 하다.


전문 자격증을 준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격증 취득 난이도도 다양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명실상부한 자격증을 준비할수록 개인의 입장에서는 포기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 난이도의 자격증은 국내 변호사와 국내 회계사이다. 일단 내 주변에서는 회사를 다니며 로스쿨을 병행하는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아무래도 주간 수업의 업무 로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장기 휴직을 내고 로스쿨을 간 경우는 봤지만, 이건 회사에서 스폰서를 해주거나 하는 특수한 사례에 해당하는 거 같다. 국내 회계사(KICPA)를 준비하는 직장인은 딱 한 명 봤다. 아무래도 업무 연관성이 높은 것이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퇴근 후 시간은 온전히 공부만 하는 친구인데, 현재는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다만 미국 변호사와 미국 회계사는 모두 직장 병행이 가능했던 거 같다. 국내에서도 미국 변호사를 준비하는 직장을 위한 야간 수업 과정이 존재하며, Bar exam만 추후 자신이 응시하는 미국의 해당 주에 직접 가야 하는 것만 제외하면 직장 병행에 무리는 없었던 거 같다. 미국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직종 전환이 어느 정도 가능한 듯했으나,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한국 변호사가 선호되는 분위기인 만큼 성취감과 만족도가 높을진 모르겠다. 미국 회계사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내가 알기로는 미국 회계사는 자격증 취득 이후 회계법인 등 업무가 수행해야 명함에 명시 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 지인 중에서는 '미국 회계사 자격 시험 통과' 등의 문구를 명함에 넣었다.


내 주변에는 세무사를 준비하는 직장인도 꽤 있다. 다른 시험보다 응시 비용은 낮고, 수험 기간도 (과거엔) 비교적 짧은 편이었지만, 최근 인기가 크게 높아지면서 경쟁률도 치솟는다. 직장과 병행하며 취득하는 것이 과거엔 가능했지만, 지금도 꾸준히 가능한지 여부는 모르겠다. 또한, 국제재무분석사(CFA)는 금융권에 신입으로 입사하거나, 비금융권 직장인이 금융권으로 전직하기에 적절한 자격증인 거 같다. 배우는 것도 많고, 금융권에서는 국내외적으로 인정되는 자격증이다. 그러나, 개업이 어려울 뿐 아니라, 주변에서는 CFA보다 금융권 실무 능력과 네트워크를 더 선호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끝으로, 전문직으로 분류하긴 조금 애매하지만 경제학・경영학 박사 학위도 충분히 직장과 병행 가능하다. (※ 물론, 학교마다 입학 정책이 다르니 잘 알아봐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자격증과 달리 개업을 할 수가 없고, 자신이 학계로 갈 생각이 아니라면 추후 진로가 애매해질 수 있다. 이직할 만한 유명 연구소는 미국 박사를 선호하는 풍토가 존재하고, 어딘가 '박사' 명함 달고 내세우기에는 최근에 너무나 물박사가 많아져서 진흙탕 경쟁처럼 되버린 경향도 있다.




위 표에서 내가 분류한 자격증별 난이도는 완전히 주관적인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며, 해당 자격증을 취득한 분이 더 정확하게 알 것이다. 각종 자격증에 대한 이 글의 내 주관적인 의견 역시 일부 사실관계가 틀릴 수 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전문 자격증을 준비하는 직장인은 '내가 이 자격증 취득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꼭 개업이나 전직이 목표가 아니라 할지라도 스스로 답이 가능하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 하다. 반면, 위에 명시한 자격증이 아닌 무엇이라도 본인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도전할 만 하다. 심지어, 자격 준비가 아니라 회사 실무에만 충실하더라도 웬만한 자격증 이상의 실력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자격증은 하나 준비하면 좋을 듯한데 막상 사람들이 알 법한 자격증은 아니고, 취득하더라도 활용하기 애매한 자격 시험을 공부하는 경우다. 이건 말리기도 애매하다. 물론 자기 만족에 의해 준비하는 것을 말릴 거는 전혀 아니다. 그러나 대개 문제는 '이거라도 따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퇴근 후 상당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애매한 게 가장 위험한 것이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내가 왜 이 자격증을 준비하고, 취득 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 <끝>


※ 아래 유튜브를 방문하면 직장인의 경제학・경영학 박사 취득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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