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층 명확화, 전문성, 그리고 대중성
작년 1월에 첫 책인 ⌜처음 만나는 ESG⌟를 출간한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이 책은 같은 해 8월경 2쇄를 찍었으며, 며칠 전에 통장으로 2쇄에 대한 인세를 받았다. 받은 돈은 대출 상환에 보탰다. 나름 15년차 직장인에 접어들었지만, 사실 첫 책을 쓸 생각은 10여 년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야, 그것도 두 번째 책을 쓰게 된 배경에는 다양한 업(業)에 대한 관심, 그리고 나만의 역량을 갖기 위한 꾸준함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 브런치를 읽는 독자 중에서도 책 저술에 관심을 가진 직장인이 적지 않을 거 같다.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본다.
첫째, 타깃이 명확해야 한다. 내가 쓰는 책의 독자가 누구인지부터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재테크에 대한 글을 쓴다고 가정해보자. 재테크의 독자는 누구인가? 은퇴를 앞둔 50~60대 기업 간부인가? 이제 막 취업을 한 20대 직장인인가? 아니면 육아와 자녀 교육을 신경쓰는 30대 부부인가? 독자층이 누구냐에 따라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완전히 달라진다.
둘째, 전문성이 확실해야 한다. 자신의 직무 분야가 무엇인지는 크게 상관없다. 회계, 인사, 마케팅, 홍보, 디자인 등 무슨 업무를 담당하든 간에 내가 이 분야에서만큼은 '역량이 확실하다'는 객관적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직장에서의 좋은 고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관행적인 것에서 벗어나 남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자신의 업무 역량을 키웠는지가 중요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얘기를 하고 싶다. 직장에서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내 역량 수준을 평가 받는 기준이 종종 불분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사와 친분이 깊거나, 주위 사람들과 두루 두루 가까이 지내는 등 자신의 스킬 셋과 본질적으로는 다르지만, 인간관계나 다른 요소에 의하여 '전문성'에 대한 평을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속한 회사에서 당장 벗어나, 나의 역량을 대중에게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하더라도 내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회사라는 우물에 한정되었던 자신의 인간관계, 평판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과 역량을 그대로 외부에 노출했을 때도 비슷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가장 큰 잣대는 바로 책 출판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내 역량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글 쓰는 능력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도 그것을 알아들을 수 없다면 그게 의미가 있을까. 이는 앞서 이야기한 전문성과 관련이 되어 있는데, 직장에서 높은 역량을 보유한 사람은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수월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회사에서 나만 알고 있는 지식에 그치지 않고, 지나가는 중학생이라도 내 지식을 접했을 때 술술 이해할 수 있다면 그 가치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약하면, 평범한 직장인이 좋은 책을 쓸 수 있는 배경은 (1) 독자층 명확화 (2) 전문성 (3) 대중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덤으로, 나는 직장을 다니며 박사과정을 한 덕분에 내 업무 분야와 연관되어 논리적인 사고방식과 글 쓰기 능력을 터득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도 책을 쓰는데 있어 나만의 관점을 활용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나는 올해 가을 출간 예정인 세 번째 책의 원고를 쓰고 있다. (두 번째 책은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상황이다.) 2쇄 여부를 떠나, 첫 책을 출간했다는 것은 내가 갖춘 역량과 관점의 시장성을 일정 부분 검증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 책을 쓰는 분이라면 자비/기획 출판 등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자신의 역량을 철저히 되돌아보는 차원에서 이왕이면 출판사에 자신의 원고를 검증받는 것을 추천한다. 자비/기획 출판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첫 출간부터 자비/기획 출판을 하게 되면 그 이후로도 내 의지와 무관하게 자비/기획 출판만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역시도 시장성 검증 기능은 존재하겠지만. <끝>
※ 저의 첫 책인 ⌜처음 만나는 ESG⌟의 링크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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