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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사는 퇴근 후 일상을 어떻게 보낼까?

전문성은 음지에서 쌓아나간다.

by enish

나는 회사에 오전 9시 30분쯤 출근해 오후 7시쯤 퇴근한다. 평균적인 근무 시간으로는 다른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만큼 최소한 업무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박사 졸업한 지도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는데, 나는 주변 직장인과 조금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퇴근 후엔 개인 연구에 매진하는 거다.


박사과정 시절 ESG를 비롯한 기업 재무를 전공한 나는 1년에 2~3의 SSCI 논문을 게재하려고 한다. 운 좋게 게재 시점이 비슷한 덕분에 작년(2024년) 한 해는 총 3편의 SSCI(SCIE 포함) 논문을 게재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무언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하나인데, 바로 내가 목표로 두고 있는 SSCI 저널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보기엔 SSCI 저널은 다 똑같은 SSCI 저널이라고 보기 쉽다. 그러나 명확히 말하면, SSCI 저널에도'급'이 있다. 보통 경제나 재무를 전공한 사람들은 AER/JPE/Econometrica/QJE/RES 등을 톱 Top 5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와는 별개로 내 필드에서 Top tier 저널도 있다. JF, JFE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저널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몇몇 저널이 Q1급 저널, 좀 더 아래는 Q2급 저널에 포함되어 있다.


해외 경제학 박사(과정)의 커뮤니티인 EJMR에선 심심치 않게 저널 순위에 대한 논쟁이 펼쳐지곤 한다.


현재 나는 Q1/Q2급 저널에 도달하긴 부족한 실력이지만, 꾸준히 Q2급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고 R&R(수정 후 재투고) 혹은 Reject(게재 불가) 등의 절차를 끊임없이 겪는 과정에서 여러 Working paper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나는 주로 1~2명 정도의 공저자와 함께 논문 작업을 하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제대로 된' SSCI 논문 한 편을 쓰기 위해선 갖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대개는 내가 교신저자 역할을 하는데, 함께 논문 작업을 하다가 중도 포기 의사를 밝힌 사람도 있고, 잠수를 타버리는 박사과정도 있다. 자신이 확실하게 연구에 적성이 없는 이라면, SSCI 논문 작성에 참여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이다. (물론, 중간에 공저자 드랍이 되거나 데이터 분석을 포기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면 내가 해당 부분의 갭을 메워준다. 그게 교신저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가끔 내 브런치를 통해 박사과정 진학을 문의하는 사람도 꽤 있다. 내 지인 중 직장인 박사과정, 다시 말해 직장 병행 박사과정들이 간과하는 것은 박사 졸업에 writing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박사과정 코스워크는 어떻게 꾸역꾸역 공부하고 시험 치르며 통과하는데, 박사 논문 writing은 인내심과 창의력, 자기절제 등 상당한 수행을 요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Q1/Q2급 저널에 투고하는 것은 (실제 게재 여부와 무관하게) 상당히 challenging한 일일 수밖에 없다. 체감상으로는 SSCI 저널 게재가 박사학위 논문보다 더욱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퇴근 후 논문을 다시 뒤엎고, 경제 분석에 매우 중요한 내생성(endogeneity) 분석을 수 차례 하고보면 시간이 금새 4~5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주5일 평일 중에 최소 3~4일은 이렇게 지내는 셈이다.




내 브런치 독자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논문만 쓰지 않는다. 첫 책인 ⌜처음 만나는 ESG⌟에 이어 두 번째 ESG 도서를 지난 해 말 작성 완료하여 출판사에 넘겼으며 현재 출간 시점을 검토하는 단계다. 또한 ESG는 아니지만 새로운 경제 도서 출간 계약을 올해 초 맺고 매일 조금씩 원고 작성을 하고 있다. 도서 원고 작성은 주로 주말에 한다. (※ 최근엔 취미 활동으로 웹 개발을 시작했는데, 하루에 30분~1시간씩 꾸준히 Udemy 강의를 듣는다. 이 부분에 대한 글은 다음 기회에 작성하겠다.)



아직 내가 전문성을 논하긴 이른 단계이지만, 가끔 전문성을 어떻게 키우는지 묻는 후배들에게 나는 이렇게 답하곤 한다. "난 전문성은 퇴근 후에 키운다. 직장은 그렇게 키운 전문성을 입증하는 곳이다." 물론 논문/도서를 자기계발이나 외부 활동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 유관 업무에 도움을 주거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다. 더 나아가, '최소한 미래 내 먹거리는 내가 챙긴다'는 마음가짐으로 보면 되는 거 같다.


요약하면, 전문성을 키우는 과정은 양지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퇴근 후 쉬고 싶을 때, 자신에게 휴식을 주려고 할 때, 누군가는 치열하게 5년 후, 10년 후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그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있는 것이다. <끝>


※ 아래 유튜브에 방문하시면 더 많은 자기계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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