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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이 전문가가 되는 비결은?

본인만 아는 지식을 책으로 출판한다는 것

by enish

퇴근 후 나의 일상은 지루할 정도로 반복적이다. 논문 작성, (오는 10월에 출간할) 책 원고 작성, 그리고 (아직은 밝힐 수 없는) 사이드 프로젝트이다. 회사라는 본업이 있고, 주말엔 아이를 돌보는 육아를 하면서도 퇴근 후 나의 일상은 비교적 일관적인 편이다.


3년 전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이후 꾸준히 논문을 쓰고(작업 중인 논문 리스트), 짬짬히 휴가를 내어 학회에서 내 연구를 발표한다. 작년 초엔 「처음 만나는 ESG」라는 대중 교양 도서도 출간한 경험이 있다(관련 글). 현재는 개인적인 연구 및 출판 활동 뿐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적지 않은 후배 박사과정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은 언제쯤 전문가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을까? 혹은, (매우 감사하게도) 나를 전문가라고 생각해주시는 분들은 나의 어떤 결과물을 근거로 그런 호칭을 불러주시는 걸까?


ChatGPT가 '전문가가 된 직장인'을 고흐체로 그려준 것이다. 내 모습에 기반한 것은 전혀 아니다(...)


박사 졸업 이후 여러 논문을 작성하고, 책까지 출판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전문가'라는 인지도를 얻는데는 책 출판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내 지식을 기반으로 출판기획서를 작성하여 출판사에서 출판 승인을 받고, 특정 분야에서 2쇄 이상을 찍어내는 책을 낸다는 것은 나의 전공과 관련 지식이 어느 정도 대중성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대중성이란, (1) 나만이 갖고 있는 지식을, (2) 대중이 알아볼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나는 논문을 열심히 쓰면 그 자체로 전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 생각은 다르다. 논문을 열심히 쓰더라도 그 전문 지식이 academic하게만 알려지고, 정작 내 생각과 인사이트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일까? 결국 내가 생각하는 전문성이라는 것도, 우리 사회가 진일보하는데 기여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전문 지식(논문) → 대중화(도서 출판)'라는 과정은 자기계발에 열심인 직장인으로 하여금 전문가로서 알려지고,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기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책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은 논문 작성을 위한 수많은 선행연구를 고찰하고, 분석하며, 나의 방식으로 정리한데 있다. 단순히 관련 지식을 쌓는 것보다는, 나의 관점을 갖고, 그 관점을 토대로 특정 경제, 경영 상황에 대하여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포털과 SNS에서 쉽게 뉴스와 팩트를 전달받을 수 있는 시대에는 전문가의 통찰과 의견 전달이 대중에게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논문을 많이 읽고, 이를 기반으로 책을 써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대학원을 다니거나 논문 읽는 것에 꼭 관심이 없더라도, 나의 업무 분야에 있어 충분한 경력을 쌓거나, 업무 처리에 있어 남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면 누구든지 책을 쓰고 출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특정 분야에 전문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이것이 대중에게 인정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긴 하다. 이런 측면에서 나의 전문 지식이 바탕이 된 원고 기획서를 출판사에서 받아주는 것은 대중에게 내 전문성을 인정받는 1차 관문을 통과한 것이나 다름 없다.


오늘도 수많은 직장인이 자기계발과 관련해 고민이 많을 것이다. '대학원에 가야 하나', '회사나 열심히 다닐까', '은퇴 후 나는 어떻게 살까?', '인공지능이 열풍인데 꼭 배워야 할까?' 등등 말이다. 만약 자기계발을 하고, 나만의 전문성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면, 일단 내가 가장 잘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무엇이든 시작하자. 그리고 그 분야의 지식과 전문성을 쌓고, 책 출판까지 이르게 된다면, 언젠가 나처럼 평범한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전문가일지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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