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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됐다.

by enish
ChatGPT Image 2025년 10월 4일 오후 09_54_45.png ChatGPT가 그려준 '교수가 된 나'의 모습. 실제 나와 전혀 안 닮았다.


약 3개월 전일까. 내가 지원했던 한 국립대 교무팀에서 연락이 왔다. "지원자님. 최종 임용 후보자가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전화 통화 순간의 희열은 아직도 잊지 못 할 것이다. 다니던 직장에서 부랴부랴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학교 강의안을 만들며, 학생들의 중간고사 문제를 준비하는 현 시점까지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나는 전임 교원 준비를 약 4년 전부터 관심 가져왔었고,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약 1년이 넘었다. 연구원이나 연구교수가 아니라, 직장인 신분으로 꾸준히 준비해서 나름의 결실을 거둔 셈이다.


나는 신문사와 대기업 등 총 4곳에서 14년 간 직장 생활을 했으니, 순수 연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지막 다니던 기업체에서 연구 활동을 개인적으로 병행하며 SSCI, KCI 논문을 꾸준히 게재했었는데, 그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거 같다.


기업체 이직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정말이지 대학 교수 임용은 운의 운이 따르는 곳이다. 내가 지원하는 곳과 나를 뽑으려 하는 곳의 핏이 완전히 맞아야 하고, 어떤 후보자가 어떻게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내가 준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방심은 금물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지원한 대학 중에 가장 가고 싶었던 대학에서 나를 받아준 덕분에, 운 좋게 교원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는 경제와 금융을 가르치게 되었다.


"교수가 되니, 어때?"

지난 두 달 여간 지인들로부터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전임 교원과 직장인은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다르다. 매일 루틴하게 출근하여 9 to 6를 일하며, 누구에게 보고하는 일을 반복하는 게 직장이라면 전임 교원은 루틴 자체엔 자율성이 생긴다. 다만, 학생들의 지식 함양을 책임져야 하고 연구 자체가 본업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책임감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 그러니까 연구와 강의에 매진하게 되는 것이니 불만은 '1'도 없다.


월급은 많이 줄어들지 않았어?


내 지인으로부터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질문이다. 사실, 국립대 교수의 급여는 철저히 교육 공무원의 호봉을 따른다. 이미 웹에 모두 공개되어 있고, 회사 경력에 맞춰 호봉이 산정된 뒤 그에 맞는 급여에다 약간의 정근 수당을 받을 뿐이다. 급여 수준이 직접적 타격을 입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도서 집필이나 연구 과제 등 뭔가 알파를 하면 어느 정도 보전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들 가르치는 거 힘들지 않아?

직장인에게 '보고 스트레스'가 있다면, 교수에게는 '강의 부담'이 있는 거 같다. 실제로 그렇다. 아직은 '초짜 교수'이기 때문에 강의안 구성은 물론이고 난이도 조절, 학생 문의 피드백까지 신경써야 할 게 상당하다. 무엇보다, 보고를 잘못하면 나 혼자 깨진다는 부담이 있지만, 강의에서는 내가 잘못 가르치면 학생 전체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파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매일 같이 갖고 있다. 조금 여담이지만, 이런 측면에서는 전임 교원을 꿈꾸는 이들에게 왜 '강의 경험'이 중요한지 잘 이해할 거 같다.




무엇보다, 나이 마흔, 정확히는 만 39세에 평소 희망했던 직업을 가진 것은 그저 운이 좋았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높은 책임감으로 수준 높은 연구를 계속하고, 학생들의 교육에 직접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연구자의 전문성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늘 고민하고 싶다. 늘 초심을 잃지 않도록, 근황과 연구/집필 계획은 주기적으로 내 브런치에 업데이트할 생각이다.


다음 브런치 글에는 '(연구직이 아닌 직장인이) 전임 교원 되는 법'에 대하여 내 경험을 조금 소개해보고자 한다. 전임 교원을 희망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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