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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Jun 10. 2019

문과 출신 직장인은 어떻게 파이썬 공부할까?

고교생 때 암기와 노트 테이킹 습관은 여전히 주효하다


글 쓰는 직업을 쭉 해왔던 필자는 R·파이썬과 같은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글과 분석에 썼던 산술 분석은 덧셈·뺄셈·곱셈·나눗셈 수준의 중학교 수준이면 충분했다. 그래픽화가 필요할 경우엔 엑셀을 쓰곤 했다.


참. 그러고 보니 통계 패키지 프로그램을 쓴 적도 있긴 하다. 경제대학원을 다니며 활용했던 STATA(경제 분석 패키지)다. 하지만 이마저도 석사 논문을 쓸 때 집중적으로 썼을 뿐, 석사 졸업 후 다시  일은 전혀 없었다.


나와 파이썬의 만남은 아주 우연했다. 경제학 박사과정에 진학하며 필자는 대학원 수준의 경제학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자, 서울대 경제학 박사로부터 두 달간 빠삭하게 개인 과외를 받은 적이 있다.


과외를 할 때면 이 사람은 본인의 옆에 파이썬이 돌아가는 노트북을 두곤 했다.


경제학 분석 패키지는 STATA가 유일하다고 믿었던 필자에 약간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이유를 물었다.


"STATA를 안 쓰고 파이썬을 쓰는 이유가 뭐예요?" 그랬더니 답변.


"우리 학교 대학원생들은 파이썬 쓰는 사람 많아요. 컴퓨터공학 출신 학생들도 있고, STATA보다 패키지 돌리는 게 자유로운 것도 있고요."


사실상 경제학'용' 분석 프로그램이던 STATA와 달리 파이썬은 범용성이 높았던 것이다. 데이터 분석은 물론이고, 데이터 마이닝, 웹 크롤링 등 다양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경제학 박사과정뿐 아니라 업무에도 적용할 만한 프로그램을 파이선을 통하 만들 수 있겠구나.' 그렇게 나와 파이썬의 만남은 시작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사실, 일일이 코드를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컸다. import(파일 불러오기)를 비롯해서 간단한 명령어까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4줄 이상의 들여 쓰기도 익숙지 않았다.


에러가 발생할 때면 끓어오르는 스트레스를 억누르고 다시금 코드를 수정하는 게 하루에만 수십 번이다.


이유는 당연했다. 나는 수학을 전공한 이과 출신, 혹은 프로그래머가 아니었으니깐. 이미 대학 등에서 체계적인 프로그래밍 학습을 했던 이들에 비하면, 책 몇 권 들고 무모하게 독학에 나선 내게 파이썬의 장벽이 높게 느껴진 건 당연한 것이었다.


필자의 격렬한(?) 코드 필사 현장....


그래서 떠올렸다. 내가 고교, 대학생 때 썼던 방법. 무조건 필기하고, 외우는 것이었다. 내가 현재까지 쓰고 있는 공부 방법.


1. 수학 노트를 필기하듯이, 종이를 세로 형태로 반으로 접어라. 왼쪽 공간엔 코드를 그대로 적고, 오른쪽 공간엔 각 코딩의 의미를 적거나, 어떻게 변형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정리해라.


2. 아주 쉽게 나온 대중 도서가 많다. 이 책들의 코드들을 무조건 베껴 적어라. 


필자 같은 경우는 1~2주에 한 권씩 독파했다. (※필요한 경우, 저자들의 이메일이나 SNS 계정을 찾아내 '정중하게' 모르는 점을 추가로 물어보기도 했다.)


3. 코드 실행이 에러가 날 땐 가까운 친구들에게 먼저 물어보지 마라. 혼자 최대한 생각해라.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내야 성장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 '이렇게 열심히 코딩을 공부했는데, 막상 현업에 쓸 일이 없으면 무용지물 아닌가?'


실제 그렇긴 하다. 그런데, 비슷한 고민을 하던 내게 가까운 경제학과 교수가 한 말이 있었다.


"데이터 분석은 관련성이 떨어져 보이는 분야에도 충분히 쓸 수 있어요. 아직 필요성을 못 느꼈거나, 본인들이 어떻게 현업에 적용하는지 모르는 거지. 업무 효율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할 수도 있고."


그렇다. 계량 측정 가능하다면, 업무를 데이터화시킬 수 있다면, 그리고 더 나아가, 개인의 역량이 된다면 데이터 분석 기술은 상당히 많은 분야에 적용 가능한 것이다.


필자가 1~2주에 한번씩 독파를 목표로 공부했던 관련 기초 도서들. 하루에 공부량은 2시간쯤 됐다.


필자는 아직 쌩초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업에 적용하라고 조언해줄 만큼의 깜냥이 안 된다.


하지만 끊임없는 독학, 그리고 경제학과 교수님들의 조언 끝에 나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1) 이미 시대적 대세로 자리 잡은 데이터 분석을 어떻게 현업에 적용시킬지 고민하는 자세,


 (2) 유관성이 떨어진다고 느꼈던 내 기존 커리어를 어떻게 파이썬을 통해 살릴지 연구하는 태도 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튼, 파이썬을 배워야 하나 막연히 고민하는 문과 출신들이여. 일단 아나콘다(파이썬 등 패키지 묶음)부터 깔아보자. 파이썬은 언제든 당신을 환영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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