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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훈 Dec 23. 2018

답 없는 외래어 표기

영어로 된 책이라도 영어만 옮기는 것이 아니다. 영어라는 큰 바다에 들어온 수많은 작은 강물(제2외국어)을 한글화해야 한다.

그런데, 이걸 대체 어떻게 한글화할 것인가? 여기서 정말 엄청난 고뇌가 발생한다.


일단 '원칙'은 현지 발음대로 적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현지 발음을 알기부터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리고 일부 언어의 현지 발음은 한글로 도저히 정확히 따라 적을 수 없는 것도 있다. 일본인이 building을 <비루딩구>로 발음할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하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을 만들어 발표하고 있지만... 주요 언어 중 아직도 표기법 없는 언어도 꽤 된다. 그리고 어떤 명사는 국립국어원에 민원 넣어 봐도 모르는 것도 있다.


그리고 <인터내셔널> 한 명사는 대체 뭘로 적을 것인가? 예를 들어 노르웨이 Kongsberg 사의 현지 발음은 <콩스베리>에 가깝다. 그러나 영어식으로는 <콩스버그>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에 진출해서도 <콩스버그>라는 발음을 정식으로 쓰고 있지만, 한국과 인연이 없으면서도 인터내셔널한 명사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세계사를 거치면서 수없이 주인이 바뀐 유럽의 도시들처럼 말이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공용어가 다수인 나라(인도, 스위스, 캐나다)의 고유명사는 어느 언어에 맞춰 적어야 하는가?


게다가, 한국식 표기법도 엄청나게 바뀐다. 1980년대에 나온 책만 보더라도 New York를 <뉴우요오크>라고 적었다. 소련 정치가 Khrushchyov는 예전에는 <흐루시초프>라고 썼는데 어느새 말도 없이 <흐루쇼프>로 바뀌었다.   


아무튼, 번역서, 아니 모든 책에 실리는 외래어 표기는 이런 엄청난 고뇌의 산물이다.


PS: 그런 의미에서 영어는 참 멋진 언어다... 현지 발음 몰라도 알파벳 표기대로 적기만 하면 되잖아.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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