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벌써 16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번역가 지망생이던 저는 A출판사에 원고 기획안을 제출했습니다.
고무적이게도, 사장이 기획안을 보고 바로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초장부터 사장의 분위기가 좀 이상했습니다.
길가에 걸린 베스트셀러 광고를 보며, "당신 책 저만큼 팔 수 있어?" 하는 소리부터 꺼내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묻지도 않은 본인 회사 출간 예정작의 자화자찬만 주구장창 늘어놓더군요.
심지어는 그 책이 영어 원서를 번역한 게 아니라, 일본어판을 중역했다는 것까지 생판 처음 보는 저한테 털어놓더군요.
제가 준비한 기획안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물어보지도,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책, 이렇게 훌륭한데 잘 팔리겠지?" 하는 식으로 얘기를 몰고 가더군요.
그래서 "저는 제 기획안 얘기를 하러 왔는데요. 내실 건가요 말 건가요?"했더니, "낼께요." 하고는 그 이후로 연락해도 받지 않던...
결국 그 기획안은 다른 회사 통해서 출간했습니다.
사례 2:
B출판사에 기획안을 제출했습니다.
그 출판사의 편집장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도 편집장의 말이 황당하더군요.
"우리 회사는 기획안을 보지 않습니다. 샘플 번역을 해 오세요."
그래서 "샘플 번역의 양은 얼마 정도면 되겠습니까?" 하고 질문했지요.
참고로, 길어야 원서 페이지로 10페이지 정도면 책의 분위기 및 번역 실력 파악에 충분합니다.
그랬더니 이 편집장... "책 본문의 1/3을 번역하셔야 합니다."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제가 기획했던 원서... 최소 원고지 4,000매 분량이었습니다.
이 회사 미친 거 아냐? 싶었던.
원고지 1,300매를 돈 안 받고 메울 시간적 경제적 여력은 없어서 그 회사에는 그 이후로 컨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기획안 준비할 때면 이 두 회사가 생각납니다. 제가 준비하는 분류의 책들을 많이 내는 회사니까요. 하지만 이런 대접을 받고 난 후에는 다시는 컨택하기 싫군요. 실제로도 아직 컨택한 적은 없었습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