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철 Mar 03. 2016

김창완밴드 <시간>

비엔나텍스트어드벤처 06. 시간은

음원은 이번에 공개됐지만, 나는 얼마 전에 먼저 이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날 왜 차에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차에서 김창완 아저씨가 진행하는 아침창 라디오를 듣는데 아저씨가 라이브로 이 노랠 불렀었고, 고정으로 출연하는 기타리스트의 반주에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시간이었다. 초연이라고 했다.

대신 그날은 이 노래의 맨 끝에만 나오는 시계초침 가는 소리가, 메트로놈 소리였고 노래 전체에 깔려있던 기억이다. 그리고 김창완 아저씨가 시간이 가는 소리를 표현하려고 했는데 어떠냐는 말도 했던 것 같다.

그날은 고상지의 반도네온 연주도 없었다. 반도네온 연주를 들으면서 딱히 인지하며 들어본 적은 없었는데 이 노래에서는 인상적이다. 잔잔한 내래이션이 계속돼서 그런지 오히려 반도네온 소리가 잘 들린다. 꼭 하모니카처럼도 들리는 반도네온 소리를 듣는데 머릿 속에서는, 천천히 그리고 뜸하게 꼬리를 땅에 튕겨가며 몸부림치는 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음악은 사실, 틀니를 들고 잠시 어떤 게 아래 쪽인지 머뭇거리는 나이라는, 첫 내래이션에서 이미 한방 맞은 기분이 드는데, 바람이 이 나무를 지나 저 언덕을 넘어간 것처럼 속으로 밀려들어오는 기분이다.


자연스러움 속에서 묻어나는 디테일은 눈물날 정도로 마음에 든다.


툭툭 던지다가 중간중간 고음에선 힘없이 올라가고 소절의 마무리를 흐리는 부분들까지도 입을 모아 말을하고 있는 듯하다.


시간의 앞뒤를 모두 경험해서 이젠 풀려버린 태엽같은 나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김창완 아저씨가 가진 캐릭터와 힘을 뺀 창법이 만나면서 듣는 사람을 스르륵 무장해제 시키는 화자가 탄생한다.

그래서 전혀 큰소리를 내지 않지만 가사가 귀로 들어와서 머리를 휘젓고 저 아래 마음까지 훑어주는 기분이다. 그러면 가사가 다시 한 번 들리기 시작한다.


처음 3분 정도는 내래이션이 나온다. 이어서 노래를 부르는 부분은 조금 짧은 감이 드는데, 한 번만 더 반복해줬으면 싶을 때 딱 끝이 난다. 그래서 노래를 한 번 더 들으면 '아' 소리가 절로 난다.


http://youtu.be/oZbjZPeeQoQ

매거진의 이전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아침의 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