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면 뒤의 청춘, 투탕카멘의 스러진 사랑과 욕망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GEM)에서 읽은 고대 이집트 이야기(3)

by 이엔 지민

투탕카멘이 온전한 왕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자신의 아버지를 지우는 것이었다. 그의 원래 이름은 투탕카텐, 이단아로 낙인찍힌 아버지가 섬기던 태양신의 형상이라는 뜻이었다. 분노한 민심을 수습하고 위태로운 왕좌를 지키기 위해, 어린 아들은 아버지의 신을 버리고 이집트의 전통 신 아문에게 돌아가 투탕카멘이라는 새 이름을 써야만 했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뿌리조차 부정해야 했던 가혹한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투탕카멘을 영원한 소년 왕이라 부른다. 아홉 살에 왕위에 올랐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10년 뒤 눈을 감았을 때, 이미 한 여자의 남편이자 병마와 싸우며 제국을 통치했던 열아홉 살의 청년이었다.

그는 선천적인 장애와 뼈가 썩어가는 고통 속에서 성장했다. 자신의 시간이 길지 않음을 예감했던 탓일까. 무덤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죽음 이후의 삶을 놀라울 정도로 꼼꼼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던 젊은 왕의 고뇌를 보여준다.


황금 지팡이에 기댄 청년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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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멘의 무덤에서는 무려 100개가 넘는 지팡이가 발견되었다. 그중 일부로, 나무에 금박을 입히거나 상아, 흑단 등으로 만든 최고급 지팡이들이다. 유전병과 뼈 괴사로 걷기 힘들었던 젊은 왕이 한 걸음이라도 떼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재활 보조기구였다.

가운데 진열된 황금 지팡이의 손잡이를 자세히 보면 사람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집트의 적(누비아인이나 아시아인)을 형상화한 것이다. 손잡이에 적의 얼굴을 새겨넣은 이유는 왕이 지팡이를 짚을 때마다 적의 목을 조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기 위해서였다. 절뚝거리는 걸음조차 제국의 통치자로서 강하게 보여야 했던 그의 처절한 의지가 서려 있다.


걷지 못한 길, 신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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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명품 신발 가게의 진열장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샌들이 진열되어 있다. 신이 되기 위해 담았던 차가운 황금 샌들과, 그가 생전에 신었던 낡은 갈대 샌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특히 닳아버린 갈대 샌들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그것은 그가 위대한 파라오이기 이전에 걷는 것이 고통스러웠고, 연약한 육체를 가진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3,300년이 지난 지금도 증언하고 있다.


앉지 못한 영원, 앉아보려 했던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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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불편했던 그에게는 의자가 필요했다. 무덤 곳곳에서 발견된 다양한 의자들은 그가 쉴 곳을 찾아 헤맸던 흔적이다. 왼쪽의 나무 의자 등받이에 무릎을 꿇고 양팔을 벌린 헤흐(Heh)신이 있다. 영원한 통치를 기원하는 뜻에서 새겼을 것이다.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들었던 다리가 불편한 왕에게는 어디서든 펴고 앉을 수 있는 접이식 의자가 필수품이었을 것이다. 다리가 X자로 교차되어 있는 것이 이동용 접이식 의자다. 장군의 권위를 흉내 낸 표범 가죽 스툴, 다리 아픈 청년왕이 직접 썼던 하얀색 스툴까지 다양한 의자가 있다.영원히 살기를 바랐지만 너무 일찍 떠나야 했던 젊은 왕의 빈자리가 쓸쓸하게 남아 있다.


걷지 못하는 왕의 날개, 황금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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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들었던 그가 유일하게 자유로웠던 곳은 전차 위였다. 가죽 서스펜션과 6개의 바퀴살을 갖춘 당시 최고의 슈퍼카였던 이 황금 전차 위에서, 그는 비로소 바람을 가르는 전사가 될 수 있었다. 투탕카멘의 미라를 분석한 결과, 왼쪽 다리 골절과 그로 인한 감염이 유력한 사망 원인으로 밝혀졌다. 학자들은 그가 전차를 타고 사냥을 하거나 달리다가 추락해서 다리가 부러졌을 것이라는 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무덤에서 발견된 전차 중 일부는 바퀴가 마모되어 있어, 왕이 생전에 실제로 이 전차들을 몰고 사막을 달렸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 전차는 걷지 못하는 왕에게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는 자유를 선물한 유일한 날개이자 비극적인 죽음(낙마 사고)을 부른 애증의 물건이었을지 모른다.


적들을 밟고 서서 사랑을 보다, 황금 옥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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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옥좌 등받이에는 아내 안케세나멘이 남편 투탕카멘에게 향유를 발라주는 다정한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두 사람 위에는 아텐(Aten) 태양신이 햇살을 손처럼 뻗어 축복을 내리고 있다. 왕은 무거운 왕관을 잠시 내려놓고 아내에게 몸을 기댄다.

의자 앞에 놓인 나무 상자 같은 발받침에는 바닥에 줄에 묶인 채 엎드려 있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왕은 쉴 때조차도 적을 제압하고 통치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것은 파라오가 짊어져야 할 냉혹한 통치의 의무였고 지배자의 숙명이었다.

하지만 발밑에서 적들을 짓누르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에게 향했다.

적들을 밟을 수밖에 없었지만 아내에게 기대지 않으면 홀로 서기 어려웠던 투탕카멘. 이 화려한 의자는 권력의 정점에서 그가 느꼈을 고독과 그 유일한 탈출구였던 사랑을 동시에 보여준다.


3천 년 전의 럽스타그램 - 투탕카멘과 안케세나멘의 황금 버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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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멘이 착용했던 순금으로 만들어진 의식용 허리띠의 버클이다. 투탕카멘 왕이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고 안케세나멘 왕비가 서 있다. 그녀는 한 손에 꽃다발(혹은 향유)을 들고 남편에게 건네거나, 남편의 옷매를 다듬어주는 듯한 매우 다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버클은 왕의 허리를 단단히 조이는 물건이었지만 그 안에 새겨진 그림은 왕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풀어주는 순간을 담고 있다. 차갑고 변하지 않는 황금 속에 서로를 의지했던 어린 부부의 온기가 영원히 박제되어 있다. 화려한 황금 가면이나 거대한 관도 멋지지만, 손바닥만한 이 버클 앞에서 발길이 멈추는 건 그 안에 담긴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일상의 온기, 파이앙스 잔과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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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멘의 이름(즉위명: 넵-케페루-라)이 선명하게 새겨진 청록색 파이앙스 잔. 흙으로 빚은 도자기가 아니라 석영 가루를 뭉쳐 유약을 발라 구운 것이다. 특유의 영롱한 청록색은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왕의 손때가 묻은 작은 파이앙스 물잔과, 시들지 않는 꽃을 본떠 만든 유리 목걸이. 이 작은 소품들은 그가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목마름을 느꼈던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파이앙스 잔이 하워드 카터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탕카멘의 무덤을 찾아내게 만든 연결고리다.


속옷까지 챙겨간 꼼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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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죽음이 머지않았음을 알았던 것일까. 그는 저승으로 떠나는 여행 가방을 놀라울 정도로 꼼꼼하게 꾸렸다. 예상하지 못했던 유물은 삼각형 모양의 린넨 속옷이다. 3,300년 전의 속옷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기적같이 보인다. 신이 되기 위해 떠나는 길이었지만,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는 인간으로서의 생활 습관은 신이 되어서도 계속 된다고 믿었던 것 같다. 현생에서의 몸이 아팠던 만큼 다음 생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배고프지 않은 영혼을 위한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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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장 가득 쌓인 갈색 바구니들을 보면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진다. 고대 왕의 무덤에서 나온 유물이라기보다는 어느 부지런한 살림꾼이 소풍을 가기 위해 정성껏 싸놓은 피크닉 바구니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면 고소한 견과류 냄새와 달콤한 대추야자 향기가 날 것만 같다. 맛있는 간식을 챙겨 떠나고 싶어 했던 한 인간의 따뜻한 여행 가방을 훔쳐보는 기분을 느낀다.

그는 저승 가는 길에 배가 고플까 봐 바구니 가득 대추야자와 견과류를 챙겼고, 오리와 거위 고기를 요리해 미라로 만든 도시락 통을 수십 개나 준비했다. 황금 마스크가 왕의 권위를 보여준다면 이 소박한 도시락들은 죽어서도 삶은 계속된다고 믿었던 이집트인들의 내세관과 끼니를 걱정했던 인간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왕 대신 일해줄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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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윗줄에는 나무를 깎아 정교하게 만든 큼직한 인형들이 서 있고, 그 아래쪽에는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푸른빛의 파이앙스 인형들이 줄지어 있다. 맨 아랫줄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하얀 설화석고나 석회암으로 매끄럽게 다듬은 인형들도 보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인 갈대밭에서도 1년 365일 내내 누군가는 밭을 갈고 수로를 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왕을 대신해 매일 일할 다수의 일반 노동자 샤브티를 만들었다. 몸이 미라처럼 꽁꽁 감싸여 있고 두 손에 작은 농기구를 쥐고 있는 평범한 인형들이 샤브티다.

하지만 많은 노동자를 통솔하려면 관리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열 명당 한 명꼴로 감독관 샤브티를 따로 만들어 넣었다. 사진 왼쪽 위를 보면 다른 인형들과 달리 줄무늬 두건 네메스를 화려하게 쓰고 있거나 한 손에 지휘봉을 든 늠름한 인형들이 눈에 띈다. 이들이 바로 노동을 직접 하지 않고 샤브티들을 감독하는 중간 관리자들이다.

저승에서 주인을 대신해 일하러 가는 인형들 사이에도 철저히 계급과 지휘 체계가 존재했다. 살아서 거대한 제국을 호령했던 왕은 죽어서 천국에 가서도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리며 편안한 안식을 누리고 싶었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낯선 세계로 넘어가면서도 현실의 편리한 지배 구조를 똑같이 챙겨가려 했던 고대인의 욕망을 이 다양한 인형들 속에서 읽을 수 있다.


하늘로 가는 활주로, 의식용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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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잠을 자는 침대가 아니고 의식용 침대다. 왕이 죽은 후, 인간의 몸을 벗고 신으로 부활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정거장이자 저승으로 건너가는 승차권 같은 것이다. 실제로 왕이 생전에 쓴 것이 아니라 미라가 된 왕을 잠시 올려두고 부활 의식을 치를 때 사용했던 것이라 바닥이 푹 꺼져 있다.

인간의 시간을 끝내고 신의 시간으로 건너갈 시간이 되면 사자, 암소, 하마의 모습을 한 이 침대들은 왕의 영혼을 태우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선이 될 것이다. 고통스러웠던 다리를 가진 청년은 이 동물들의 등에 업혀 자유롭게 별이 되는 꿈을 꾸었나보다.


두려움을 지우는 황금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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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멘의 무덤 속, 검은 사당이라 불리는 어두운 수납장 안에서 발견된 제의용 조각상들이다. 왕이 저승이라는 낯설고 위험한 세계를 여행할 때 그를 호위하고 길을 안내하기 위해 소집된 신들의 어벤져스다. 왼쪽 아래 검은 표범 등 위에 올라타고 있는 투탕카멘은 죽음의 어둠을 정복하고 안전하게 통과하고 있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오른쪽 끝에 배를 타고 무언가를 찌르려는 듯한 역동적인 포즈의 왕은 보이지 않는 물속의 적을 사냥하는 모습이다. 왕은 죽어서도 우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용맹한 전사여야 했다.

가운데 있는 거대한 황금 코브라는 저승길의 안내자다. 뒤에 서 있는 많은 미라 형태의 조각상들은 이집트의 신들이다. 죽음이라는 절대적 공포 앞에서 왕이 외롭지 않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게 온갖 신들을 총출동 시켰다.


겹겹의 보호막, 사당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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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미라는 단순히 관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지 않았다. 네 개의 거대한 황금 사당과 한 개의 석관, 그리고 세 개의 속관이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겹겹이 미라를 둘러싸고 있었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건너가기 위해 견고한 요새를 지은 것이다.

가장 바깥을 둘러싼 거대한 사당은 나무에 금을 입히고 파란색 파이앙스로 이시스 여신의 매듭을 촘촘히 박아 넣어 악귀의 접근을 막았다. 겹겹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사당의 안쪽 벽면에는 캄캄한 저승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한 저승의 지도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홀로 남겨질 왕이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겹겹의 위로와 보호막을 쳐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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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을 모두 걷어내면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두 개의 겉관이 등장한다. 붉은색, 푸른색, 청록색의 유리와 보석을 촘촘하게 박아 넣어 정교한 깃털 무늬를 완성했다. 이 영롱한 색채의 옷을 입은 관을 벗겨내면, 마침내 미라를 직접 품고 있는 마지막 세 번째 속관과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 속관은 나무에 금을 칠한 것이 아니라 무려 110kg의 순금을 두드려 만든 거대한 금덩어리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신의 살은 금으로, 뼈는 은으로, 머리카락은 청금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부서질 듯 연약한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영원히 변치 않는 신의 몸으로 갈아입는 의식이었던 것이다.

살아서는 뼈가 썩어 들어가고 다리가 부러지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했던 청년왕은, 죽어서야 비로소 절대 상처 입지 않는 110kg의 단단하고 눈부신 황금의 육체를 얻게 되었다. 묵직한 이 순금 관 앞에서는 단순한 권력의 과시를 넘어 온전한 몸으로 영원을 누리고 싶었던 한 인간의 간절한 소망이 느껴진다.


영원을 응시하는 얼굴, 황금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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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껍질을 벗겨내고 마침내 마주하는 얼굴,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다. 11kg의 순금 얼굴 위에 짙푸른 라피스 라줄리(청금석)로 눈가를 장식하고, 투명한 석영과 검은 흑요석을 박아 넣어 살아있는 듯한 눈동자를 완성했다. 살아생전 병약하고 찌그러진 다리로 고통받았던 열아홉 청년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다. 여기에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영원히 늙지도 아프지도 않은 신의 얼굴만이 남아 있다.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공포 앞에서도 끝내 자신을 잃지 않고 빛나는 존재로 남고 싶어 했던 한 인간의 의지가 나를 꿰뚫듯 쳐다보는 저 눈동자에 서려 있다.


사람들은 황금 마스크를 보며 그가 전차를 타고 적진을 누비다 장렬하게 전사한 영웅이었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대 과학이 밝혀낸 진실은 아프고 현실적이다. 그는 근친혼의 비극으로 선천적으로 약하게 태어났다. 왼쪽 발가락 뼈가 썩어 들어가는 희귀병의 고통 속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려 했고,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전차에 올라 강한 왕이 되려 몸부림쳤다.

하지만 운명은 가혹했다. 그에게 유일한 날개였던 전차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한 말라리아까지 그를 덮쳤다. 황금 마스크 속의 평온한 얼굴과 달리 그의 마지막은 고열과 통증으로 일그러졌다. 무덤을 가득 채운 수많은 지팡이와 약상자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어떻게든 삶을 붙잡고 싶었던 한 청년의 간절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투탕카멘에게 매료되는 이유는 찬란한 황금 마스크 때문이 아니다. 고통 속에서도 존경받는 파라오이고자 했던 그의 노력과, 사랑하는 아내와 아픈 이별을 해야만 했던 한 인간의 숨결이 3,300년의 시간을 넘어 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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