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어학연수 스펙 쌓기
가진 돈 350만원.
노트북도 없다.
사진기도 없다.
짐 싸는데 걸린 시간 5분.
그렇게 출발했다.
해외 어학 연수.
어둠 속을 뚫고 저가의 항공기는 덜커덩 소리를 내며 난기류 속을 힘겹게 나아가고 있었다.
처음 타 본 비행기 안에서 이렇게 심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는게 자연스러운 일인 줄 그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최근에 비행기를 많이 접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정말 심했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어색한 인사 후에 우리는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감추며 좌석에 앉아 있었다. 같이 한국을 출발하여 필리핀에서 공부할 사람들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렇게 같이 간 사람들을 Batch라고 불렀다. 우리들은 나이, 성격, 성별, 사는 곳은 모두 달랐지만, 공부도 같이 하고 놀러도 같이 다니는 가장 친한 친구들이 되었다. 지금도 그중에서는 종종 연락하는 친구들도 있다. 학교 이외의 곳에서 이렇게 친분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서 정말 좋았던 것 같다.
떠나기 한 달 전
『형, 진짜 가긴 갈 거야?』술을 먹다가 후배가 문득 나에게 물어보았다.
『응? 어딜』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나의 질문에
『형 간다며.. 해외 어학 연수! 안 갈 거야?』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맞다...』
'내일 유학원이라도 가봐야 되나'
아직 나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 그 전부터 준비하고 갈려고 하였으나, 주변에 같이 가자고 해도 간다는 친구들은 없고,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어디로 가야 될지가 너무 막막하여 의도치 않게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음날 점심 때쯤 눈을 떠, 숙취에 정신없는 후배를 데리고 유학원으로 향했다.
어디를 가야 되는 건지도 얼마 동안 가야 되는지도 정한 것도 없이 유학원으로 향했다. 가서 알아보고 결정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친절한 유학원의 상담 담당자는 최근 트렌드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었다.
캐나다, 호주, 미국 등의 여러 나라의 유학 유형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으며, 그중에서도 필리핀과 호주를 연계해서 가는 방향으로 많이들 간다고 추천을 해주었다. 물론 현재 쓸 수 있는 돈에서도 말씀드렸고, 그 돈에 가장 합당한 곳이 필리핀-호주였다.
그렇게 안 갈 이유가 있나?
크게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가겠노라고 상담하시는 분에게 말씀드렸다. 그러자 이제는 나라를 선택하였으니, 해당 지역과 그 지역에 해당하는 학원을 선택해야만 했다. 나라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상담이라, 그 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추천하는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생각하신 날짜는 있으신가요?』상담하시는 분이 친절한 말투로 내게 물어보았다.
『글쎄요.. 흠.. 최대한 빨리 가고 싶은데요. 언제쯤 가야 가장 빨리 갈 수 있나요?』 이렇게 되물었다.
『여권은 가지고 있으신가요?』
『아니요』 아직 해외를 갈 기회가 없었던 차라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시다면 여권 만드는 기간과 호주 비자를 만드는 기간 생각해서 한 달 정도 뒤면 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나 동경 속에 있었던 해외로의 비행.
기쁘면서도 약간은 허무하게도 생각되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방법만 알게 된다면 어려운 것이 없다 라고 했던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나의 해외 어학 연수의 길은 그렇게 열리게 되었다.
2달 후
이제 영어로 대화하는게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라고 해야 되나?
아니면 영어로 말할 때 부끄럽지 않게 됐다고 해야 되나.
어느 쪽이든 Free talking 이 가능해졌다.
수업은 주로 1:1로 이루어졌으며, 문법 위주의 수업, 대화 위주의 수업,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는 수업 등의 방법으로 수업 프로그램이 잘 짜여져 있었다.
생활 방식의 차이 때문이었나, 생각의 차이 때문이었나
가끔씩 선생님들과 수업 도중에 다투기도 하였다.
난감했다.
영어 선생님인 Red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 선생님이 수업 도중 울어버리고 말았다.
나이는 나보다 어렸지만, 나의 선생님인 그녀는 나와의 말 다툼 끝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평소 매우 활발했던 그녀였던지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이유인 즉슨 이러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