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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o May 15. 2016

백수 생활 즐기기 #27

쉬운일은 하나도 없네.

무섭도록 시간은 빨리 흐른다.

상대적인 것일까?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나,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는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이제는 가지 말라고 잡고 싶지만 어느새 훌쩍 한 달이 흘러버린다.

회사 다닐 때의 시간은 그저 하루가 빨리 지나가고 한 달이 빨리 지나가서 나오는 월급만 받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러한 이유 때문에 회사를 다니기 싫은 것일 수도 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의 시간은 야속하게 느껴질 만큼 빠르게 흐른다.

한 달이 지나게 되면 관리비, 월세, 카드 사용료 등의 비용을 납부해야 되는데 시간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다음 한 달을 향해 바쁘게 달려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 글을 쓰는 지금에 와서 느끼는 감정은 무언가 잘못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다.



그때가 언제였던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거린다.

어딘가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주로 차에서는 USB에 담은 음악을 듣고 다닌다.

그런데 그날은 무엇인가에 이끌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라디오를 틀게 되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머 라디오도 들을만하네'

그렇게 듣기 시작한 라디오에서 음악 소리가 잦아들면서 DJ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광고 듣고 가실게요~"

이어서 흘러나오는 광고는 청년창업 사관학교에 대한 광고였다.

"마감일은 2월 27일까지입니다."

'청년사관학교? 우와 이거 한번 찾아봐야겠다'

평소 잘 까먹는 터라 핸드폰 메모장에 메모를 하고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청년창업 사관학교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자금과 여러 인프라들을 제공해주는 국가에서 하는 창업 지원사업이었다.

'하늘이 나를 응원하는 건가?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잘 들어맞네. 여기 지원해야겠다' 초반에 타올랐던 열정이 식을 때 즈음에 이런 정부지원사업은 다시 꺼져가는 열기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지원자격이 예비사업자인 관계로 알아보던 법인회사 설립도 지금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청년창업 사관학교는 나에게는 생소한 단어였지만 이미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사업이었다. 마감일자가 며칠 남지 않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해야 했기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틈틈이 시간을 할애하여 마감 날짜 이전에 서류를 제출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 하는 사업인지라 작성해야 되는 내용들이 꽤 많았다. 하얗게 불태워 제출을 끝낸 후의 기분은 이미 합격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로 서류까지 완벽하게 준비했으니 분명히 합격할 거야!'

결과 발표는 한 달 뒤였다.

될 거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나? 그 한 달이라는 시간을 다른 준비나 창업 공부 없이 별생각 없이 그렇게 흘려보냈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결과 발표의 날!

기다렸던 기간만큼 기대감은 더 커져있었다. 아침 9시부터 홈페이지를 계속 새로고침하여 지켜보았지만 공지는 뜨지 않았다.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질문란에 도대체 결과 공지는 언제 뜨는 거냐고 물어보는 질문들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기관에서는 오후 4시에 발표하게노라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오후 4시.

조심스럽게 나의 접수번호를 검색하였지만 찾아지지 않았다. 결과는 불합격을 받게 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무너지고 나의 꿈도 무너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한 달이라는 시간을 버리게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정부사업에도 지원했으면 됐을 것을....

그 후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지원 사업에는 죄다 지원을 하였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매번 다른 양식에 많은 양의 제출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내는 족족 불합격 통지를 받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몸에 있는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 한 달간의 지원 끝에 한통의 서류전형이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서류 합격을 하다니.

합격에 들뜬 마음을 달래고 서둘러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시작했다.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줄어드는 통장의 잔고를 생각하니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해보자'

PPT를 한 장 한 장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으며 그에 맞는 10분 발표 멘트도 준비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5분 동안 발표해주세요"

5분 동안 이라니.. 10분 발표를 준비했는데 그리고 그곳엔 프레젠테이션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사전에 전화로 확인해서 프레젠테이션 장비는 없는 줄 알고 있었지만 10분이라고 들은 발표시간은 아무런 말도 없이 줄어있었다. 프레젠테이션 장비가 없어서 프린트물로 자료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 또한 다들 보지 않고 지정해준 미리 제출되었던 사업계획서를 처음 보듯이 들쳐보고 있었다.

'아무도 읽어보지 않았구나'

열심히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은 제대로 빛도 발하지 못하고 의미 없이 묻혀버렸다.

"사업비 사용내역이 두루뭉술하게 되어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저희가 평가를 내리지 못합니다. "

"네 사업비 사용내역에 대해서 저희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고 업체들한테 견적 문의해서 산정한 내역입니다. "

"그럼. 견적서 첨부를 하셨어야죠. "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너무나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은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렇게 발표시간은 끝이 났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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