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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o Oct 06. 2016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롭지만 계속 걷고 싶다.

스타트업 연대기 #2

웹 제작 업체와의 두 번째 가지는 미팅 자리는 탐탁지 않았다.

"제작 비용이 낮고, 사실 M.V.P(최소 기능 제품)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제작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네?! 저번에는 이것까지는 제작이 된다고 하셨는데요. 제가 보내드린 PPT처럼은 제작이 안 되나요?"

"네" 제작업체 PM은 미안함이 담긴 어투로 이야기를 하였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최소 기능만 들어간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사전 미팅에서의 제작 협의는 만족스러운 대답뿐이었지만, 실제로 웹 제작업체에 방문했을 때는 코딩 조차 쓰지 않는 웹페이지를 설계해 주겠다고 하였다.


'뭐 내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국가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제작하는 것이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몇십 만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몇백이나 들어가는 작업인데..'

하지만 안된다는데 어쩌겠나. 울며 겨자먹기로 알겠다고 하고 웹 제작업체를 나왔다.


웹 제작업체는 창업혁신센터에서 추천을 해 준 업체였다. 입찰 공모를 통해서 진입한 업체일 테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찾아서 제작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진행을 하기로 한 것이었는데 뭔가 좀 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로운 점은 있었다. 정부과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출해야 되는 서류가 많지만 추천해 준 업체에 맡기게 되면 혁신센터와 업체가 알아서 계약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편한 방법이 좋았다.

M.V.P는 그저 고객 반응 체크 차원에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팅 때 직접 만든 랜딩페이지를 보여주고 PPT로 꾸미고 싶었던 디자인을 보여줬다. 랜딩페이지는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우리가 만든 가설에 대한 고객 검증을 하기 위해 만드는 도구의 일종이다. 고객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 할지? 사업을 시작해도 좋을지? 접어야 되는 건지? 알아보기 적합하다. 웹 제작업체 PM은 내가 만든 랜딩페이지를 보고 잘 만들었다며 놀라워했다. 사실 고마워해야 될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큰 도움을 받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적도 없고, 디자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해 많이 배울 수 있겠구나,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배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기대를 많이 한 탓일까?


어찌 됐건 직접 구상한 PPT를 보내주고 나서 큰 기대는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독려했다.


3주의 시간이 흐르고, 홈페이지가 만들어졌다.

기대를 하지 말자고 스스로 계속 되뇌어도 처음 게 되는 나만의 도메인은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결과는 뻔한 실망감으로 돌아왔지만 어차피 예상한 일이라 그리 큰 실망감으로 돌아오진 않았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으로 볼 때에는 예상한 모습대로 나왔지만, 모바일로 볼 때에는 텍스트 크기가 화면에 잘 맞지 않았으며 로그인에 대한 설계 또한 그리 적절하진 않게 표현되었다. 이런저런 마음에 안 드는 내용으로 제작되었지만 M.V.P(최소 기능 제품)이기에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1차 합격을 하고 나서 M.V.P 제작도 하였지만 설문조사도 함께 진행하였다. 설문조사는 온라인 서베이 업체를 여러 군데 검색하여 가격도 저렴하면서 SPSS를 사용한 결과보고서까지 받을 수 있는 업체를 선택했다.

운 좋게도 설문조사 비용으로 지원받은 50만 원에 조사와 더불어 결과 보고서까지 제공 가능하다는 곳을 찾아내어 당일 바로 계약을 하였다.

일정이 애매한 부분이 있었는데 시간 태엽이 맞물려 돌아가듯이 잘 맞춰 진행되었다. 누군가가 도와주기라도 하듯이..

대전창업지원센터에서 능력 좋은 강사님의 강의를 듣게 해주었다. 강사님은 C&C 밸류의 김정남 대표였는데, 사업계획서를 수정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주옥같은 강의를 다 챙겨 들으며 업그레이드되는 사업계획서와 함께 나 또한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을 받았다. 강의는 오전에만 진행되었고, 오후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멘토링을 진행해 주었다.

1인 창업 기업으로서 누구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누군가에게 의견을 묻거나 자문을 받고 싶은 적이 무척 많다. 하지만 특별히 이런 분야에 인적 커넥션이 부족한지라 전문가들의 멘토링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평소에 막혔던 부분들을 잘 해결해 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창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감사할 일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혼자서는 해내기 어려운 것이 창업이 아닌가 싶다. 지속적으로 관련 분야 사람들과 소모임을 가지면서 교류를 하는 시간을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창업을 보다 쉽고 빠르게 성공의 길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처방전이 아닐까 싶다.


다시금 떨리게 하는 평가의 시간이 돌아왔다.

1차 합격한 25팀 중에 또다시 8팀을 선발하는 평가를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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