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투자가들에게
최근 들어 투자가들을 많이 만났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투자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다.
느낀 점?
이런 사람들에게는 투자받고 싶지 않다.
이런 얘길 만약 한다면 흔히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투자만 받으면 되지 않나? 돈이 최고인데"
"스타트업 기업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 투자야"
"투자받을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적으로 해봐야 되는 거 아냐?"
"물불 가릴 거 있어?"
"너 그런 식으로 감정적으로 사업하면 안대. 그래서 사업이 어렵다고 하는 거야."
다들 투자가들을 만난다고 하면 굉장히 큰 기회라고 여기며 놓치면 안 될 자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저자 또한 마땅히 가야 할 길인 양 IR 발표자료를 만들고 투자설명회에 참여해서 발표를 여러 차례 했다.
마치 등용문인 양 우리는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
며칠을 두고 연습하고 수정하며 컨디션을 최상으로 맞추고 나간 발표장.
준비한 모든 것을 7분 안에 쏟아내고 꽤 뿌듯한 마음에 서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투자 회사들은 가차 없는 독설을 쏟아냈다.
투자가들은 자신들이 마치 여느 방송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진 거 같았다.
이미 BM을 검증받아 정부지원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스타트업들에게 BM의 수정이 필요하며, 문제점이 많다는 둥 지적을 해대었다. 이미 검증된 BM의 수정까지 논하였다. 수정이라니?
투자가들은 물론 여기 모인 스타트업들의 사정을 잘 알 것이다.
자본금이 부족해서 여기 나왔을 것이며, 투자를 받지 못한다면 뛰어난 BM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성장하지 못하고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각나는 대로 질문을 해대는가 하면 맞지도 않는 말로 우기기까지 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대해 틀리다고 지적을 하면 사업 가능성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서슴없이 이야기를 했다.
투자가들은 돈만 많으면 투자가가 될 수가 있다. 돈만 있다면 스타트업에 자유롭게 투자를 할 수 있으며, 경영권도 넘겨받을 수 있다. 아무런 자질도 필요가 없다.
그래서일까? 질문의 수준은 창피할 정도로 낮았으며 질문하는 사람의 예의범절은 이미 동방의 것의 아니었다.
물론 괜찮은 VC나 투자가들도 즐비해 있다.
최근에 만나본 한 VC의 이사님도 배려심이 넘쳤으며, 직관력 또한 뛰어났었다. 짧은 시간의 미팅이었지만 사업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 뜻깊은 시간을 가지게 하는 투자가들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아직은 한국에 투자시장의 질은 선진국의 흉내내기에 불과하며 발전하기 위해선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스타트업들이 지쳐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러한 감정과 시간이 소모되는 IR 발표는 가급적 론칭이 시작된 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것이 미리 IR을 겪어본 입장으로의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투자가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네요
투자를 하러 왔으면 투자할 회사가 있는지나 살펴봐!
그리고 쓸데없는 지적질 말고 직관력을 키워!
백날 설명해야 뭐하냐 이해를 못하는데.